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대학 타이틀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틀린 이유
2015년 3월 24일  |  By:   |  경제, 세계  |  17 Comments

프랭크 브루니의 최근 책 “어떤 대학에 가는지가 당신이 어떤 사람이 될지 말해주지 않는다(Where You Go Is Not Who You’ll Be)”는 당신이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선망의 대상이 되는 아이비리그 대학과 엘리트 대학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학생들이 지원서를 내고 있지만 프랭크 브루니는 최근 뉴욕타임즈 칼럼을 통해서 대학 입시 불안에 시달리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대학 간판에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당신이 어느 대학을 입학하는지가 당신을 규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지요.

이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당신의 지금 모습은 각각의 기회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가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영향력 있는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이자 미국 엘리트 사회의 멤버인 프랭크 브루니는 자신의 과거와는 사뭇 상반돼 보이는 주장을 했습니다. 결국 그 역시도 명문 주립 대학인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 주립대학을 졸업하고 컬럼비아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만약 브루니가 이런 명문 대학에서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그 역시 오늘날 자리에 있을 수 있었을까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브루니는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한 계기를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제 주변 친구들이나 제 조카들이 대학 선택과 입학 과정에 대해 너무 불안해하는 것을 보면서 저는 저의 삶과 제 주변에 성공한 사람들의 삶을 살펴봤습니다. 이들이 과연 모두 엘리트 대학 출신인지 살펴봤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쓰기로 마음 먹었죠.”

실제로 브루니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조사를 했습니다. 그는 포춘 500에 등재된 100위까지 기업 CEO들의 학력을 조사했습니다. 이 가운데 30%만이 아이비리그나 이와 비슷한 엘리트 대학 출신이었습니다. 하지만 왜 100위 까지만 보는 것이죠? 왜 포춘 500에 등재된 모든 기업의 CEO를 보지 않나요? 제가 진행한 조사를 보면 1996년부터 2014년까지 포춘 500에 등재된 모든 기업의 CEO 중 38%가 아이비리그 대학이나 엘리트 대학 출신이었습니다. CEO뿐만 아니라 미국 엘리트 전체를 살펴보면 어떨까요? 저는 미국 연방 법원 판사들, 국회의원, 다보스 포럼에 참여하는 사람들, 그리고 포브스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학력을 조사했습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파란색은 아이비리그 대학 혹은 엘리트 대학에서 학부 또는 석사 과정을 밟은 사람들의 비율입니다. 빨간색은 엘리트대학에서 학부를 하지 않았고 엘리트 대학이 아닌 곳에서 대학원 학위를 받은 사람들 비율입니다. 연두색은 대학원 학위가 없으며 학부 역시 엘리트 대학 줄신이 아닌 사람들 비율입니다. 보라색은 정보가 없거나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의 비율입니다.

elites-and-school

어떤 사람은 포춘 500 CEO 중 엘리트 대학 출신이 38%라는 것이 그리 높지 않은 비율이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넓은 맥락에서 해석되어야 합니다. 보라색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매우 낮다는 것은 미국 엘리트 대부분이 대학을 졸업했다는 뜻입니다. 이는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와 같이 하버드에 입학했다가 중간에 대학을 그만둔 유명한 사례와는 대조되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억만장자 가운데 44.8%, 영향력 있는 여성의 55.9%, 다보스 포럼 참가자의 63.7%, 그리고 영향력 있는 남성의 85.2%가 엘리트 대학 출신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보스 포럼에 참가하는 저널리스트 중 55.6%가 엘리트 대학 출신입니다. 인구 통계국 데이터와 미국 대학 입학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미국에서 대학을 다닌 사람 중에서 엘리트 대학을 다닌 사람의 비율은 고작 2~5%에 불과합니다. 이런 사실에 비춰보면 미국 엘리트들의 명문 대학 출신 비중이 일반 대중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엘리트 대학에 목숨을 거는 현상을 비판한 프랭크 브루니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합격자 수는 정해져 있는데 지원자 수가 늘면서 많은 학생들이 불합격의 고배를 마시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니까요. 하지만 어떤 대학을 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별로 설득력이 없습니다. 더 이름 있는 대학에 가는 것은 현재 미국의 교육 시스템과 고용 시스템에서 학생들에게 미래에 관한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물론 이것은 엘리트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성공을 결정짓는 데는 지능이나 동기 부여와 같은 개인적인 요소 역시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브루니와 비슷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자녀들의 엘리트 대학 입학에 목숨을 거는 건 아마 이들이 어떤 대학에 가는지가 대학에서 받은 교육의 질과 상관 없이 미래에 대한 기회 보장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성공적인 삶에는 꼭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브루니의 주장은 일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들이 자녀들의 대학 입학과 관련해 너무 신경을 쓰고 걱정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의 성공 확률을 어떻게 하면 늘릴지를 생각합니다. 대학 입학과 관련해서 부모들이 아이비리그와 엘리트 대학에 목숨을 거는 것은 그 성공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여주고 싶어하는 측면에서 봤을 때 매우 합리적인 행동으로 보입니다. (Quar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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