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켜주는 세계화가 가능할까요?
2015년 2월 27일  |  By:   |  경제, 세계  |  No Comment

미키 캔터(Mickey Kantor)는 1993년 8월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미 행정부는 북미 자유 무역 협정(NAFTA)을 미 의회에서 통과시키는데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북미 자유 무역 협정은 조지 부시 정권이 맺은 조약이었지만 새로 대통령으로 선출된 빌 클린턴은 이 협정에 최소한의 노동과 환경 기준이 보장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멕시코 정부는 이런 미국 정부의 태도를 못 마땅해 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클린턴의 지지자들인 미국 내 노동 조합을 보호하기 위한 위장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미국 무역 협상 최고 담당자였던 캔터는 노동과 환경에 관한 부가 조항이 포함되지 않으면 미국 의회가 협정을 인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설득시켜야 했습니다. 캔터는 멕시코 통상 장관인 하이메 세라 푸체(Jaime Serra Puche)를 미국 의회로 초대해서 당시 상원에서 클린턴 대통령의 부채 삭감 관련 계획을 의회가 어떻게 통과시키는지를 지켜보도록 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의 부채 삭감 계획안은 모든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몇몇 민주당 의원들까지 반대하면서 당시 부통령이자 상원에서 캐스팅 보트를 담당했던 앨 고어가 찬성표를 던지면서 간신히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이를 지켜본 뒤 멕시코 통상 장관은 미국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1993년 11월에 북미 자유 무역 협정은 미국 의회를 통과했고 1994년 1월에 협정은 발효되었습니다. 노동 권익은 국제 무역을 관장하는 협정내에 명시되었습니다. 하지만 협정에 명시된 노동 권익은 노동자들의 운명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20년이 지난 현재,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통상 대표부의 마이클 프로맨(Michael Froman) 역시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과 유럽연합과 범대서양 무역 투자 동반자 협정(TTIP)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는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무역 협정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국내 유권자들, 특히 미국 노동 조합 멤버들을 설득시켜야 합니다.

백악관이 내 놓은 무역 협정에 관한 보고서를 보면 무역 협정을 통해서 세계화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은 극대화하면서 그 피해는 최소화 하는 것이 목표라고 쓰여 있지만 실제로 이 두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합니다. 북미 자유 무역 협정이 통과 된 이후 우리가 배운 사실이 있다면 그 어떤 무역 협정도 세계화로부터 미국 노동자들을 지켜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무역 협정은 세계화가 작동하는 방식에 규칙을 부여합니다. 무역 협상을 이끌고 있는 마이클 프로맨은 무역 협정이 있든 없든 세꼐화는 진행될 것이고 무역 협정은 노동 기준과 같은 규칙을 세계화에 부과함으로써 노동자들이 입는 피해를 줄인다고 주장합니다. 세계화가 작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하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지 않습니다. 중국 역시 주변 국가들과 무역 협정을 맺고 있는데 중국은 환경이나 노동 기준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무역 협정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무역 협정이 세계화가 이루어지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그 효과를 과대평가해서는 안됩니다.

만약 무역 협정의 한 가지 목표가 미국 노동자들을 세계화의 부작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라면, 무역 협정은 지금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MIT의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오터(David Autor)와 그의 공저자들이 발표한 논문을 보면 세계화로 인해 중국산 물건들이 미국으로 수입된 것이 미국에서 1990년과 2007년 사이 사라진 제조업 일자리의 25%를 설명합니다. 중국산 제품의 유입을 막는것은 세계 경제에 커다란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떤 무역 협정도 이 부분에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세계화는 전반적으로 번영의 동력이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을 주도했고 많은 사람들을 빈곤으로부터 해방시켰습니다. 주류 경제학자들에게 세계화가 좋은 것이냐고 묻는다면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은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세계화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세계화로 인한 노동자들의 실직과 같은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무역 협정의 내용이나 규정을 가지고서 너무 다른 나라들과 지루한 협상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계화의 부작용에서 미국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다른 나라 국가들의 규칙을 바꾸는 것보다 미국 내부에서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우하는가가 더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실제로 선진국들 중에서 가장 취약한 노동 보호 조항을 가진 나라입니다. 미국 특정지역에서는 노동자 조직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가 너무 강해서 회사가 자신의 노동자들이 노동 조합을 만들기를 원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곳도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법의 문제가 아닙니다. 실직 급여에서 노후 연금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매우 취약한 사회 안정망을 가진 나라입니다. OECD 국가 중에서 정부의 사회 보장과 관련된 지출은 가장 낮은 축에 속합니다. 중국 노동자들로부터의 경쟁에서 밀려난 유럽의 노동자들은 정부가 보장하는 사회 안전망에 의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노동자들은 자기가 살길을 스스로 알아서 찾아야 합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무역 협정은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다른 종류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태평양 연안의 다른 나라들에게 미국과 같은 수준의 노동 기준을 택하도록 강요할 것이 아니라, 미국은 유럽과 무역 협상을 하면서 유럽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광범위한 노동 기준과 관대한 사회 정책을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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