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하우스 보고서] 한국의 인터넷 자유(2부)
2014년 12월 10일  |  By:   |  한국  |  3 Comments

(역자 주: 12월4일 국제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가 내놓은 ‘2014 인터넷 자유'(Freedom on the net) 보고서 중 한국 부분을 번역합니다. 분량이 길어 3차에 걸쳐 나눠 소개합니다. 이 글은 그 중 2부입니다.)

한국의 인터넷 자유 1부 읽기
한국의 인터넷 자유 3부 읽기

콘텐츠 제한(Limits on Content)

한국의 국정원장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여당인 박근혜 후보에 우호적인 트윗 수백만 건과 댓글을 작성, 관리, 유포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국방부 산하 사이버사령부의 간부들도 대선기간 당시 편향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4월 세월호가 침몰한 뒤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를 비난하는 글들이 인터넷에서 유포되는 걸 억제하라는 지시가 떨어지기도 했다. 북한과 관련이 있는 사이트를 포함해 수천 곳의 웹사이트가 폐쇄되거나 삭제됐다. 저작권위원회가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나 P2P 파일 공유 사이트를 사전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폐쇄하자 네티즌들이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인터넷 공간은 상당히 역동적이고 창의적이지만, 정보나 의견을 자유롭게 게재하는 데 있어 여러 제약이 따르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포함하고 있는 내용에 따라 게시물을 자동으로 차단하거나 차후에 삭제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13년, 총 85,644개의 웹사이트가 검열 대상에 올랐고, 이 가운데 62,658개가 차단, 22,986개는 폐쇄됐다.

검열 대상이 되는 콘텐츠는 불법 도박, 불법 의약품, 음란물,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 기타 법과 규정에 어긋나는 내용인데 특히 마지막 항목은 1948년 제정된 국가보안법의 북한을 찬양, 고무하는 내용의 콘텐츠를 검열, 제한하는 근거로 쓰인다. 경찰은 지난 2013년 27개 해외 사이트와 338개 소셜미디어 계정, 132개 온라인 커뮤니티를 차단하고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소지가 있는 선전물 총 15,168개를 온라인 상에서 삭제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검열은 지난 2008년 설립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맡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과 인터넷의 윤리 규정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 설립 첫해 4,731개 웹사이트를 차단하고 6,442개 웹사이트를 폐쇄했고,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법률적으로 독립 기관이지만, 9명의 이사에 대한 임명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검열 기준이 모호하고 어떤 콘텐츠가 유해한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재량권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20~30명의 모니터 요원이 음란물이나 명예훼손 여지가 있는 게시물,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게시물들을 점검하는 체계로 운영된다. 경찰을 비롯한 정부 기관도 위원회에 특정 게시물의 유해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할 수 있고, 일반 개인도 청원을 통해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심의위원들은 2주에 한 번씩 모여 검토 대상 사례들을 분석하고,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경우 해당 웹사이트 운영자나 서비스 업체에 이 사실을 통보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조치를 따르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지난 2011년,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이었던 박경신 교수는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성기 사진을 올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게시물이 음란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삭제하라고 통보했으며, 박 교수는 이에 따라 사진을 삭제했지만 이듬해 검찰은 박 교수에게 정보통신망법 상 음란물 유포 혐의로 300만 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서울고등법원은 박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현재 대법원 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박경신 교수의 개인 블로그는 현재도 접속이 가능하다.

정보통신망법 44조 2항에 따르면, 자신의 사생활이 침해받았거나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발견한 개인은 해당 포털 사이트 또는 서비스 업체에 게시물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요청을 받은 사이트는 30일 동안 해당 게시물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작성자가 문제되는 부분을 수정하거나 반론을 제기하지 않으면 30일 이후에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해야 한다. 같은 법 44조 3항은 서비스 업체가 먼저 게시물들의 위법, 유해 여부를 판단해 이를 걸러내는 작업을 장려하고 있다. 이런 자체 검열 작업을 충실히 이행한 웹사이트는 게시물이 논란이 되어 법원에 갔을 때 정상이 참작되며, 반대로 이런 작업을 게을리 한 웹사이트는 제 3자에 의한 명예훼손, 유해 게시물 게재를 방조한 혐의를 벗기 어렵다.

