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셔머] 종교의 소멸과 그 정치적 의미(2/2)
2015년 7월 21일  |  By:   |  세계  |  12 Comments

왜 그럴까요? 그것은 여러 종교들이 수천 년 동안 만들어온 삶의 원칙들이 더 이상 오늘날의 세계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세가 산에서 십계명을 가지고 내려온 것은 이스라엘 민족을 위해서이지 모압 족속, 에돔 족속, 미디안 족속 같은 다른 이들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구약에서 말하는 ‘내 이웃을 사랑하라’에서 이웃은 자신의 가까운 친척과 부족민만을 의미합니다. 사실 이스라엘이 만약 미디안 족을 자신처럼 사랑했다면 그것은 미디안 족과 동맹 관계인 모압 족이 이스라엘을 멸망시키려 했다는 사실을 볼 때 마치 자살과 같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종교는 민족과 분리될 수 없으며, 본질적으로 다른 민족에 대한 경계를 담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공동체 내에서의 도덕만을 말하며, 다른 공동체에 대해서는 그들을 위협하거나 개종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신앙이란 곧 ‘우리편’인지를 확인하는 정체성에 다름 아니며, 이교도나 무신론자는 바로 ’다른 편’을 구별하는 기준이 됩니다.

물론 오늘날의 유대인이나 기독교인들은 구약 시대처럼 자신의 민족만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새로운 신의 뜻이 드러났거나 새로운 성서의 해석이 등장했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온 것이 아닙니다. 그저 계몽의 시대(The Enlightment)를 거치면서 유대교와 기독교가 덜 폭력적이고 더 관대하도록 바뀌었을 뿐입니다. 계몽의 시대 이후 도덕은 신이 내려준 원칙, 성직자들이 받은 영감, 성서에 써 있는 내용, 위정자의 가르침과 같이 위에서 아래로 주어지는 법칙이 아니라 개인이 중심이 된, 이성에 기반한, 합리적으로 성립된, 과학을 밑바탕으로 한 원칙들처럼 아래에서부터 만들어지도록 바뀌었습니다. 특히 특정한 도덕적 행동에 대해 이 행동이 다른 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가 깊이 고려되도록 바뀌었습니다.

신의 이름을 잘못 입에 올렸다는 이유로, 마녀 사냥과 같은 허구의 죄악으로, 성관계를 가졌다는 이유로, 안식일(Sabbath)에 쉬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죽음을 맞지 않게 된 것은 계몽의 시대 덕입니다. 이 규칙들은 모두 성경에 있는 것이며, 아직도 2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은 이 책을 가장 훌륭한 삶의 신조로 믿고 있습니다.

정치적 결정에 있어 종교가 적절한 판단의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서구가 받아들인지는 오래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 역시, 더 극단적인 종교 분파들이 지배하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앞선 것일 뿐입니다. 아직 미국에도 많은 수의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이 있으며, 우리는 이들이 제퍼슨이 세운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무시하고 실제 정치에 관여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경계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도 나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성 결혼의 경우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후기성도 교회(몰몬교)는 동성애자에게 이성애자와 같은 권리를 주는 법안을 반대하는 켐페인에 돈을 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전략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사상의 시장에서 세속적 가치가 종교적 가치를 몰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오늘날 뉴스에서 종교가 한 나라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너무나 잘 보고 있습니다. 이제 서구의 유대교인과 기독교인들은 계몽의 시대 이후 가지게 된 세속적 가치인 법 앞의 평등, 동등한 기회, 발언의 자유, 언론의 자유,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시민권과 시민자유, 여성과 소수자들의 평등권, 그리고 특히 종교와 정치의 분리 및 어떤 종교든지 가질 수 있는 자유 등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슬람 국가들, 특히 7세기의 신정 국가로 복귀하기를 원하는 나라에서는 아직 그런 변화가 요원합니다.

여기에는 종교적 신앙의 근본을 변화시키는 심오한 뜻이 숨어있습니다. 우리는 호전적인 이슬람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을 매일 보고 있으며, 서구가 힘들게 이룩한 세속적 가치를 받아들이기 거부하고 신앙만을 내세우는 이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역시 보고 있습니다. IS가 종교의 이름으로 수천 년 동안 쌓인 문명의 유산들을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우리는 종교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믿을 만한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헌법보다 종교를 앞세우거나, 전쟁과 같은 중요한 정치적 결정에 앞서 기도를 드린다는 정치인을 뽑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인간이 지금까지 만들어낸 것들 중 가장 인간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도구인 과학과 이성에 의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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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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