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150만 명의 흑인 남성들
뉴욕에서는 25~54세 흑인 남성 12만 명이 일상생활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시카고의 경우는 4만 5천 명, 그리고 필라델피아에서는 3만 명 이상의 흑인 남성들이 사라졌습니다. 흑인 남성들이 “사라진(missing)” 이유는 일찍 사망하거나 감옥에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25~54세 흑인 여성이면서 감옥에 갇혀 있지 않은 사람의 수는 같은 연령대에 수용되어 있지 않은 흑인 남성의 수보다 150만 명이나 많습니다. 이 나이대에 속하는 흑인 여성 100명당 오직 83명의 흑인 남성만이 존재하는 셈입니다. 백인의 경우 이 비율은 여성 100명당 남성 99명으로 흑인과는 크게 차이가 납니다. 이렇게 흑인 남성들이 사라지면서 이들이 아버지와 남편 역할을 할 수 없게 되고, 이는 흑인 공동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사라진 흑인 남성들의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는 어디일까요? 바로 지난해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흑인 고등학생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미주리 주의 퍼거슨 시입니다. 퍼거슨에서는 흑인 여성 100 명당 흑인 남성의 수가 고작 60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미국 전체로 봤을 때 사라진 흑인 남성의 비율이 높은 곳은 미국 남부에 있는 도시들이지만 중서부나 북동부의 큰 도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감옥에 수용되는 비율과 조기 사망은 흑인 남성들이 사라지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사라진 25~54세 흑인 남성 150만 명 중 60만 명이 수감 상태에 있습니다. 이는 이 연령대의 흑인 남성 12명당 한 명씩 갇혀 있다는 것인데, 이는 같은 연령대의 흑인이 아닌 남성들이 60명당 한 명씩 수감되어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차이입니다. 25~54세 인구 중 흑인 남성의 수는 흑인 여성의 수보다 90만 명이 적습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살인과 질병으로 인해 흑인 남성들이 이른 나이에 죽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흑인들 사이에서 이러한 성별 인구 격차는 어린 나이에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흑인 남자 어린이의 수와 흑인 여자 어린이의 수는 거의 같습니다. 하지만 인구 격차는 20대부터 벌어지기 시작해서 30대에 정점에 이른 뒤 계속됩니다. 25~54세 흑인 남성들이 사라지는 것은 중요한 사회적 함의를 가집니다. 이들의 부재는 가족이 형성되는 것을 막아 결혼하는 비율을 낮추고 대신 혼외 출산 비율을 높이게 됩니다. 흑인 여성들의 경우는 같은 인종의 남성을 찾기가 어렵게 되고 반면 사라지지 않은 흑인 남성의 경우는 여성의 수가 훨씬 많아서 짝을 찾기 위해서 열심히 경쟁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결과 흑인 남성들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덜 노력하게 됩니다.
또 이러한 불균형이 심한 지역에 거주하는 흑인 여성들은 자신의 미래를 온전히 혼자서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흑인 남성 수감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흑인 여성들이 일하는 비율 혹은 교육 기관에 등록하는 비율은 다른 지역보다 높습니다. 흑인 남성들이 사라지는 현상은 20세기 중반에 증가하기 시작했지만, 이 격차의 성격은 최근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 이후 젊은 흑인 남성의 사망률 감소폭은 다른 인종 그룹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특히 흑인 남성 사망 원인 중 큰 부분을 차지했던 살인과 에이즈로 인한 사망은 많이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젊은 흑인 남성들의 수감률은 1980년대 이후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최근에 사라지는 흑인 남성 비율은 조금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이 현상은 꽤 오랜 시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사라진 흑인 남성의 수는 뉴욕시에 거주하는 흑인 남성 전체를 합친 것보다 많으며 로스 앤젤레스, 필라델피아, 디트로이트, 휴스턴, 워싱턴DC, 그리고 보스턴에 거주하는 모든 흑인 남성을 합친 수보다 많습니다. (뉴욕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