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가면을 쓴 권위주의 정권의 위험성
2015년 3월 24일  |  By:   |  세계  |  1 comment

우즈베키스탄, 토고, 수단에서는 조만간 선거가 치러질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흔히 권위주의 체제로 분류되는 국가들로, 이런 곳에서 선거가 공정하고 투명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곳에서 치러지는 선거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비민주적인 나라에 정당, 의회와 같은 민주적인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946년부터 2002년 사이 권위주의 정부에 대한 연구 결과, 이들 나라에서 지도자들은 독재를 지속하기 위해 민주주의적 제도들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냉전 종식 이후 권위주의 정권의 수명은 더 길어졌습니다. 1946년부터 1989년까지 권위주의 정권의 평균 수명은 12년이었지만, 냉전 종식 이후 20년으로 늘어났죠. 오늘날 권위주의 정권의 평균 수명은 25년에 달합니다. 그리고 같은 기간 민주주의적 제도의 확산도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1951년에서 1989년 사이 복수정당과 의회를 갖춘 권위주의 정권은 그렇지 않은 권위주의 정권에 비해 평균 6년 더 권력을 유지했습니다. 여기에 정기적으로 선거를 치르면 수명은 1년 더 연장되었죠. 이와 같은 경향 역시 냉전이 끝난 이후에는 더욱 두드러져, 표면적으로 민주적인 제도를 갖춘 권위주의 정권의 수명은 더욱 눈에 띄게 길어졌습니다.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를 섞은 이른바 ‘하이브리드 정권’이 냉전 이후 급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존의 연구에서도 드러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단순히 그러한 성격의 정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힐 뿐 아니라, 독재자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민주주의의 제도들을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선 민주주의를 표방함으로서 독재자들은 국내외적으로 정당성을 획득합니다. 독재자들은 권력 유지에 필수인 해외 원조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야당과 선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죠. 공산주의 붕괴 이후 자유민주주의라는 사상이 더욱 확산되었기 때문에, 민주주의적 제도를 일단 도입은 해야 국내에서도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최근 스리랑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민주적 제도의 도입은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에게 여전히 큰 리스크입니다. 정권 교체까지는 아니더라도, 선거가 반대파에게 정치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오늘날의 독재자들은 민주주의적 제도들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이와 같은 제도적 조작은 무력 탄압과 같은 전통적인 독재 방식에 비해 훨씬 전략적입니다.

이 같은 경향은 전 세계 민주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권위주의 정권의 평균 수명이 길어질수록, 민주주의에서 권위주의로 뒷걸음질치는 나라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2년에 민주주의로 이행한 국가는 하나였지만, 민주주의에서 권위주의로 퇴보한 국가는 세 곳이었습니다. 권위주의화는 이웃 국가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권위주의 정권의 축적은 확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확산을 꾀하는 정책입안가들은 이처럼 독재자들이 가짜 민주주의를 악용하는 방식을 잘 파악하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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