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비가 남용되는 이유(2/2)
2015년 8월 13일  |  By:   |  과학  |  No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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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초기의 과학자들은 수학이 가진 힘뿐만 아니라 단순함이 가진 힘도 보여주었습니다. 요하네스 케플러는 행성이 태양을 타원 궤도로 돈다는 사실을 보임으로써 인간의 세상에 대한 이해에 혁명을 가져왔습니다. 그의 이론은 프톨레마이우스의 지동설보다 천체의 움직임을 훨씬 정확하게 설명했습니다. 케플러는 처음으로 금성이 지구와 태양 사이를 통과하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케플러의 작업은 과학의 기본 모델이 되었습니다. 그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악명 높은 주전원(epicycles) – 궤도 안의 궤도 – 같이 복잡한 방식이 아니라 매우 간단하고 일반적인 법칙들을 통해 행성의 움직임을 설명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우주를 설명하기 위해 조잡한 이론보다는 간단한 공식을 찾게 되었습니다. 에너지와 질량의 관계를 설명하는 E=mc^2 은 이런 단순함의 정점에 있는 공식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깨끗한 수학적 설명을 선호할 뿐 아니라, 이들이 실제로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런 단순하고 아름다운 수학적 설명의 힘은 우리를 또한 탐욕스럽게 만듭니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이 우아하게 표현되기를 바라지만, 생물학자 토마스 헨리 헉슬리의 말에 따르면, 과학은 종종 “추한 진실이 아름다운 가설을 학살하는(the slaying of a beautiful hypothesis by an ugly fact)” 상황을 만듭니다. 케플러 자신도 타원 궤도가 우주를 잘 설명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기 전까지는, 플라톤 다면체들의 내접으로 나타나는 아름다운 모델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 이론은 아름다웠지만, 행성을 관찰한 결과들은 그 모델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했습니다. 그 이론은 사실, 진실이기에는 너무 아름다웠던 것입니다. 곧 아름다움만이 우리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되며, 아름다움이 이 세상을 묘사할 수 있으려면 먼저 진실에 의해 다듬어져야 합니다. 19세기 심리학자 구스타브 페크너는 인간이 태생적으로 황금비 직사각형을 선호한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는 아마 “생각, 영, 물질의 세상이 수의 신비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는 사상”에 빠졌던 듯합니다. 그러나 이런 사고방식은 우리를 엉뚱한 길로 이끌기 쉽습니다. 곧, 황금비가 없는 곳에서도 황금비를 보게 되며, 현실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하는 아름다운 이론을 꾸며내게 됩니다.


일련의 심리학 연구들은 왜 과학자들이 수학적 아름다움에 끌리며 이런 황금비의 신화가 지속되는지를 알려줍니다. 노르웨이 베르겐 대학의 심리학자 롤프 레버는 “사람들이 아름다움과 진실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실험적 증거가 쌓이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어떤 상황을 쉽게 분석하고 이해하는 유창성(processing fluency)을 통해 이를 설명합니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더 쉽게 처리할 수 있을 때(예를 들어, 수학적으로 단순하거나, 자주 보았던 것이거나, 대칭성을 가지고 있거나 등) 우리는 이를 더 옳은 것으로 여기게 됩니다. 한 연구에서 레버는 사람들에게 어떤 덧셈을 점들의 배열로 나타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사람들은 배열이 똑바르거나 더 대칭적일수록 실제 계산 결과와 무관하게 그 계산이 맞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어쩌면 존 키츠의 유명한 경구인 “아름다운 것은 진리요, 진리는 아름다움이다(Beauty is truth, truth beauty)”는 사람들의 본능에 내재한 진실일지 모릅니다. 아마 황금비가 자주 언급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황금비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다른 대상에 대해서도 이를 추측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유창성은 문제 해결에 유용한 감각입니다. 우리는 유창성을 통해 어떤 문제를 해결해가고 있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으며 답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험적 사실을 추구하는 과학에 있어서 인간이 가진 유창성은 종종 아름다움을 위해 옳음을 희생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컴퓨터를 이용한 연구는 다시 이 무게추를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언어에 대한 연구를 봅시다. 언어가 비록 수식들로 설명되는 것은 아니지만, 언어가 가진 법칙인 문법은 명사, 동사, 형용사라는 기본 요소들을 재귀적으로 무한히 조합할 수 있게 만들며, 여기에는 분명한 아름다움이 존재합니다. 특정 문장을 이런 수학적 구조로 분해했을 때 우리는 분명히 어떤 아름다운 형태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어를 처리하는 데 있어, 예를 들어 번역과 같은 과정에서 이런 문법을 이용한 모델은 잘 작동하지 않습니다. 언어는 이런 우아한 법칙만으로 나타내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까다로운 것으로 보입니다. 현실의 까다로움과 문법이 가진 아름다움의 틈 사이로, 이미 번역된 수많은 문장을 바탕으로 컴퓨터를 이용해 번역 결과를 찾는 머신러닝과 같은 방법이 끼어 들어왔습니다. 비록 이 과정에서 실제 문장에 대한 어떠한 이해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이지요. 혼돈 속에서 질서가 드러나지만, 여기에도 대가는 따릅니다. 그것은 단순한 우아함 대신 복잡한 까다로움입니다. 노암 촘스키와 같은 이들은 심지어 이것이 과학이 아니라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실은 우리의 미학적 취향도 어쩌면 우아하기보다는 복잡한 형태를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점은 아이러니입니다. 넷플릭스는 다양한 통계적 기술을 이용해 자신들의 추천 엔진을 향상하는 기술을 공모했습니다. 경쟁 결과, 단순한 알고리즘으로는 추천 정확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없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우승팀은 다양한 방법들을 매우 복잡하게 조합한 팀이었습니다.

단순하면서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꿈꾸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이 세상 모든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발견하고 있습니다. 이 우주를 설명하는 가장 쉬운 법칙이 가장 단순한 법칙인 것은 사실 당연한 일입니다. 이들은 아마 우아함의 나무에서 가장 낮게 달린 과일들일 겁니다. 이제 더 높이 달린, 더 복잡하고 따기 어려운 과일들이 남아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이 사실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나도 세상이 단순하다면 더 좋겠습니다. 우주를 묘사하는 공식을 손으로 쓸 수 있다면 아주 멋진 일이겠지요.

그러나 괜찮습니다. 행성들은 러시아 인형처럼 딱 맞게 들어있지 않고, 황금비가 인간의 본성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세상은 그보다 더 복잡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가 세상을 설명하지 못한다거나, 세상이 우아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저 조금 더 어렵고, 황금처럼 빛나지 않는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할 뿐입니다.

(노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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