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과 뼈의 공통점(2/2)
2015년 3월 20일  |  By:   |  과학  |  3 Comments

형태 안의 형태 안의 형태 안의…

뼈는 마치 바게뜨 빵처럼 겉은 단단하고 속은 부드러운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뼈의 바깥을 이루고 있는 물질은 단단하고 잘 짜여져 있습니다. 이 부분이 뼈에 가해지는 힘의 많은 부분을 받습니다. 내부는 스폰지와 같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부분 역시 뼈가 밀고 당기는 힘을 받을 때 상당한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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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ing in to a piece of bone Ulrike Wegst et al / Nature Materials

위의 그림은 뼈의 단단한 부분을 확대한 그림입니다. 이 부분은 오스테온(osteon)이라 불리는 가운데 혈관을 가진 직경 2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오스테온은 다시 원섬유(fibrils)라 불리는 매우 가는 섬유들의 다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원섬유는 세 가닥의 섬유(strand)가 엮인 형태입니다. 이 섬유는 콜라겐이라는 긴 사슬 형태의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프랙탈처럼 스케일을 바꾸어도 계속 같은 형태가 나타나는 구조를 계층구조(structural hierarchy)라고 부릅니다. 뼈는 곧 관 안의 관 안의 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때문에 뼈는 가벼우면서도 튼튼합니다. (스폰지 뼈도 마찬가지 입니다. 현미경으로 내부를 더 확대해보면 우리는 더 작은 스폰지 구조를 계속해서 발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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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ing in to a piece of bamboo  Ulrike Wegst et al / Nature Materials

빠른 성장속도를 가진 대나무도 뼈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곧 작은 관 안에 다시 작은 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노미터 단위까지 들어갔을 때 우리는 콜라겐이 아닌 셀룰로즈라는 역시 긴 사슬 형태의 분자를 보게 됩니다.

대나무와 뼈는 가볍고 튼튼한 구조를 위해 자연이 만든 나노기술의 결과입니다. 에펠탑도 이와 같은 구조를 택하고 있습니다. 비록 그가 뼈와 대나무를 연구해 이같은 구조를 택한 것은 아니지만 그는 스스로 이런 결론에 도달했고 이를 이용해 거대한 조형물을 만들었습니다.

다른 많은 현대의 구조물과 마찬가지로 에펠탑 역시 트러스라 불리는 X 자 형태의 구조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형태는 삼각형이 가진 안전성과 강도를 이용할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에펠탑의 트러스는 더 작은 트러스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작은 트러스는 다시 더 작은 트러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부분을 보아도 철보다 빈 공간이 더 많으며 이 때문에 에펠탑의 전체 무게는 매우 가벼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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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ffel Tower Photo by Benh Lieu Song / Wikimedia, modified by Aatish Bhatia

바람에 의한 형태

그렇다면 이렇게 가벼운 에펠탑이 어떻게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을 수 있는 것일까요? 에펠탑은 중력에 대항해 자신의 무게를 버텨야 하지만 이와 동시에 에펠탑을 넘어 뜨리려 하는 바람의 힘을 버텨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에펠탑은 바람을 가장 잘 버틸 수 있는 곡선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훌륭한 구조물을 만드는 비결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힘을 원하는 곳에 작용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에펠은 이 점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에펠탑의 구조는 바람의 힘과 탑의 무게가 탑을 지지하는 다리로 자연스럽게 옮겨가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물리학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에펠탑은 바람에 의한 토크, 곧 구조물을 넘어뜨리는 힘이 에펠탑 자신의 무게와 균형을 이루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에펠은 자신에 대한 비난에 답한 한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이 설명했습니다.

“내가 이 탑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깊이 생각하는 부분이 뭔지 아십니까? 그건 바람을 어떻게 이길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답을 찾았어요! 나는 수학적인 계산을 통해 얻어진 … 그 네 개의 다리로 이어지는 곡선을 통해 … 아름다움과 견고함을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건 내 기중기잖아!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함으로써 에펠의 기술자들은 필요없는 부분을 제거하고 필요한 부분만을 남김으로써 가장 최적의 구조물을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힘의 작용을 시각적으로 보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뼈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과 신기하게도 유사합니다. 그 방법은 1917년 출간된, 생물학에 적용된 수학적 법칙을 1,000 페이지가 넘어가게 정리한 놀라운 책인 다아시 톰슨의 “성장과 형태에 대하여(On Growth and Form)”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 ‘도식 역학(graphic statics)’ 을 발명한 위대한 기술자이자 취리히 대학의 교수인 컬만은 1866년 우연히 그의 동료인 메이어의 해부학실에서 메이어가 뼈를 자르기 힘들다는 불평을 들었다. 새로운 기중기를 설계하느라 여념이 없던 컬만은 스폰지 뼈의 구조가 곧 힘이 작용하는 구조임을, 그리고 당겨지는 힘과 눌리는 힘의 방향을 따라 만들어져 있음을 알아챘다. 즉, 자연은 정확히 필요한 만큼 뼈가 만들어지도록 설계했던 것이다. 그는 외쳤다. ‘이건 내 기중기잖아!’ “

컬만은 마치 엑스레이 안경을 쓴 것처럼 두 종류의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 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아래 그림은 컬만의 기중기와 인간의 대퇴골의 유사성을 나타내는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컬만과 울프의 1870년 논문에 등장하며 이 작업은 최초의 기술자와 해부학자의 공동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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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from On Growth and Form by D’Arcy Thompson / Public Domain

뼈의 내부에 있는 스폰지 부분이 이렇게 효율적으로 만들어진 이유는 바로 뼈의 성장과 관계가 있습니다. 스폰지 부분이 성장할 때 힘이 작용하는 부분은 더 튼튼해지고 힘이 작용하지 않는 부분은 더 약해집니다. 이는 미국 서부에 위치한 자연이 만든 여러 아치들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바람은 힘이 가장 덜 걸리는 부분을 깎아내며, 따라서 아치들은 힘이 걸리는 모양을 따라 그 형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위의 사실들과 에펠탑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컬만의 도해 역학은 오늘날에도 쓰이고 있습니다. 컬만의 제자 중 한 명인 모리스 코에클린은 에펠의 직원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에펠탑의 기본 개념을 처음 디자인한 사람이 바로 이 코에클린이었습니다. 그는 도해역학을 배우던 중 이를 연습하기 위해 탑을 그렸습니다. 컬만이 발명했고 뼈를 이해하기 위해 사용된 이 도구가 에펠탑의 재료를 최소한으로 사용하기 위해 역시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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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drawing of the Eiffel Tower by Maurice Koechlin.  Koechlin Family / Wikimedia

에펠탑을 뼈라고 불렀던 비판자들은 비록 그들은 이를 모욕으로 생각하고 썼던 말이지만, 이는 사실 커다란 칭찬이었던 것입니다. 적어도 기술적인 면에서는, 우리는 아직 우리의 뼈에서 많은 것들을 더 배울 수 있습니다.

(와이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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