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미술품 가격과 경제적 불평등 심화 간의 관계
월요일 경매에서 피카소 작품 한 점에 1억7940만 달러를 내겠다고 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 돈이 어디서 나온 돈인지, 왜 미술품 한 점에 그렇게 큰 돈을 쓰게 되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죠.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미술품의 가격은 글로벌 불평등의 심화와 관계있다는 것입니다. 산수는 간단합니다. 피카소나 지아코메티 작품의 공급은 고정되어 있는 반면, 이 정도 급의 작품을 살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부와 소득의 불평등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은 꼭대기층을 들여다보고 다음과 같은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소득 수준 상위 1%에 해당하는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의 연봉은 상위 10%의 성공한 치과의사들보다 훨씬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상위 0.1% 대기업 CEO의 연봉은 파트너 변호사들의 연봉보다 빨리 높아집니다. 0.01%에 해당하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수입 상승 속도는 이보다 더 빠르고요. 피카소 작품을 무리없이 구입할 수 있는 0.001%의 부자들의 형편은 나날이 더 빠른 속도로 좋아지고 있는 것이죠.
피케티의 책을 읽어보지 않아도, 고가 미술품 시장을 들여다보면 이런 현상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우선 보유 자산의 1% 이상을 미술품 한 점에 쓰는 사람은 없다고 가정해 봅시다. “알제리의 여인들”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최소 179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겠죠. 포브스의 억만장자 리스트에 따르면, 그 정도 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전 세계에 딱 50명입니다. 물론 이번 경매에 참여해 1억2500만 달러를 불렀던 카지노 재벌 스티브 윈처럼 자산의 3.7%를 털어서라도 피카소 작품을 구입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 포브스의 리스트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몰래 부를 쌓아놓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죠. 그러나 해당 작품이 마지막으로 경매에 나왔던 1997년과 비교해보면, 어마어마한 부자들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물가 인상을 반영하고 보유 자산 1% 전제를 적용하면, 1997년에는 123억 달러 정도는 보유해야 이 그림을 살 수 있었을 겁니다. 해당 연도 포브스 억만장자 리스트를 보면, 그 기준선을 통과하는 부호는 12명 남짓입니다. 즉, 1997년부터 현재 사이에 피카소의 작품을 살 수 있는 부자가 4배 이상 많아진 것입니다. 실제로 당시에 그림은 3190만 달러에 낙찰되었습니다. 물가 인상을 고려해도 4670만 달러죠.
작품의 수는 한정되어 있는데 엄청난 자산을 보유한 사람의 수는 늘어가니, 미술품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미술품 뿐 아니라 런던 중심가의 고급 주택이나 센트럴파크 옆의 아파트, 1982년 산 보르도도 마찬가지입니다. S&P 500 지수가 215% 오르는 동안, 피카소 작품의 가격이 462% 오른데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상황은 어떻게 될까요? 어마어마한 부를 소유한 사람들에게도 공짜 점심은 있을 수 없습니다. 미술품에는 유행이 있어서 피카소 그림의 인기가 지금보다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법적인 리스크도 따릅니다. 중국 정부가 부정부패, 부의 과시를 단속하고 나섰으니, 중국 부자들이 미술품 시장에서 발길을 돌릴 수도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미술품 거래가 탈세와 돈세탁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가 도입될 수도 있구요. 그러나 현재의 불평등 심화 추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피카소 그림을 척척 살 수 있는 부자들에겐 걱정이 없을 겁니다. 그만한 재력을 가진 부자들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이번주와 같은 경매 전쟁은 또 일어날테니까요. (뉴욕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