월세 통제 (Rent control) 제도, 제대로 작동하는가?
2015년 9월 14일  |  By:   |  경제  |  2 Comments

지난 7월 말, 미국 시애틀에서 천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월세 통제 제도에 대한 토론을 벌였습니다. 워싱턴 주에서 허락되지 않는 월세 통제 제도가 치솟는 월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너무 비싼 월세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곳은 시애틀 뿐이 아닙니다. 빌 데 블라지오 뉴욕시장도 월세 값 통제 정책을 지속적으로 지지해왔습니다. 런던에서도 시장 자리를 꿈꾸는 정치인들이 제한적인 월세 통제 제도를 지지한 적도 있었죠. 이 제도는 왜 인기가 많은 것이며, 제대로 작동하기는 하는 것일까요?

정치인들, 특히 좌파 정치인들과 정책 입안자는 월세 통제(Rent Control: 월세로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한선을 두는 것)와 월세 안정화(Rent Stabilisation: 월세 인상폭에 한도를 두는 것) 등 규제 정책을 옹호합니다. 지지자들은 월세 통제로 집값이 치솟을 때 서민들이 도시 밖으로 쫓겨나지 않도록 보호하는 점을 높이 삽니다. (관련 뉴스페퍼민트 기사: 젠트리피케이션은 인권 침해인가) 뉴욕시 도시계획과의 칼 웨이스브로드 과장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월세 통제가 ‘도시의 미래를 위해서 필수’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지지자들은 월세를 비슷한 수준의 주변 아파트보다 20% 이상 비싸게 받는 것을 불법으로 정한 독일을 좋은 표본으로 뽑습니다. 독일에서는 국민 절반이 월세로 살며, 특히 베를린에서는 90% 이상의 시민이 아파트에 월세를 내고 삽니다. 이렇게 월세로 사는 시민이 많으니 월세 정책에도 관심이 많아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2014년 기준 영국에서는 25-34세가 사는 집의 월세가 10년간 22%에서 많게는 44%까지 올랐습니다. 시애틀에서는 2010~2013년 3년 새 11%가 올랐죠. 월세 통제 정책은 오랜 기간 입주해 있는 입주자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입주자와 임대인 사이의 역학도 바꿉니다. 지지자들은 이 정책이 빠른 속도로 고급 주택이 들어서고 월세가 치솟는 도시에서 집주인이 쉽게 저소득층을 쫓아내지 못하게 만들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이 정책에 반대합니다. 폴 크루그만이 2000년 뉴욕타임즈에 “월세 통제는 경제학에서 자주 논의되는 의제 가운데 가장 논란의 여지가 없는 정책이다”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경제학자들은 가격 제한을 두는 것이 시장에 나오는 매물에 영향을 끼친다고 믿습니다. 지하 공간을 아파트로 개조한다던가, 새로운 거주 공간을 지을 인센티브가 사라지는 것이지요. 새로운 주거 공간이 시장에 나오지 않으므로 나오는 매물의 월세 가격은 오히려 더 높아집니다. 건물주는 어차피 주택 공급에 한계가 있으므로 건물 유지, 보수나 더 살기 좋은 공간을 제공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어집니다. 입주자를 고르는 데도 더 까다로워지고, 한번 입주한 세입자는 필요 이상으로 오래 머물게 됩니다. 흥미롭게도 뉴욕에서 월세가 어떤 식으로든 통제되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월세가 정해지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고소득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뉴욕에서 시행되는 월세 통제가 저소득층을 배려해서 만든 제도는 아니기 때문이지요. 임대자라면 안정적인 소득을 가진 세입자를 원하기 마련입니다.

런던, 뉴욕, 시애틀처럼 인기 많은 도시에서 중요한 정책은 월세 통제가 아니라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겁니다. 영국의 주택 건설은 1968년에 최고점을 찍고 2008년부터는 그린벨트와 경제 침체에 걸려 개발 건수가 줄었습니다. 맥킨지에 따르면 런던에서 개발돼야 할 땅의 45%가 놀고 있습니다. 독일의 주택 건설 현황은 더 지체되어 있죠. 월세 통제를 시행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도 개발 규제에 걸려 주택이 공급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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