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선거 전략은 누가 세우는 것일까?
2015년 7월 23일  |  By:   |  세계  |  1 comment

도널드 트럼프의 파격적인 대선 행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준비된 연설문 한 줄 없이 참석한 경선 후보들 간 포럼에서 존 맥케인의 참전용사 이력을 비하한 후 사과마저 거부해 다시금 구설에 올랐죠. 이번 발언은 트럼프 지지자들을 잃을까봐 딱 부러진 비난 한 마디 하지 못했던 공화당 지도자들마저도 방어해줄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번 사건은 예측할 수 없는 후보자 본인의 기분과 본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트럼프 캠프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보통의 대선 후보 캠프는 후보자를 (자기 자신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각종 전략적 장치들을 두고 있는데, 트럼프 캠프에는 그런 체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죠. 이번 발언으로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몇 안 되는 트럼프의 측근들도 사태 수습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미안하다”는 말은 트럼프의 사전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과는 처음부터 옵션이 아니었죠. 따라서 캠프에서는 참전용사 지지의 뜻을 담은 메시지를 내보내 급한 불을 끄고, 트럼프를 공격하는 미디어를 역공하는 식으로 대응에 나섰습니다.

이번 일이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여전히 트럼프는 공화당 예비 후보 중 높은 지지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선거 운동 방법을 고수하겠다는 뜻도 확실해 보입니다. 우선 선거 운동을 전업으로 여기는 경쟁자들과 달리, 트럼프는 인터뷰에서 직접 밝혔듯 다른 일과 선거 운동을 “50대 50″으로 해나가고 있습니다. 공화당 대선 주자들이 다양한 경력을 갖춘 정치 참모들을 두고 있는 것과 달리, 트럼프는 자신의 팀을 자신의 회사 내부 사람들로 꾸렸습니다. 경쟁자들이 세계정세를 이해하기 위해 두꺼운 책을 읽는 것과 달리, 바쁜 트럼프는 “대외 정책의 문제는 그게 매일 매일 바뀐다는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신문을 선호한다고 밝혔죠. 트럼프의 선거 캠프에는 사안에 대한 입장 보고서를 내는 정책팀도, 후보자의 장기적 비전을 홍보하는 본부나 연설문 작성팀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선거 운동에 쓴 비용은 경쟁자들보다 훨씬 적지만, 대부분 비용을 자비로 지출했습니다.

고위 선출직 자리를 놓고 간만 보다가 출마는 하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트럼프의 대권 도전 의지는 확고해 보입니다. 그러나 캠프의 운영 방식이 노출되면서, 초반 그의 지지율을 높여주었던 트럼프 캠프의 개성이 슬슬 부작용을 낳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민자들을 범죄자로 낙인찍은 발언 이후, 인기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를 제작했던 NBC는 트럼프와의 연을 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메이시스 백화점과 PGA도 비슷한 결정을 내렸죠. 이런 손해를 감수하고도 트럼프는 대선 경쟁을 완주할까요? 도대체 무엇을 얻기 위해 대권 도전에 나선 것일까요? 일부 전문가들은 대권 도전이 트럼프 개인과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분석합니다. 누가 뭐래도 트럼프의 주장은 자신의 경제 상황, 불법 이민자, 그리고 미국의 추락하는 국제적 위상에 불만을 갖고 있는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고, 이들의 지지는 숫자로 잘 드러납니다. 트럼프가 부적절한 돌출 언행으로 사업상의 피해를 입을 때면, 지지자들은 그를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제도권으로부터 피해를 본 희생양으로 인식합니다. 주로 노동자 계층의 백인들로 이루어진 이 지지 세력은 트럼프 제국의 잠재적 고객이기도 하죠. 트럼프가 선거 전략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큰 이유입니다. (뉴욕타임스)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