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인도의 딸” 무엇이 문제인가
2015년 3월 12일  |  By:   |  세계  |  1 comment

지난 2012년 12월 인도 델리에서 23세 여대생이 강간살해당한 후, 인도 전역에 시위의 물결이 일었습니다. 인도 공산당의 핵심 인물이자 인도 진보여성협회의 사무총장인 카비타 크리슈난(Kavita Krishnan)은 이 시위를 이끌어온 활동가입니다. 그녀는 최근 논란이 된 다큐멘터리 “인도의 딸”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인도 당국은 당시 사건을 다룬 이 다큐멘터리가 사회의 법과 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TV 상영을 금지한 바 있습니다. 크리슈난은 당국과 다른 이유로 이 다큐멘터리에 문제가 많다고 말합니다.

Q. 이 다큐멘터리가 지금 상영되어서는 안된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A. 우선 제가 상영 금지를 주장한 것은 아님을 밝힙니다. 다만 현재 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범인의 인터뷰가 들어간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것에는 윤리적, 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Q. 이 다큐멘터리에 장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A. 그렇습니다. 특히 피해자의 부모가 딸의 죽음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보여준 것이 강점입니다. 우리는 부모의 기억으로부터 되살아난 피해자를 만날 수 있죠. 그러나 부모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한 인간의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가 삶의 모든 부분을 부모와 나누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를 누군가의 딸로만 보려고 한 것은 이 다큐의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Q. 다큐의 제목이 마음에 안 든다는 말씀이신가요?

A. 다큐의 제목은 피해자가 부모의 딸일 뿐 아니라 이 나라의 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건 아주 다른 문제죠. 인도 여성들은 ‘너는 이 나라의 여성이고 이 나라의 딸이다. 인도 여성은 행동거지를 조심하니 너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말을 늘상 들으며 생활합니다. 그런데도 아무 생각없이 이런 제목을 붙인 것은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Q. 이 다큐가 피해자를 정당하게 대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다큐에서 피해자가 그날 밤 외출 전 부모의 허락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제작진이 이 점을 왜 중요하게 여겼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피해자는 성인인데, 왜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까? 허락없이 외출했고, 외출할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는 여성이었다면 피해자 자격이 없다는 뜻인가요?

Q. 여전히 피해자를 탓하는 시각을 취하고 있다는 말씀이시죠?

A. 이 다큐에는 델리의 시장이었던 쉴라 딕싯이 등장해 우리 사회의 여성 차별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딕싯은 한 여기자가 거리에서 살해당했을 때, ‘새벽 세 시에 밖에 있었다니, 모험심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발언을 했던 인물입니다.

Q. 이 다큐가 인도 남성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이 다큐는 강간범과 그 변호인의 의식 구조만 보여줄 뿐, 법과 도덕의 편에 있는 남성들의 이야기는 전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인도 남성들은 잠재적 강간범이라는 프로파일링에 도달하게 되죠. 실제로 힘들게 자란 남자들이 다 강간범이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Q. 이 다큐가 강간범을 멋지게 포장하고 모방을 부추긴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강간 문화와 피해자 탓하기, 강간범의 거친 발언을 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다큐가 모방 범죄를 부추긴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터뷰의 편집 방식 때문에 강간범이 일부 남성들에게 멋지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런 이야기를 한 남성도 있었고요. 또 이 다큐가 적나라하게 담고 있는 끔찍한 사건의 디테일에 열광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언론인들에게 그런 선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강간이 끔찍한 범죄인 이유는 꼭 그 세부적인 내용이 끔찍하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Q. 2012년의 사건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A. 왜 어떤 사건이 커다란 촉매가 되었는지를 나중에 밝혀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우선 피해자가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껴서 공감한 여성들이 많았고, 성범죄 자체는 물론 이를 다루는 경찰 당국과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도 컸다고 봅니다. 당시 시위의 특별한 점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폭도의 모습으로 사형이나 거세와 같은 복수를 요구하지 않고, 여러 맥락에서 행해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 특히 배우자에 의한 강간이나 군대 내 성범죄 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기회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Q. 2012년 시위는 인도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A. 2012년 12월 반성폭력 시위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시위대가 강간에 관대한 문화, 피해자 탓하기, 여성의 독립성 부인과 같은 문제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는 점입니다. 시위대는 카스트로부터의 자유, 부모와 남자 형제들로부터의 자유를 요구했고, 피해자를 탓해온 정치인들의 태도에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여성 단체의 활동가들 뿐 아니라 수 많은 일반 대중이 이러한 문제에 분노하고 있고,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낼 준비가 되어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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