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타 인간극장 – 뒤바뀐 쌍둥이의 삶 (7)
2015년 7월 17일  |  By:   |  세계  |  No Comment

옮긴이: 27년 전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Bogotá)의 한 병원에서 실수로 일란성 쌍둥이 신생아 두 명이 뒤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일란성 쌍둥이가 아니라 이란성 쌍둥이 두 쌍으로 서로 다른 삶을 살았습니다. 두 쌍둥이, 네 청년은 24살이 되었을 때 우연히 서로를 알게 되어 한자리에 모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이번 주 총 여덟 편에 걸쳐 소개합니다. 이 기사는 지난주 뉴욕타임스에서 줄곧 이메일로 가장 많이 공유된 기사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6부 보기

일란성 쌍둥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정자가 난자를 만나 수정이 되는 그 순간의 수정란이 갖고 있는 특징 가운데 하나가 분화전능성(totipotent)입니다. 분화전능성이란 어떤 기능을 하는 세포로든 분화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첫 번째 세포는 말 그대로 모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심장을 뛰게 하는 근육이 될 수도 있고, 눈썹이 될 수도 있으며, 뉴런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세포로 분화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까다롭고 복잡한 기능을 가진 세포, 장기도 결국은 이 첫 번째 세포가 분화되고 자라 만들어진 겁니다. 그런데, 이 분화전능성은 세포가 분열되는 그 순간 사실상 사라집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 첫 번째 세포는 그 어느 것이든 될 수 있지만, 세포가 갈라져 분화를 시작하는 순간, 이미 그 세포는 신체의 어느 부위에서 어느 역할을 하는 세포가 될지 결정돼 있다는 뜻입니다. 심장으로 자라라는 명령을 받은 세포는 그 안에 잠재돼 있던 다른 모든 가능성을 차단합니다. 이는 심장으로 자라다가 갑자기 눈썹이 되지 않게 하려고 우리 몸이 갖춰놓은 기작입니다. 이런 질서가 있기 때문에 수많은 세포와 기능이 모여 하나의 유기체를 만들고 작동시키는 겁니다.

하나의 수정란이 두 생명체로 분화해 쌍둥이가 되는 시점은 대개 배아가 생성된 지 닷새에서 엿새 사이입니다. 이미 분화전능성을 잃고 분화를 거듭하던 세포가 두 배아에 골고루 퍼져 들어갑니다. 이렇게 되면 세포가 원래 분화되던 순간 목표로 삼았던 기능과 다른 기능을 하는 세포로 자랄 수도 있습니다.

예일대학교 의과대학의 클라이만(Harvey Kliman) 교수가 주창한 이론에 따르면, 쌍둥이 중 한 명에게서는 이 역할을 하는 유전자가 다른 쌍둥이에게서는 다른 역할을 하는 유전자로 발현되거나 표현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 쌍둥이의 배아가 각기 떨어져나온 뒤로는 자궁 속 환경에 각기 다르게 반응합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일란성 쌍둥이의 닮은 점을 찾아낸 뒤 감탄하는 사이, 유전학자들은 유전자가 똑같은데도 때로는 확연히 다르게 나타나는 쌍둥이들 사이의 차이에 주목합니다. 일란성 쌍둥이 가운데 한 명만 동성애자거나 트랜스젠더가 되기도 하고, 한 명만 특정 질병에 걸려 먼저 죽기도 합니다.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흡연, 스트레스, 비만 등 환경 요인도 가지가지입니다. 과학자들은 수백, 수천 가지 요인을 골라내 정리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환경 탓인지 밝혀내는 작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봄, <네이처 유전학>에 지난 50년간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메타 분석 연구가 실렸습니다. 연구 결과를 종합해 평균을 내보면 (쌍둥이들에게서 발현되는 특징이나 질병의) 50%는 환경 탓이고, 50%는 유전자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50:50이라는 숫자는 정작 중요한 유전자의 반응 경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유전자가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환경의 변화, 외부의 특정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며, 그 결과와 기억을 어떻게 선별적으로 유전자 속에 담아 후대에 물려주는지 등의 복잡한 과정을 과학자들은 후생적 프로필(epigenetic profile)이라고 부릅니다. 이 후생적 프로필은 유전자가 몇 퍼센트를 결정하고 나머지 몇 퍼센트는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식으로 두부 자르듯 나누어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절차, 개념입니다.

세갈 교수는 보고타로 떠나기 전 호주 머독 어린이 연구소의 크레이그(Jeffrey Craig) 박사에게 까를로스, 호르헤, 윌리암, 윌베르의 후생학적 특성을 분석해달라고 의뢰했습니다. 분석을 위해 네 청년의 타액 샘플을 보냈죠. 세갈 교수도, 크레이그 박사도 결과가 궁금했습니다. 이 넷 중에 누구의 후생학적 특성이 비슷할까요? 유전자가 일치하는 생물학적 쌍둥이들끼리? 아니면 세갈 교수가 ‘가상의 쌍둥이’라고 부른, 같은 환경에서 자라난 형제들끼리 특성이 비슷할까요?

크레이그 박사는 지금까지 서른네 쌍의 쌍둥이들의 후생학적 특성을 분석했습니다. 이들이 태어날 때 입 안쪽에서 타액을 채집해 유전자를 분석했죠. 재미있는 점은 가끔, 자주는 아니고 가끔이지만, 쌍둥이들의 후생학적 특성이 같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어떤 때는 이 후생학적 특성이 같은 뱃속에서 나온 일란성 쌍둥이보다도 전혀 혈연관계가 없는 다른 신생아와 가깝기도 합니다. 크레이그 박사는 탯줄의 굵기에 따라, 또는 태반으로부터 탯줄이 연결된 지점이 다르면 같은 엄마 뱃속이라도 환경에서 차이가 난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엄마의 심장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그래서 뱃속에서 가장 많이 들었을 엄마의 심장 박동 소리의 크기가 어떻게 달랐는지도 후생학적 특성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 쌍둥이 연구소의 클럼프(Kelly Klump) 소장은 쌍둥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한 사람이 어떤 특징을 나타내는 데 환경이 얼마만큼 영향을 끼쳤는지 보려면 당연히 유전자의 총체인 게놈(genome)을 통제해야겠죠. 한 사람의 게놈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쌍둥이, 특히 일란성 쌍둥이는 정말 소중한 연구 대상인 거죠.”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그런 일란성 쌍둥이 사이에서 특히 다르게 발현되는 특징에 주목합니다. 영국 왕립대학 유전역학과의 스펙터(Tim Spector) 교수는 쌍둥이 가운데 한 명에게서만 당뇨나 자폐 증세가 나타나는 사례를 모으고 있습니다.

대중에게 쌍둥이 연구와 유전자의 영향력에 대한 인지도를 높인 것도 이 연구의 선구자 격인 부샤드 교수의 업적이라면 업적입니다. 특히 그가 연구를 시작할 때는 유전자의 영향력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 자체가 거의 없었던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스펙터 교수와 크레이그 박사가 하는 연구의 목적은 반대로 우리가 환경의 영향에 어떻게 반응하고 적응하는지 규명하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유전자가 환경의 자극에 반응해 변화를 추동하는지 밝히는 데 과학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예전의 쌍둥이 연구가 (유전자가 정해져 있으므로, 또는 부모로부터 받은 특징이 똑같으므로) 변할 수 없는 이미 정해진 것들을 밝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후생학적 쌍둥이 연구는 어느 부분이 변할 수 있는지, 왜 달라지는지를 밝히려 합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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