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이 사상 최대의 용암류를 일으켰을까?
2015년 5월 6일  |  By:   |  과학  |  No Comment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분교의 지구물리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에 따르면 6600만 년 전 멕시코의 바다에 떨어져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이 지구를 마치 타종하듯이 때려서 지구 곳곳의 화산 분출을 유발하고 황폐화를 가속시켰을 수 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특히 데칸 트랩이라고 알려진 인도에서 일어난 대규모 용암 분출이 이로 인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으로 데칸 트랩의 용암 분출과 소행성 충돌의 시점이 “설명하기 힘들만큼 가까운 시기”에 일어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두 가지 사건이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는 사실 때문에 과학자들은 소행성이 백악기 말기의 대량 멸종을 일으킨 유일한 원인이라는 이론에 의구심을 품어왔습니다.

“지난 10억 년간 일어났던 것들 중 가장 큰 소행성 충돌의 시점과 데칸 고원에서 대규모 용암 분출이 있었던 시점이 왜 10만 년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지를 설명하려고 한다면… 이런 일이 우연히 일어날 확률은 무시할 만큼 낮습니다.” 연구팀을 이끌었던 UC 버클리 지구행성과학과 교수 마크 리차즈의 말입니다. “우연이라고 믿기는 상당히 힘들죠.”

리차즈와 그의 동료들은 4월 30일자 ‘미국지질학회보 (The Geological Society of America Bulletin)’ 에 실린 논문에서 소행성 충돌이 데칸 고원의 용암 범람을 재활성화시켰다는 이론에 대한 증거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데칸 고원의 용암 범람은 소행성 충돌이 일어나기 전에 시작되었지만 충돌로 재활성화된 이후 수십만 년 동안 계속해서 범람하며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와 기타 독성이 있고 기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체들을 대기권으로 뿜어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공룡의 시대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지구에 살던 대부분의 생명체가 죽어간 대량 멸종 사건에 이것이 큰 영향을 끼쳤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리차즈는 말합니다.

“소행성 충돌과 데칸 고원의 용암 분출은 그럴 듯한 이야기고 사실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하지만 공룡과 유공충들이 정말로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를 우리는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리차즈의 말입니다. 리차즈가 언급한 작은 해양생물인 유공충의 상당수는 백악기와 팔레오기의 경계, 소위 K-Pg 경계부에서 갑작스럽게 화석 기록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땅 위를 지배했던 공룡이 사라짐으로 인해 인간을 포함하는 포유류의 시대가 열렸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리차즈는 그의 이론이 이전의 이론, 그러니까 소행성 충돌이 지구를 돌아 바로 반대편, 즉 대척지에 위치하고 있는 데칸 트랩의 분출을 직접적으로 일으켰다고 보는 이론과는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대척지 이론”은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에서 발견된 칙술룹 충돌구가 데칸 트랩의 대척지에서 5000km 정도 떨어져 있다는 것이 알려지자 시들해졌습니다.

리차즈는 1989년에 “플룸 머리(plume heads)”라고 불리는 뜨거운 암석 기둥이 2천만~3천만 년 간격으로 지구의 맨틀에서 솟아올라 데칸 트랩과 같은 거대한 용암류, 즉 범람현무암을 만들어낸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버클리의 폴 렌 연구팀은 몇 년 전 대서양 중앙 마그마 지역이 2억 년 전 트라이아스기-쥐라기 경계에서의 대량멸종과 연관되어 있고, 시베리아 트랩이 2억 5천만 년 전의 페름기말 멸종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중국에서 있었던 에메이샨 트랩이라고 불리는 대형 화산 폭발이 2억 6천만 년 전 과달루페세 말기의 멸종과 관련되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죠.” 리차즈의 말입니다. “그리고 6600만 년 전에 일어난 데칸 지방의 화산 분출 – 지구상에서 가장 큰 용암류를 포함하는 – 이 백악기-팔레오기 멸종과 같은 시기에 일어났습니다. 백악기-팔레오기 경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리차즈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팀을 이루어 소행성 충돌이 데칸 고원의 용암 분출을 일으켰다는 급진적인 생각의 문제점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으나 오히려 자신의 이론을 지지하는 증거들을 찾아냈습니다. UC 버클리 지구행성과학과 교수이자 버클리 지사학센터의 책임자인 렌은 2년 전에 소행성 충돌과 대량멸종의 연대를 다시 측정하여 두 사건이 사실상 동시에 일어났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또 그 시기가 와이 서브그룹 플로우 (Wai subgroup flow) 라고 불리는, 데칸 고원에서 일어난 최대의 분출 사건과 약 10만 년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와이 서브그룹 플로는 현재 인도 아대륙의 뭄바이에서 콜카타까지 이어지는 용얌의 약 70% 정도를 만들어낸 분출입니다.

같은 학과의 교수인 마이클 망가는 지난 10년간 대형 지진 – 2011 년에 일본의 토호쿠에서 일어난 진도 9.0 짜리 지진과 비슷한 강도의 지진들 – 이 가까이 있는 화산의 분출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리차즈는 칙술룹 충돌구를 만들어낸 소행성은 지구상의 어디에서든 충분히 진도 9 혹은 그 이상의 지진을  만들어 내 데칸 고원의 범람 현무암 및 중앙해령을 비롯한 곳곳의 화산 분출을 이끌어 낼 수 있었으리라는 계산결과를 얻어냈습니다.

“소행성 충돌이 충돌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암석들을 녹일 수 있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지만 시스템에 이미 마그마가 존재하고 있고 약간의 추가에너지만 필요한 상태였다면 소행성충돌이 대규모 분출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겁니다.”

“소행성 충돌 이전의 데칸 용암은 충돌 이후의 용암과 화학적으로 다릅니다. 충돌 이후의 용암은 더 빠른 속도로 표면을 향해 부상했고, 빠르게 부상한 용암이 흘러나가면서 만들어진 암맥의 패턴을 보면 충돌 이후에 만들어진 패턴의 방향이 더 무작위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분출 양상, 용암의 부피 및 조성 등에서 소행성 충돌 이전과 이후가 매우 다릅니다.” 렌의 말입니다. “결국은 ‘이런 불연속성이 소행성 충돌과 동시에 일어난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리차즈와 렌, 그리고 대학원생인 커트니 스프레인은 데칸 고원의 화산학 전문가인 스티븐 셀프와 로익 반더크루이센과 함께 2014년 4월에 인도를 방문해 연대 측정에 사용할 용암 시료를 채취하면서 거대한 와이 서브그룹 플로우가 시작되는 부분의 표면, 즉 테라스가 상당히 많이 풍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지질학적으로 보자면 이 풍화된 테라스는 칙술룹 충돌이 있기 전에 데칸 화산활동이 잠잠했던 시기를 나타내는 증거로 생각됩니다. 사람들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 같지만, 이 테라스들은 가츠 산의 서부지역에 해당하는데 가츠 산의 이름은 힌디어로 계단을 의미한다.

“기존에 있던 거대한 화산계(volcanic system)는 아마 수백만 년 동안 그 자리에 머물러있었을 겁니다. 그러던 차에 소행성 충돌이 이 계를 뒤흔들어 엄청난 양의 마그마가 짧은 시간 동안 이동하게 된 거죠.” 리차즈의 말입니다. “이 이론의 아름다운 점이라면 쉽게 검증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이 이론은 소행성 충돌이 있고 멸종 사건이 시작된 후 10만 년 이내 정도에 대규모 분출이 있어야 한다고 예측해주고 있기 때문이죠. 10만 년은 마그마가 지표면에 도달하는 데까지 걸리는 대략적인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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