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후각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2015년 7월 8일  |  By:   |  과학  |  No Comment

맨체스터 대학의 매튜 코브 교수를 포함하여 알래스카 대학 페어뱅크스의 카라 후버 교수가 이끄는 과학자들이 우리의 후각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연구하여 오래 전에 멸종한 인류의 친척이 어떻게 냄새를 맡았는지까지도 재구성했습니다.

후각은 인류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입맛과도 관련이 있고 기분을 좋게 하거나 나쁘게 하는 물질을 알아차리는 역할도 합니다.

사람의 코에는 400만 개의 후각 세포가 있으며 이 세포들은 약 400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냄새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은 집단 내, 그리고 집단 사이에서도 큰 유전적 변이를 보입니다. 각각의 후각 세포는 한 종류의 수용기, 혹은 ‘자물쇠’를 가지고 있어서 냄새를 전달하는 입자가 공기에 떠다니다가 맞는 ‘자물쇠’와 만나면 그 세포가 활성화됩니다.

대부분의 수용기는 한 가지 이상의 냄새를 감지할 수 있으나 OR7D4라고 불리는 수용기는 안드로스테논이라고 불리는 특정한 냄새만을 감지할 수 있는데, 안드로스테논은 돼지가 만들어내는 물질이며 멧돼지 고기에서 발견됩니다. OR7D4를 만들어내는 유전자의 DNA 염기서열이 다른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다른 염기서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안드로스테논 냄새에 다르게 반응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 냄새가 역겹다고 느끼고, 어떤 사람은 달콤하다고 느끼며, 이 냄새를 전혀 맡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안드로스테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OR7D4 DNA 염기서열로부터 예측이 가능하며, 그 반대로 냄새에 대한 반응으로부터 DNA 염기서열을 알아낼 수도 있습니다.

연구진들은 전 세계 43개 인구 집단, 2,200명의 사람으로부터 얻은 OR7D4 정보를 담고 있는 DNA를 연구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토착민 집단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인구 집단의 경우 서로 다른 유전자 염기서열을 가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 물질의 냄새를 맡는 능력 역시 그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예를 들어 인류가 유래한 아프리카의 인구 집단들은 이 냄새를 맡을 수 있지만, 북반구의 사람들은 이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것은 인류가 처음 아프리카에서 진화했을 때 그 초기 인류는 아마도 이 냄새를 맡을 수 있었으리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 세계 OR7D4 유전자 형태의 빈도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 유전자의 서로 다른 형태가 자연 선택을 거쳐 만들어졌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해졌습니다.

자연 선택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은 안드로스테논 냄새를 맡지 못하는 능력이 인류의 조상이 돼지를 가축화한 과정과 관련이 있었으리라는 것입니다. 안드로스테논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사람은 거세하지 않은 돼지의 고기 맛을 불쾌하게 느낍니다. 돼지는 아시아에서 처음 가축화되었는데, 아시아에서는 안드로스테논에 덜 민감한 유전자의 빈도가 높았습니다.

연구팀은 또 멸종한 두 인류 집단,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고대 DNA 에서 OR7D4 유전자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들의 유해는 시베리아의 한 장소에서 발견되었으나 둘 사이에는 수천 년의 시간적 간격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의 OR7D4 DNA가 우리의 DNA와 비슷하여 아마도 네안데르탈인은 안드로스테논 냄새를 맡을 수 있었으리라고 결론내렸습니다. 데니소바인은 수수께끼에 쌓여 있는 인류의 멸종한 친척으로, 이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데니소바인에 대해 알려진 건 서로 다른 개인으로부터 유래한 치아 하나와 손가락 뼈 하나 뿐입니다.

데니소바인의 DNA는 독특한 변이를 보였는데, 인류나 네안데르탈인과 다르게 이 변이는 OR7D4 수용기의 구조를 변화시켰습니다.

연구팀의 일원인 미국 듀크 대학의 히로아키 마츠나미는 데니소바인의 OR7D4를 재구성하여 오래 전에 멸종한 이들 코의 후각 세포가 안드로스테논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변이에도 불구하고 데니소바인의 코는 우리의 코와 마찬가지로 작동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류의 가까운 친척들은 초기 인류 조상들처럼 이 이상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연구는 인류의 유전자에 대한 전 세계적 연구를 통해 냄새를 맡는 능력의 차이가 서로 다른 음식에 대한 입맛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통찰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또한, 흥미롭게도 유구한 진화적 과거를 들여다보고 먼 조상이 어떤 감각을 느꼈을지 재구성해보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 역시 보여주었습니다.

이 연구는 알래스카 대학 페어뱅크스, 뉴욕 주립대학, 듀크 대학, 그리고 맨체스터 대학의 과학자들이 수행하였으며 학술지 ‘케미컬 센스(Chemical Senses)’ 에 발표되었습니다. (사이언스 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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