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문화와의 궁합(Cultural fit)”, 제대로 된 인재 채용 기준으로 삼으려면? (2)
2015년 6월 12일  |  By:   |  경영, 칼럼  |  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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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개인적인 호불호를 기준으로 후보자들을 평가하는 건 앞서 말한 투자은행, 경영 컨설팅, 유명 법무법인에서만 그런 게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보편화된 현상입니다. 면접관들은 으레 취미가 무언지, 업무시간 외에 어떤 일을 하며 보내는지를 묻곤 합니다. 이 질문에 어떤 답을 하느냐는 일자리를 얻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관례는 조직 내 인적 구성의 다양성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성별, 인종별, 교육 수준 혹은 출신 지역별 다양성은 계속해서 높아졌지만, 기업은 사회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 여전히 다양성이 부족한 축에 속합니다. 문화적인 궁합을 이유로 기존에 있는 사람들과 다른 사람보다는 비슷한 사람들이 계속 뽑혀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연구한 기업들을 보면 직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경험은 대개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할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옮긴이: 사회경제적으로 특정 계층만 향유할 수 있는 취미인 경우가 많다는 뜻) 투자은행, 경영 컨설팅, 법무법인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가만 놓고 분석해보면 여전히 사회경제적으로 고소득층, 부유층이 압도적으로 많은 근본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조직 문화와의 궁합”인 겁니다. 또한 여전히 전통적 의미에서 남성적인(masculine)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조직과의 궁합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는 업무 능력이 탁월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여성적인(feminine) 성격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조직과의 궁합 평가에서 감점을 받아 불필요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서 일해야 업무 효율이 높아지지 않겠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그건 직종마다 다른데, 복잡하고 창의적인 의사 결정을 잇달아 내려야 하는 직종에서는 너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있는 것보다 다양한 조합의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실수가 줄어들고, 잘못된 결정을 내릴 확률도 낮아집니다. 사실 팀을 꾸려서 일을 하게 되면 그 프로젝트를 같이 한 경험 자체로도 끈끈한 유대감이 생기는 법인데, 많은 사람들은 이를 종종 간과합니다. 꼭 비슷한 종의 와인을 마시거나, 주말이면 자동차 경주를 즐겨보는 사람들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끈끈한 조직을 꾸려 일을 잘 해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조직 문화와의 궁합이라는 미명 하에 비슷한 경력, 취미 생활을 토대로 판단한 호불호에 따라 사람을 뽑는 관례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후보자가 가진 실제 업무 능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개 누군가가 하는 거짓말을 자기는 똑똑히 가려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실제로는 잘 속아넘어가면서도 말이죠. 누군가의 능력을 검증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와 잠깐만 이야기해 보면 이 일을 잘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는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사실에 홀려 업무 능력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내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체계적인 문항 없이 편안한 대화로 이어지는 많은 인터뷰의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업무에 있어서도 개인과 조직의 궁합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궁합은 비슷비슷한 개인이 모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돼서는 안 됩니다. 조직 문화와의 궁합이 정말 맞는 개개인을 뽑아 고용하고 싶다면, 그냥 편안한 대화 형식의 면접이 아니라 체계적인 기준을 갖고 분석할 수 있는 설문 문항 혹은 명백한 기준에 입각해 준비된 질문을 토대로 한 면접을 해야 합니다. 몇 가지 방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조직 문화가 무엇인지부터 분명하게 후보자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애매하고 추상적인 표현은 최대한 빼야 합니다. 그리고 이 문화와의 궁합, 적합도가 회사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해야 합니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통계 수치를 근거로 보여줄 수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그리고 나서 공식적인 “궁합 판별표”를 만드는 겁니다. 면접관 개인의 주관적인 호불호에 기대어 판단하지 않도록 최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분명히 세우는 것이죠. 아울러 면접관에게 궁합을 기준으로 삼되,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할지 기준을 정해주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적잖은 경우 면접관들에게 어떤 특징을 갖춘 후보를 찾아내고, 어떤 특징을 갖춘 후보는 가능하면 피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도 각 항목별로 우선 순위를 정해주지 않아 면접관들이 판단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럴 때 (조직 문화와의 궁합이라는 항목에 포함될) 개인적인 호불호가 필요 이상으로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사실 과거에는 훨씬 노골적인 방식으로 비슷한 사람을 대놓고 뽑았습니다. 성별, 인종, 종교에 따라 지원조차 할 수 없는 일자리가 있었으니까요. 이제는 법적으로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여전히 문화와의 궁합이라는 틀을 이용해 사람들을 걸러내고 있습니다. 자신과 잘 맞는 일터에서 일해야 업무만족도가 높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어 행해지는 보이지 않는 차별이 때로는 기업 문화에 꼭 필요한 다양성을 억누르고 있습니다.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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