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과학 뉴스로 드러난 언론계의 문제점
2015년 6월 4일  |  By:   |  과학  |  No Comment

몇 달 전, 여러 언론에서는 사실이라기에는 너무 그럴듯해 보이는 과학기사 하나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것은 “초콜릿을 먹는 것은 살을 빼는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기사였습니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을 포함해, 인도, 호주, 독일 등의 언론들은 이 결과가 지난 3월 국제약학기록(International Archives of Medicine)에 발표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뭐가 문제였을까요? 그것은 이 연구가 사실 가짜 연구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이 연구의 책임자이자 과학기자인 존 보해넌이 이를 밝힐때까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지난 수요일, Io9 에 이 사실을 밝혔습니다. 박사학위를 가진 과학 언론인인 보해넌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엉터리 뉴스가 얼마나 쉽게 주요 언론을 탈 수 있는지를 보이고자 했습니다.

보해넌은 식품과학 또한 과학이며 과학기자들은 이를 다룰 수 있는 과학적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과학 논문을 읽을 수 있어야 하며, 실제로 논문을 읽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식품과학 기사들을 마치 가십처럼 다루었습니다. 나의 이 실험이 언론인들과 독자들을 좀 더 회의적으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엄밀히 말해, 이 연구는 실제로 이루어졌습니다. 보해넌과 그의 동료들은 일반인 16명을 모아 이들에게 식단을 짜 주었습니다. 그리고 저-탄수화물 식단에 초콜릿 바를 같이 먹은 한 사람이 한 가지 식단만을 먹은 다른 이들보다 더 빨리 체중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수 없이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보해넌은 우선 이 연구의 실험 디자인에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즉, 너무 작은 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했고, 실험 자체에 너무 많은 요인들이 관여되어 있어 어떤 임의의 요소가 마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인 것처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발표한 저널은 동료심사를 거치지 않는, 소위 말하는 돈을 받고 논문을 실어주는 논문지였습니다. 몇년 전 사이언스 지는 이렇게 논문을 ‘파는’ 저널들이 많다는 사실을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또다른 문제는, 이들의 연구를 보도한 기자들은 다른 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과학기사 보도에 있어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건강뉴스리뷰(Health News Review)의 발행인인 개리 슈비처는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말합니다. 지난 9년간 그는 언론이 건강뉴스를 다루는 방법을 비판해왔고, 이를 개선하기위해 노력했습니다.

“그가 보여준 문제는 현실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우리는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은 연구를 보도한 예를 알고 있으며, 의학저널이나 과학계, 산업체에서 나온 보도자료를 잘못 읽고 그대로 보도한 예들도 알고 있습니다.” 또한 ‘논문을 쓰지 않겟다면 사라져라(publish or perish)’는 학계의 풍토 역시 학자들로 하여금 정확성이나 엄밀성 보다는 다른 것들을 추구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엉망진창인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그리고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를 느끼고 있지요.”

슈비처는 보해넌이 초콜릿을 엉터리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것이 적절했다고 말합니다. 초콜릿이 기억력을 좋게 한다는 뉴스는 초콜릿의 판매량을 실제로 올렸습니다. 슈비처는 초콜릿에 대한 여러 뉴스들을 비판해왔습니다. (물론 초콜릿에 대한 모든 연구가 엉터리라는 것은 아닙니다.)

보해넌의 이 시도는 과연 음식과 관련된 과학뉴스의 보도방식이 처한 이 위기상황을 해결하는 계기가 될까요? 아니면 그저 위기를 더 가중시키게 될 뿐일까요?

“두 가지 효과가 다 있을 겁니다.”

슈비처는 보해넌의 시도를 지지합니다. 그러나 그는 오늘날 숨가쁘게 돌아가는 뉴스산업에서, 식품과학 수업을 들어야할 언론인들은 이미 다음 이슈를 쫓고 있다고 말합니다.

또 보해넌의 시도에 부정적인 이들이 있습니다. 트위터의 몇몇 과학자들은 보해넌이 참가자들에게 이 연구가 엉터리 연구임을 밝혔는지를 염려하는 트윗을 올렸습니다.

뉴욕대학의 생물윤리학자 아트 카플란은 보해넌의 실험이 저널리즘과 실제 연구의 경계에 있다고 말합니다.

“나는 그 연구를 지지합니다. 이 연구가 언론의 식품과학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 역시, 실험의 참가자들은 적어도 연구가 끝난 시점에서 그 실험의 목적을 들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보해넌에게 이를 물었고, 아직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가 답을 보내오면 이 기사에 그 내용을 덧붙일 예정입니다.)

또한 보해넌의 실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포인터 연구소의 언론윤리학자 켈리 맥브라이드는 말합니다. “이 실험은 비윤리적입니다. 그는 사람들을 속였고, 그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있었어요. 식품과 관련된 과학 분야에는 수많은 엉터리 과학 정보들이 인터넷에 널려있습니다. 보해넌은 사태를 더 악화시킨 것일수도 있어요.”

보해넌의 가짜 연구가 뉴스로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맥브라이드는 그 뉴스를 읽은 많은 이들이 실제로 초콜릿이 살을 빼는데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할 것이며, 그 중 많은 이들이 그 연구가 실은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소식을 알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언론인들에게는 이 시도가 어떤 충격을 주었을까요? 맥브라이드는 여기에 대해서도 회의적입니다.

“사람들에게 창피를 주는 것은 좋은 교육방법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를 필요로 할 때에만 무언가를 배우죠. 부끄럽거나 부끄럽기 두려워서라기 보다는요.” (적어도 처음 이 뉴스를 보도한 몇몇 언론들은 후속뉴스를 실었습니다.)

하지만 슈비처는 오늘날과 같이 뉴스로 가득찬 세상에서는 이런 극단적인 방법만이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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