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GE 재단: 생각하는 기계에 대하여] 1. 조지 처치: 다른 기계가 무엇을 생각하든
2015년 2월 25일  |  By:   |  과학  |  No Comment

[역자주: 존 브록만의 EDGE 재단은 매년 한 가지 질문을 정해 석학들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올해의 질문은 “생각하는 기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입니다. 187개의 대답 중 몇 개를 소개합니다.]

조지 처치: “재창조(Regenesis)”의 저자, 하버드 의대, 개인 유전자 프로젝트(Personal Genome Project) 단장

다른 기계가 무엇을 생각하든

나는 10^29 개의 원자가 양자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생각하는 기계입니다. 나는 위험할 정도로 스스로를 재프로그래밍 할 수 있으며 다른 이가 나의 전원을 끄는 것 역시 필사적으로 방해합니다. 우리 인간 기계는 다른 기계들과의 공생을 통해 우리의 시각 한계를 넘어 수 나노 미터를 넘어까지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태양을 향해 370kg 짜리 쇳덩어리를 던져 시속 25만킬로미터로 태양을 스쳐가도록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반도체 장치의 도움으로 기억력과 계산능력을 수십억배 확장시켰습니다.

물론 우리의 생물학적 두뇌는 아직은 얼굴인식이나 번역과 같이 우리가 더 잘하는 분야에 있어 이 실리콘 두뇌보다 에너지의 면에서 수천배 더 효율적입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업적과 같이 미래에 영향을 끼치는 새로운 발견에 있어서도 실리콘 두뇌보다 더 뛰어납니다. 무어의 법칙에 따라 20nm 기술이 원자의 크기인 0.1nm 로 내려가고 2D 대신 3D 로 반도체를 만들게 된다면 우리는 결국은 이 생물학적 두뇌를 시뮬레이트하고 조작할 수 있게 될 지 모릅니다.

실리콘 두뇌 끼리는 1000 기가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1비트의 오차도 없이 몇 초 만에 옮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생물학적 두뇌 끼리는 충분한 정보를 옮기기 위해 수십년이 걸리며, 그 정보들이 오차없이 정확히 옮겨 졌는지 역시 알기 힘듭니다. 어떤 이들은 이 생물학적 두뇌를 그대로 실리콘 두뇌로 옮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심지어 그 실리콘 두뇌가 원본과 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여기기도 합니다. 어쩌면 두뇌의 복제는 두뇌의 작동을 이해하는 것보다 쉬울 지 모릅니다.

백신의 경우를 봅시다. 인간은 사이토킨과 T 세포 수용체라는 면역시스템의 핵심을 이해하기 훨씬 전인 10세기 중국 및 18세기 유럽 때부터 이미 백신을 통해 면역 시스템을 이용해 왔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백신보다 효과적인 나노로봇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이는 1.2 kg의 두뇌를 그저 분자수준에서 복제하는 것이 이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보다 더 쉬울 지 모른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혹은 내 수업에서 스마트폰과 이메일을 이용해 ‘멀티태스킹’중인 학생들에게 내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도 말이지요.) 만약 우리가 뇌를 복제할 수 있다면 이는 지금의 인간복제보다도 훨씬 더 큰 충격을 가져올 것입니다.

그 복제된 기계들에게 우리는 어떤 권리를 주어야 할까요? 특정한 능력들에 대해 우리의 판단은 시대와 함께 변해왔습니다. 과거에는 어떤 상황이나 다른 이가 한 말, 그리고 동작을 기억하고 이를 그림 등으로 재현하는 능력이 허용되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존경받았습니다. 그러나 기계와 공존하는 오늘날, 기계가 가진 더 나은 기억, 곧 저장능력은 법정에서, 상황실에서, 그리고 욕실이나 사적인 대화에서 종종 금지되고 있습니다. 구글 스트리트뷰의 자동차 번호판과 사람들의 얼굴은 고의적으로 지워져 있습니다. 우리는 해리슨 버거론(역주: 커트 보네거트의 단편소설 주인공)을 죽여야 할까요?

투표권은 어떨까요? 보편적 참정권은 아직도 먼 이야기입니다. 아직 우리는 같은 인간끼리도 나이라는 기준으로 참정권에 차별을 주고 있으며 정신적으로 비정상인 자 역시 이 권리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나의 복제가 만들어진다면, 그 복제는 투표권을 가져야 할까요? 아니면 같은 사람에게 두 장의 투표권을 주는 것일까요?

복제가 만들어 진 후, 바로 원본과 달라지도록 만든다거나 또는 일부러 약간의 차이를 가지도록 복제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어떤 존재가 투표권을 가지기 위해서는 이제 성숙도/정상인/인간성 검사를 통과해야 할 뿐 아니라 역-튜링 테스트를 통과해야 할 지 모릅니다. (처치-튜링 테스트라고 부르면 될까요?) (역자 주: 처치-튜링 명제는 전산학자 알론조 처치와 앨런 튜링의 이름을 딴 계산가능함수에 관한 유명한 명제입니다. 조지 처치 교수는 자신의 이름이 처치 인 것을 이용해 언어유희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역-튜링 테스트란 이 인공지능이 다른 존재들과 구별되는 개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검사하는 테스트입니다. (역자 주: 튜링 테스트란 인공 지능의 대답이 인간의 대답과 얼마나 가까운지, 곧 구별 불가능한지를 보는 테스트입니다.) 복합적 인간성에 대한 새로운 법적 정의가 곧 내려질 것입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되고 있습니다. 기술의 변화가 부의 흐름을, 로비를, 연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특정한 밈, 지성, 뇌의 복제가 하이브리드-인간의 의지로 받아들여질지 모릅니다. 이런 진화적 선택은 비극적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또는 더 높은 수준의 인간성, 미학, 그리고 가난, 전쟁, 질병의 박멸을 가져올 지 모릅니다. 어쩌면 수 천년의 단위에서 존재할 수 있는 인류의 종말을 피하게 해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하이브리드 뇌를 받아들이는 길이 갑자기 등장한, 진화의 결과가 아닌 순수한 실리콘 두뇌로 바로 가는 것보다, 그리고 공포에 기반하고 진실을 거부하는 인지적 편향으로 가득찬 원시적인 뇌를 고집하는 것보다 더 안전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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