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성 파라독스(2/2)
2015년 8월 4일  |  By:   |  과학  |  2 Comments

두 번째 주장은 나라마다 사람들이 설문지에 답하는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어떤 문화권의 사람들은 자신을 과장하는 방식으로 극단적인 응답을 고르는 경향이 있는 반면, 어떤 문화권의 사람들은 반대로 극단적인 대답을 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성실성은 바람직한 특성이기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응답을 택하는 경향의 나라에서 그 수치는 더 높게 보고될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대답을 피하는 성향은 그 나라의 경제발전 정도와 연관이 있으며, 일본 등의 동아시아 국가에서 발견됩니다. 반면, 아프리카나 남부 아시아 등의 가난한 나라에서는 극단적인 대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또한 교육 등의 사회의 발달 정도 및 변증법적 사고(dialetical thinking)의 차이 때문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경향은 일본이나 한국처럼 겸손한 표현이 기준인 나라의 성실성 수치를 낮추고, 경제 성장이 더딘 나라의 성실성 수치를 높이게 됩니다. 연구팀은 또한 20개 국가에 대해 설문지에 답하는 스타일의 차이를 구해 이를 보정했습니다. 그 결과 국가별 성실성 차이가 어느 정도는 바뀌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과 한국은 스스로 보고하는 성실성에서 가장 낮은 국가와 그 다음으로 낮은 국가였지만, 이를 보정한 후에는 4번째로 낮은 국가와 9번째로 낮은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차이 역시,성실성 파라독스의 다른 모순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이처럼 성실성 파라독스를 단순한 응답방식의 차이로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어쩌면, 이 파라독스에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지 모릅니다. 어떤 연구자들은 구성원의 특성이 곧 그 사회의 특성을 결정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습니다(e.g. Lynn & Vanhanen, 2002, cited in Stolarski, Zajenkowski, & Meisenberg, 2013).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은 그런 가정 역시 섣부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Mõttus, Allik, & Realo, 2010). 올해 마이센버그는 성실한 국민성이 가난의 원인일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적 특성이 개인에게 영향을 주는 것일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곧, 개인이 사회나 국가가 처한 조건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낮은 반면, 그 사회가 처한 조건에 개인이 적응한 결과 그 국가의 성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 사회와 개인의 특성 사이의 관계는 잘 밝혀지지 않은 영역이며 이에 바탕한 모든 주장은 임시적인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개인의 성실성은 안전, 순응, 전통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특성은 곧 열악한 생존 환경에서 더 높은 가치를 가집니다.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 Survey)의 연구에 따르면, 한 나라의 경제발전 정도는 곧 그 사회의 가치와 관계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차원이 있습니다. 하나는 생존 대 자기-표현(survival versus self-expression)의 차원이며, 다른 한 가지는 전통 대 세속-이성(traditional versus secular-rational)의 차원입니다. 생존은 경제적, 물리적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인 반면, 자기-표현은 환경보호, 소수자 권리, 정치 참여 등의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전통은 종교, 가족, 권위 혹은 국가에의 복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고 세속-이성은 개인의 자율성과 선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이 두 가지 차원의 가치관에 있어 매우 다양한 분포를 보입니다.

 

Source: WVS database

Source: WVS database

또한 이 그래프는 성실성 파라독스를 설명해줍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성실성은 안전과 전통, 종교와 관련이 있습니다. 즉 전통적이고 종교적인 국가들은 대체로 더 가난한 경향이 있으며, 이런 나라에는 권위에 복종하는 성실한 이들이 더 적응해 살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경험에 대한 개방성”은 정치적 자유와, 불복종, 무신론과 관련이 있으며 이런 이들은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현대국가에 더 잘 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외향성(extraversion), 친화성(agreeableness), 성실성(conscientiousness), 경험에 대한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 정서적 안정성(emotional stability)이 개인에게는 바람직한 특성이지만 이들이 사회적으로도 그렇다는 근거는 없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성실성은 개인에게 유익한 특성이지만, 사회적으로는 힘든 환경에 적응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이는 어떤 환경에나 적응 가능한 “완벽함(best)” 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이 사실이 개인에게 있어서나 국가에게 있어서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이컬러지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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