한국에 대한 온라인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업체들은 휴전 상태로 대치 중인 북한에 한국의 지형과 지리에 관련된 정보가 흘러들어가는 걸 막기 위한 법 때문에 한국의 지도와 관련된 정보를 한국 밖으로 유통할 수 없다.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는 해외 업체들이 영어 기반의 디지털 지도를 사용하는 건 부분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구글이나 다른 업체가 한국 밖에 서버를 두고 네비게이션을 비롯한 다른 서비스 기능을 제공하는 건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인터넷 상에서 파일 공유를 금지하는 저작권법은 지난 2009년 통과됐다. 일명 “삼진아웃 제도”라 불리는 이 법안의 골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작권위원회와의 협조 아래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고 불법으로 파일이 유통되는 사이트에 총 세 차례 경고를 보내고, 계속해서 불법 파일이 유통되는 경우 이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인터넷 업체와 시민단체들은 이 법이 공정 이용(fair use) 원칙을 고려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음원 공유 미국 사이트인 Grooveshark를 비롯한 파일 공유 사이트를 차단하자 논란이 가열됐고,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단체들은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특히 제한되어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특히 지난 1994년 개정된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온라인상의 게시물을 삭제해 왔는데,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상 표현의 자유 규정을 온라인 게시물에도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지난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기간 야당 의원들은 40개 온라인 계정을 갖고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유포한  국정원 직원을 고소했다. 경찰은 해당 직원에 혐의가 없다며 투표 사흘 전 밤 늦은 시각에 국정원 직원을 그냥 풀어줬다. 대선이 끝난 뒤에 국정원 직원 석방 과정에서 경찰 간부가 은폐, 축소 수사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3년 6월, 검찰은 대선 당시 야당 후보를 종북 세력이라고 규탄하는 내용의 트윗, 온라인 댓글 수백만 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기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해당 사실을 자신이 지시한 적이 없고, 온라인 댓글로 선거에서 득을 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그의 후임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북한의 선전 선동에 맞서 온라인 상에서 국정원의 임무를 수행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인했다. 원세훈 전 원장은 지난 9월 1심 판결에서 국정원의 정치개입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고, 대선 개입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앞서 지난해 12월 육군 사이버사령부는 일부 직원들이 부적절한 정치적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지만, 사령관은 이를 알지 못했다고 밝히고 조직적인 선거 개입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세월호가 침몰한 뒤 수세에 몰린 정부는 온라인 게시물에 대한 검열을 한층 강화했다. 세월호는 이미 오래 전에 퇴역한 배를 일부 개조해 운항하던, 안전 규정상 문제가 많은 배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희생자 대부분인 고등학생들이 배가 가라앉는 사이에 계속 선실에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따르며 기다리는 동안 구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속속 드러났다. 언론 보도를 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부부처, 방송사, 인터넷 서비스 업체, 경찰에 세월호 문제를 인터넷 상에서 최대한 억제시켜 잊혀지게 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보냈다. 지침이 전달된 지 이틀만에 507건의 게시물이 검열 대상에 올랐고, 이 가운데 72건이 삭제, 25건이 차단됐으며, 10건은 경찰에 신고되기도 했다. 세월호 관련 주무부서 가운데 하나였던 해양수산부도 비슷한 내부치침을 전달했고,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은 재난 허위사실 유포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 의원이 개정안의 밑거름으르로 삼은 조항은 1983년 제정된 통신사업법의 47조 1항인데, 해당 항목은 지난 2009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 항목이다.

지난 5월 정부의 정보 통제와 개입에 항의하며 방송통신심의위원직에서 물러난 박경신 교수는 세월호 침몰 당시 탑승객 전원이 구조됐다는 정부의 발표를 아무런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받아쓴 언론사들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박 교수는 공개 서한을 통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검열이 정부에 대한 비판을 억제하고, 여론의 정부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전반적인 언론 환경은 부분적으로 제한(partly restricted)받고 있다. 지난 2012년 언론 노조는 정부의 언론 통제에 항의하며 잇달아 파업에 나섰다. 언론 노조의 연쇄 파업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파업에 가담한 기자들에 대한 해직이나 인사상 불이익이 뒤따랐고, 이는 여러 온라인 대안매체 설립으로 이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매체가 시청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다. 지난 2012년 설립된 뉴스타파에 35,000여 명이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국정원 대선 개입 등 굵직굵직한 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탐사보도를 이어왔고, 올해 초 유튜브 공식계정 조회수가 1,000만 건을 돌파했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뉴스타파를 비롯한 인터넷 매체의 보도는 “사이비 저널리즘(pseudo journalism)”이라고 규정하고 허위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그만두라고 경고했다.

한국 시민들이 사회 문제에 참여하고 더 활발히 정치에 참여하게 된 데는 인터넷 기술의 공이 컸다. 영화 제작자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영화 제작비를 모금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작품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다.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많은 상영관이 이 영화 상영을 꺼렸음에도 “또 하나의 약속”은 지난 2월 개봉 첫 주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20대 학생들이 자신들의 암담한 미래를 성토하며 사회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냈던 이른바 “안녕하십니까” 열풍이 과거 학생운동의 수단이던 대자보를 활용했다. 그럼에도 “안녕하십니까” 현상이 빠르게 번진 데는 역시 인터넷을 통한 의견 교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Freedom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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