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등산 사랑, 해외에서도 계속 됩니다
2015년 7월 24일  |  By:   |  문화, 한국  |  1 comment

국토의 70%가 산인 한국에서 등산은 국민 취미입니다. 국민 세 사람 중 한 명은 한 달에 최소 한 번 이상 등산을 간다고 하니, 국가 정체성의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리고 바다 건너 이역만리에서도 등산 사랑을 이어나가는 이민자들이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남부의 그리피스 공원은 한국계 이민자들이 자주 찾는 곳입니다. 공원 내 등산로에서는 등산 지팡이와 마스크, 거대한 선캡을 갖추고 나선 한국계 등산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이킹은 남녀노소의 취미지만, 단연 두드러지는 하드코어 등산 애호가 집단은 50대 이상의 이민자들입니다.

NPR 기자와 동행한 26살 고문영 씨는 이민 2세대인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그녀 역시 부모님과 함께 캘리포니아 남부의 등산로를 누비며 자랐습니다. 고 씨가 가장 좋아하는 등산로 가운데 하나는 바로 “아미르 가든 트레일”입니다. 이 코스에는 그리피스 공원을 즐겨 찾았던 이란 출신 이민자 아미르 디알라메의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1971년 대형 산불 이후, 아미르는 직접 나무를 심어 “아미르 가든”을 가꿨습니다.

고문영 씨에게 이런 이민자들의 이야기는 각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녀의 부모도 197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을 왔습니다. 낯선 땅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며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세 딸과 함께 등산을 하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휴식이자 낙이었죠. 고문영 씨는 등산을 하면서 부모님들로부터 한국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소나무를 보면서 솔잎을 넣고 찐 송편 이야기를 들었고, 봉숭아꽃을 보면서 손톱에 봉숭아물 들이던 이야기를 듣는 식이었죠.

이들이 떠나온 고국의 수도는 대도시지만, 지하철역에서 내려 모퉁이를 하나만 돌면 등산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한국인들은 각종 등산 장비와 의상을 갖추는 것으로도 유명하죠. 모두가 노스페이스 카탈로그에 등장하는 모델 같은 모습으로 산을 오릅니다. NPR 기자가 동행한 4,50대의 인왕산 등산 모임은 자연 속에서 운동을 하는 것 그 이상이었습니다. 멤버들은 20분마다 멈춰서 간식과 막걸리를 즐겼고, 정상에 올라서는 멋진 풍경을 보며 다시 챙겨온 음식과 술을 나눴습니다. 그리고 전원 약속이나 한 듯 엄청난 장비 가방에서 휴대용 해먹을 꺼내 걸고 짧은 낮잠을 즐겼죠. “이 분들 장난 아니에요. 완전 본격적이라니까요.” 주말마다 이 모임에 함께하는 미국인 피터 벡의 말입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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