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전투기 조종석
2015년 1월 15일  |  By:   |  과학  |  No Comment

사무실 의자를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꾸고 싶을 때, 나는 공군 조종사를 떠올립니다. 아직 하늘을 날아다니는 F-16 비행기의 조종석은 사실 1970년대에 디자인 된 것입니다. 그들은 말 그대로 40년 전의 사무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지요.

새로운 전투기를 만드는데에는 긴 시간이 걸립니다. 록히드 사의 F-22 랩터는 현장에 배치된 유일한 초음속 스텔스 기입니다. 이 비행기의 초기형태는 1986년에 만들어졌지요. 애플의 최상위 기종인 매킨토시 플러스가 1메가바이트의 메모리를 가지고 있던 시절입니다. 하드디스크는 아예 달려있지 않았죠.

비슷한 이유로, 오늘날 비행기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40년 뒤의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를 어느정도는 상상해야 합니다. 이것은 실리콘밸리의 혁신가들도 주저할 수 밖에 없는 일입니다. “지금 나는 2040년 쯤에나 나올 기술들을 보고 있어요.” BAE 사의 수석 시험비행 조종사인 마크 바우먼의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기술을 지금 예상하고, 또 채용하고 있을까요?

RAF 사의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록히드 사의 F-35 는 아직 실전에 배치되지 않은 가장 첨단의 전투기입니다. 이들은 헬멧에 디스플레이 장치를 부착하고 있습니다. 음성으로 전투기를 조종할 수 있으며 여객기에 사용되는 조종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전 세대의 조종사들이 수많은 다이얼과 버튼을 이용해 전투기를 조종했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큰 변화입니다.

그러나 조종석이 변화한데에는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날의 전투기 조종사가 해야하는 일은 2-30년 전의 조종사가 했던 일과는 다릅니다.

“항공역학과 자동화의 발달로 인해 전투기를 조종하는 것은 이제 부차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조종사는 오직 임무수행에만 몰두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매 순간 최적의 판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새로운 기술이 여기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멀티태스킹

오늘날의 전투기 조종사는 미확인 비행체를 추적하면서, 적의 포격을 피하는 동시에 지상군의 흔적을 감시하고, 기지와도 교신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조종사에게 자신이 제대로 날아가고 있는지, 연료는 어느 만큼 남았는 지를 신경쓰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조종사가 임무 수행을 위해 창 밖을 보도록 만들고 있으며, 어떤 정보를 조종사의 눈 앞에 보여줄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20년 전 타이푼을 디자인한 사람들은 이런 요소들을 잘 예상하고 타이푼을 만들었습니다. 타이푼의 조종석에는 비행이나 전투기 자체에 대한 어떤 계기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정보는 HUD 기술을 이용해 투명한 창에 풀컬러로 표시됩니다.

헬멧: 충격방지기능에서 센서기능으로

HUD 에는 단점이 있습니다. 조종사는 정보를 보기 위해 정면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다음 단계는 HUD를 조종사의 헬멧에 심는 것입니다. 타이푼의 헬멧 – 각 조종사의 두상에 딱 맞게 디자인된 – 에 바로 그 기능이 있습니다. 헬멧에 부착된 카메라는 조종사가 어디를 바라보는지를 메인컴퓨터에게 알려줍니다.

“헬멧은 원래 충격방지용으로 만들어졌었고, 통신기능이 더해졌습니다. 이제는 헬멧이 시스템의 일부로써 센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록히드 사 역시 아직 HUD 기능이 없는 F-35에 이 기능을 더하려 하고 있습니다. 창밖을 보며 각종 정보와 관련 영상, 그리고 조종석의 바닥을 통해 지상을 보며 필요한 정보를 겹쳐서 표시하는 기능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가운데 조종간도 양 옆으로 이동했습니다. 조종간과 실제 전투기의 각 부분은 더 이상 연결되어 있지 않지만, 조종간에는 작동 여부를 조종사에게 알려주기 위해 진동기능이 들어가 있습니다.

가상 조종석

“시선 추적, 손동작을 이용한 조종, 뇌파 조종, 증강 현실 등 이런 기술들 역시 고려하고 있습니다.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면, 우리는 조종사의 판단을 도와주는 아바타와 같은 존재를 만드는 것 역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타이푼과 F-35는 가장 진보된 전투기 조종석을 가지고 있지만, 또다른 종류의 전투기 역시 흥미로운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리퍼 무인조종기의 조종석은 전투기 안이 아니라 수천마일 떨어진 지상의 관제탑에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조종사 한 명이 자신의 전투기를 조종하면서 다른 무인조종기 편대를 같이 조종하는 것도 상상가능합니다.

“타이푼은 조종사를 고려해 +9G에서 -3G사이의 가속도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무인조종기라면 훨씬 더 자유로운 비행이 가능할 겁니다.”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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