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부패”란 무엇인가?
2015년 5월 6일  |  By:   |  세계  |  No Comment

미국 대권 도전에 나선 주자들은 아직 현장에서 유권자들을 많이 만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선거에 들어갈 어마어마한 돈을 지원해줄 백만장자, 억만장자들에게 공을 들이고 있죠. 이런 상황에 대해 좌우 진영의 활동가들은 “정치 부패”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 중입니다.

일례로 공화당 후보들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코크(Koch) 형제를 봅시다. 공화당 경선에 도전장을 던진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최근 “코크 가문과 그들의 네트워크는 작은 정부, 기업의 자유와 같은 가치를 옹호하는 활동을 하고 있고, 이에 대해 큰 존경심을 갖고있다”며 코크 형제의 지지를 받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한때는 이 정도의 발언이 정치활동과 부패 사이의 선을 넘나드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1976년, 미국 대법원은 부패의 정의를 “거액의 선거 자금에 대한 후보자의 의존에서 비롯된 부적절한 영향력의 실체와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 내린 바 있습니다. 현직 대법관 존 로버츠는 개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좁히고자, 작년 판결에서 부패란 “특정 후보가 공적 업무의 영역에서 특정 행위를 하겠다고 동의한 대가로 받은 선거 자금”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른바 대가성이 있는 정치인의 호의는 중죄라고 못받은 것이죠.

그러나 포덤 로스쿨의 제피어 티치아웃 교수의 생각은 다릅니다. 작년 뉴욕 시장 후보를 선출하는 민주당 경선에 출마했던 티치아웃 교수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부패를 구체적이며 기소가능한 범죄로 보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오늘날도 의원이나 변호사가 아닌 미국의 일반 대중은 시스템 자체가 부패한 것이라고 본다며, 때문에 명백하게 돈과 특혜가 오간 증거가 없어도 의회 자체는 부패한 곳이라는 통념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막대한 정치 자금을 휘두르는 수퍼팩(Super PAC)에 맞서 “메이데이”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하버드 로스쿨의 로렌스 레식 교수 역시 부패가 시스템의 문제라는 티치아웃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현재의 정치 자금 제도가 정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을 앗아가고 있다는 것이죠.

두 사람은 진보 진영 인사로 분류되지만, 정치 부패라는 주제는 보수와 리버테리언 사이에서도 주요 화두입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윤리 자문을 지낸 법대 교수 리처드 페인터는 여타 보수 인사들과 달리 국민 세금으로 선거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200달러 세액 공제를 통해 선거 당 80억 달러의 기금을 조성하면 유권자들이 이미 갑부들의 간택을 받은 양대 정당의 두 후보자 중 하나를 고르는 것 이상으로 의미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죠.

리버테리언 계열의 케이토연구소 연구원 트레버 버러스는 선거자금법 개정으로 정치 부패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선거에 더 많이 개입하게 될 뿐, 정치 로비와 같은 부문에서 실질적인 부패는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요. 그는 로비에서의 부패가 정계 내 미스매치로 인해 발생한다고 주장합니다. 박봉과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의원 보좌관들이 높은 보수를 받고 경험도 많은 로비스트들을 상대하며 이들이 주는 정보에 의지하다 보니 부패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보좌관 월급을 올려야 이들이 오래 자리를 지키며 전문성을 쌓을 수 있고, 로비스트로 워싱턴에 재입성하는 “회전문 현상”도 막을 수 있다는 게 버러스의 생각입니다. 그래야만 정치인도 로비스트의 고용주인 기업, 노조, 이익단체로부터의 압박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는 것입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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