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에게도 사업가 정신이 필요한 시대
2015년 2월 16일  |  By:   |  경영  |  No Comment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속편이 60년간 발표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 배경이 무엇이었던 간에, 일단 발표만 되면 블록버스터 히트가 될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가들에게 이런 행운은 없습니다. 작가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브랜드를 구축하고 상품을 마케팅 할 지 사업가처럼 고민해야하죠. 2013년 미국에서는 140만권 책이 출판되었는데 10년 대비 5배나 늘어난 숫자입니다.

작가들은 인세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노후를 꿈꾸죠. 그러나 현실은 더 많은 일의 시작입니다. 예전에 출판사 홍보팀이 담당하던 역할을 작가가 직접하기 때문이죠. 신진 작가부터 해리포터의 J.K.롤링까지 홍보 담당을 따로 둡니다.

작가들은 사회 영향력이 높은 “인플루엔서” (influencer)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합니다. 예전에 신문사의 새로운 책 소개가 새로운 책을 발견하는 주요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신문사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블로거나 소셜 미디어가 그 간극을 메꾸고 있지요. 이를테면,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이 티비쇼에서 책을 소개하는 순간 판매량이 치솟습니다. 최근에는 마크 주커버그가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의 책 판매량이 바로 뛰어오르기도 했습니다.

퓰리처상이나 맨 부커 상을 받는 건 확실한 방법이지만 정말 어렵죠.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도 비슷하게 어렵습니다. 사업가 정신이 있는 작가들은 다른 방안을 모색합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드는 거죠. 베스트셀러 목록 중에 가장 영향력이 높은 것은 뉴욕타임즈 베스트 셀러로 책의 총판매량이 아니라 판매량이 늘어나는 속도에 기반에결정합니다. 첫주에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기 위해 작가들은 사전판매를 시작합니다. 첫주에 많은 판매를 기록하면 베스트셀러가 되고, 앞으로 더 많은 판매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린 스타트업’을 쓴 에릭 리스는 책이 발매되기도 전에 북투어를 시작해 사전 판매량을 높였습니다. 심지어 책 제목이 확정되기도 전인 일년전에 사전 판매를 시작했지요. 전략은 먹혔고, 책 표지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타이틀을 달 수 있었습니다.

더 제대로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를 공략하는 작가들도 있지요. 뉴욕타임즈가 데이터를 수집하는 책 유통업체는 몇천개로 정해져있습니다. 그 서점이 어디인가 찾는 것은 어렵지 않죠. 그러면 그 서점을 돌면서 북투어를 해서 독자들이 그 특정 서점에서 책을 사도록 유도합니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시즌에 일부러 책을 내놓는 것도 방법이지요. 특정 카테고리, 이를테면 여행, 유머, 영적인 책 리스트에 드는 건 더 쉽습니다. 몇천부를 판매하고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타이틀을 획득하는 책도 있지요.

타임즈가 어렵다고 판단한 작가들은 더 쉬운 시장을 공략합니다. 아마존의 이북 판매는 반짝 세일로 짧은 시간동안 판매량을 높일 수 있습니다. 몇초동안 베스트셀러 목록에 들었었더라도 베스트셀러였다고 주장할 수 있지요.

이 모든 걸 다 하더라도 작가가 인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책 판매 보다는 그 명성으로 얻은 부수적인 수익이 주수입원이 되죠. 혁신 전도사 크리스 앤더슨은 책에서 얻은 명성으로 강의를 할 때마나 몇천만원씩 받습니다. 알랭 드 보통의 베스트셀러는 팬들이 그의 웹싸이트인 인생학교(School of Life) 의 유료 고객이 되게 도와주죠. 사이몬 앤 슈스터 출판사에서는 앞으로 작가들의 비디오를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강연 등의 부가적인 수입이 없는 소설 작가들은 집필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작가라는 직업은 이제 음반 판매로 명성을 얻어 콘서트 수익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뮤지션과 비슷합니다. 내향적인 성향의 작가들은 여전히 앞으로 나서는 걸 부담스러워하지만, 베일에 감춰진 채 인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건 하퍼 리 같은 대스타나 가능할 겁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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