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창업(1)
2015년 3월 17일  |  By:   |  경영, 세계  |  1 comment

감옥에 간 어떤 이들은 형기를 채우는 과정에서 또 다른 범죄자들을 만나 출소한 뒤 벌일 새로운 범죄를 구상합니다. 어떤 이들은 성경에 푹 빠져 종교를 갖고 새 사람이 되기도 하죠. 하루 종일 규칙적으로 밥 먹고 자고 운동만 해서 몸짱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감옥에서 (범죄가 아닌) 새로운 사업을 구상해 실행에 옮긴, 그리고 작지 않은 성공을 거둔 기업가를 소개합니다. NPR Planet Money의 17분 분량의 파드캐스트를 정리했습니다.

프레데릭 헛슨(Frederick Hutson) 씨는 어려서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잔디 깎기, 세차, 자동차 태닝 해주기 등 간단한 일로 비즈니스를 해보기도 했죠. 공군에 복무한 뒤 라스베가스로 이사한 헛슨 씨는 작은 점포를 하나 사서 택배업을 시작합니다. 주력 품목은? 마리화나였습니다. 결과는? 5년형을 선고 받고 감옥에 수감됐습니다. 감옥에 간 헛슨 씨의 일과는 다른 수감자들과 상당히 달랐습니다. 밥 먹는 시간 자는 시간을 빼고 내내 사업계획서를 쓰는 데 매달렸죠. 수감자들을 위해 마련된 도서관에서 사업 기회가 될 만한 것들을 연구하고 또 연구했습니다.

“계획을 세우다 보면 숫자에 관한 감이 필요했죠. 돈이 어디에 얼마나 필요하고 어디서 조달할지도 당연히 생각을 해야 하니까요. 수감자 중에 좀 똑똑해보이는 친구를 알게 된 뒤로 그 녀석한테 매달려서 스프레드시트를 배웠어요. 컴퓨터 없이 어떻게 했냐고요? 종이랑 자랑 연필을 구해서 손으로 그렸죠 뭐. 언제 다 했냐고요? 감옥에서 남는 게 시간인데요 뭘.”

성공적인 창업가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공통점 가운데 하나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 불편함, 불합리를 매의 눈으로 짚어내는 능력입니다. 죄를 짓고 감옥에 와 있는 헛슨 씨가 눈을 돌리게 된 곳도 바로 자신이 생활하는 감옥이었습니다.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문제들이 산적해있는 감옥은 헛슨 씨에겐 창업의 블루 오션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헛슨 씨가 겪은 수많은 불편함, 불합리 가운데 가장 그의 주의를 끈 건 사진이었습니다. 휴대전화나 인터넷을 쓸 수 없는 수감자들에게 가족이나 친구들이 보내주는 사진과 편지는 가장 큰 낙입니다. 그런데 수감자에게 사진 한 번 보내려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직접 사진관이나 편의점에 가서 휴대전화나 디지털 카메라 속에 저장된 사진을 인화하고 그걸 편지봉투에 담아 감옥으로 보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헛슨 씨는 가족, 친구들로부터 편지를 단 한 통도 못 받아 서운했습니다. 그러나 헛슨 씨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친구들을 원망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이 친구들이 사진을 더 쉽게 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문제는 헛슨 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에 있는, 아니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수감자들이 겪는 문제이기도 했죠.

픽처그램(Picturegram). 헛슨 씨가 수감 중인 가족, 친구들에게 사진을 쉽게 보내는 해결책으로 구상한 사업 아이디어에 붙인 이름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어려울 게 없습니다. 웹사이트에 사진을 올리고 받는 사람의 이름과 (감옥) 주소를 적어 클릭만 하면 자동으로 사진을 인쇄하고 편지를 보내주는 서비스입니다. 마리화나 배달보다 훨씬 많은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는 아이디어였죠. 2011년 9월 출소한 헛슨 씨는 플로리다 주 탬파(Tampa)에 있는 사회복귀 시설(halfway house)에 머뭅니다. 수감자들의 사회 복귀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설이라고 해도 휴대전화 소지도 안 되고 출입 기록도 늘 보고해야 하는 답답한 곳에서 헛슨 씨는 본격적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위해 사람들과 연락을 취했습니다.

“너가 무슨 수로 창업이냐? 뚱딴지 같은 소리 집어치우고 어떻게든 일자리나 구해라. 이런 소리를 매일 듣고 살았어요. 휴대전화가 없으니 콘퍼런스 콜 한 번 하기도 정말 고역이었죠. 낮은 칸막이가 설치된 공중전화방 같은 곳에서 옆사람들 통화에 방해 안 되게 소곤소곤 사업계획을 설명했어요.”

그는 중요한 사업 파트너가 될 사진 인화업자와의 첫 통화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수감자들은 이러이러해서 사진을 못 받고 있다, 내 사업 계획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방안이다라고 자신 있게 얘기를 했죠. 그런데 저 쪽에서 어떻게 그렇게 상황을 잘 아냐고 묻는 거예요. 순간 고민하긴 했지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사실대로 말했죠. 내가 5년 동안 감옥에 있다가 막 출소했다, 내가 직접 겪은 일이기도 하다라고요. 눈을 질끈 감고 기다렸어요. 어떡하지? 어떡하지? 이내 그 분이 정말 재미있다며 같이 일하겠다고 하더군요.”

사업 파트너는 구했어도 역시 창업에 필요한 초기 자본을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헛슨 씨가 공군에서 만난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헛슨 씨와 의기투합해 공동 창업자겸 CEO가 됐고, 서류상으로는 헛슨 씨의 고용주가 되었죠. 그리고 둘은 가족, 친구들로부터 조금씩 돈을 빌려 픽처그램을 시작합니다. (NPR Planet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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