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도시인은 낮잠을 원한다(2/2)
2015년 7월 24일  |  By:   |  문화  |  No Comment

낮잠을 위한 공간이 가장 필요한 곳은 공항, 기차역, 그리고 사무실일 것입니다. 실제로 수면실이나 수면의자가 설치된 곳들도 있습니다. 애플, 나이키, BASF, 오펠, 구글, 허핑턴 포스트, 프락터앤 갬블(P&G)에는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낮잠용 시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가디언에는 없습니다.) 맨체스터 대학과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에도 이런 시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 수요를 다 채울 정도로 많은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화장실은 하루 중 고르게 사용되지만 낮잠에 대한 수요는 오후가 시작될 때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는 변기의 갯수보다 훨씬 많은 수면시설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메트로냅(MetroNaps)의 에너지포드 Photograph: Alamy
메트로냅(MetroNaps)의 에너지포드 Photograph: Alamy

하지만 이런 기구들은 아직 충분히 설치되지 않고 있습니다. 영국의 슬립박스(Sleepbox)와 뉴욕의 라이벌인 메르토냅(Metronaps)에 연락해 보았지만 이들은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만 말했을 뿐 전체 판매량에대해서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메트로냅 홈페이지에는 수백 개가 팔렸다고 되어 있습니다.)  메트로냅의 대표 크리스토퍼 린드홀스트는 말합니다. “[직원들의] 작은 노력만으로도 직장 문화의 패러다임 변화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그가 옳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작은 노력’은 사실 보기보다 더 힘든 것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잠이 가진 특징입니다. 화장실과 달리, 사람들은 잠을 자서는 안 되는 상황에서는 잠을 참을 수 있으며, 그 때문에 직장에서는 잠을 자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잠은 생리학적 현상처럼 흉하거나 비위생적이지도 않으며, 따라서 때때로 잠에 빠져드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잠을 허용해야 하고 이를 위한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 들어서기 어렵습니다.) 한편, 수면은 가능한한 개인적인 장소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1998년 코넬의 심리학자 제임스 마스가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알려진, 낮잠의 효과를 말하는 “파워 냅”이라는 개념은 아직 이론적으로만 다뤄지며 현실에 적용되고 있지 못합니다. 사실 이 단어처럼 잠을 어떤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행동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 메트로포드 사가 사무실용 침대의 이름을 에너지포드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 우리가 가진 잠에 대한 이미지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사실 사람들이 밤 늦게까지 깨어있게 된 것은 편안한 사무실에서 하루종일 앉아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곧 도시 생활의 일반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또한 도시가 커지면서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졌고,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하루를 일찍 시작하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집과 일터의 거리가 멀어졌기 때문에 집에서 점심시간에 낮잠을 즐기는 것도 어려워졌습니다. 통근열차가 오늘날 공공장소에서의 잠이 허용되는 곳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물론 가장 낮잠이 필요한 점심시간 이후에 통근열차를 타는 일은 드물지요. 일과 중에 잠을 몰아낸 대신, 우리는 그 자리를 여러 잔의 커피로 채우게 되었습니다. 커피 산업이 지난 20년간 가장 크게 성장한 산업 중의 하나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닙니다. 하지만 커피는 돈이 드는 반면 낮잠 만큼의 효과를 주지는 못합니다. 어쨌든, 오늘 몇 잔의 커피를 마셨는지 서로 자랑하는 건 일종의 서구의 이네무리라고 할 만 하지요.

한편 낮잠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도 그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스페인과 여러 라틴아메리카 국가의 시에스타는 프랑스의 점심 휴식시간과 이탈리아의 리포조(riposo, 긴 점심시간)와 함께 서서히 없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안타까워 하는 것도 일리는 있지만, 긴 점심 휴식 시간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도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모두 일하고 있는 시간에, 사무실을 비우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그리고 저녁 늦게까지 일하게 만듦으로써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들과 보낼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입니다.

오늘날 가장 바람직한 낮잠 문화는 중국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중국의 남방과 북방 지역 모두에서 발견되는 이 국가 차원의 관례는 (점심 시간 동안의 낮잠 혹은 휴식(xiu xi)를 의미하는) 오수(wu shuy)라고 불립니다. 다른 모든 국가차원의 관례와 마찬가지로 오수에도 정치적 역사가 있으며, 모든 기관에서 택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일과 중에 자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국인들 사이에 부끄러운 일이 아닌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휴식의 권리는 마오쩌뚱의 교시에 구체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낮잠의 문화가 보다 일반화된다면 건강과 생산성의 측면에서 얻는 이득은 매우 클 것입니다. 게다가 낮잠은 일터를 더 흥미로운 곳으로 만드는 효과도 있습니다. “때로 어떤 이들은 일부러 자는 척 하지요.” 이네무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스테거는 말합니다.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고 싶지 않을 때 자는 척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내가 아는 어떤 고위직 임원은 사람들이 자신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일부러 자는 척 합니다… 물론 그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다 듣고 있죠. 게다가 사람들도 그가 사실 자는 척한다는 사실을 대체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들도 솔직하게 말하는 척하면서 의견을 이야기하죠.” 이런 사무실 분위기라면, 피곤해서 눈을 좀 붙인다고 해서 다른 이에게 미안한 마음은 전혀 안 들 것 같군요.

1부로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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