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버스 그래피티, 마타투 아트가 돌아온다
2015년 3월 18일  |  By:   |  문화, 세계  |  1 comment

당신은 지금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의 한 버스 정류장에 서 있습니다. 눈 앞에 즐비하게 늘어선 ‘마타투’라 불리는 미니버스는 일종의 공유 택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충분한 수의 승객을 태우기 전까지는 출발하지 않는다는 것이 암묵적인 규칙입니다. 요란한 호객 행위가 이어진 끝에 스무 명 이상의 승객이 올라타면, 마침내 마타투가 출발합니다. 순간 버스는 바퀴달린 디스코텍으로 변신하죠. 스피커가 터져라 음악이 흘러나오고, 현란한 섬광등이 번쩍입니다. 버스는 칙칙한 단색 외장이 아니라, 지미 헨드릭스와 엘비스의 초상, 비틀즈와 마룬파이브의 노래 가사들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최근 케냐 정부가 10년 간 지속된 마타투 아트 금지 정책을 폐지하면서, 화려한 미니버스들이 속속 도로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유명 아티스트들은 한 대에 천 달러 씩 받고 버스에 그림을 그려주는데, 이렇게 장식된 버스는 요금을 두 배나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으면 궁금증이 생길겁니다. 정부는 왜 애초에 마타투 아트를 금지했을까요? 케냐 시민들은 왜 요금을 두 배나 내면서까지 화려한 버스를 타려고 할까요?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그래피티로 장식된 미니버스가 A지점에서 B지점까지 가는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요란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화려한 버스는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고, 마타투의 운영 시스템 상 승객을 가장 빨리 모으는 버스가 가장 먼저 출발할 수 있으니까요. 순환 논리 같지만 실상이 그렇습니다. 한 때 정부는 도로 교통 안전을 이유로 마타투 아트를 금지시킨 바 있습니다. 마타투 아트가 크게 유행하던 시절에는 창문과 앞유리에까지 빽빽하게 그림을 그려넣어 운전자의 시야마저 확보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케냐 시민들이 정부가 돈과 권력을 갖고 있는 마타투 소유주들의 로비에 넘어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신세대 마타투 아티스트들은 유리창을 가리는 위험한 그래피티 대신 첨단 기술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3D 애니매이션을 전공한 27세의 로이 먼가이는 스프레이캔을 들고 버스 앞에 서기 전에 코렐드로우를 사용해 도안을 그립니다. 그는 어린 시절 나이로비의 슬럼가에서 마타투 아트를 보며 꿈을 키웠다고 말합니다. 마타투 아트가 보행자 안전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운이 나빠 뺑소니 버스 사고를 당한다면, 어렵게 번호판 숫자를 외울 필요 없이 그 버스에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지만 기억하면 된다면서요. (NPR)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