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잘 알려지지 않은 원더우먼의 탄생 비화
2014년 12월 3일  |  By:   |  문화  |  No Comment

DC 코믹스의 만화 캐릭터 원더우먼은 미국이 2차 대전에 참전한 직후인 1941년 탄생했습니다. 별 박힌 왕관을 쓰고 변태스런 빨간 부츠를 신은 원더우먼은 데뷔 즉시 큰 인기를 끌었고, 1940년대에 등장한 수천 가지 만화 캐릭터 가운데 슈퍼맨, 배트맨 다음의 인기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하버드대학의 역사학자이자 언론인인 질 르포어(Jill Lepore)의 최근작 <원더우먼의 비밀스런 역사(The Secret History of Wonder Woman)>는  잘 알려지지 않은 원더우먼의 탄생 비화, 나아가 창작자의 비밀스런 개인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르포어는 2011년 뉴요커지에 피임과 낙태의 정치화에 대한 에세이를 실었는데, 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원더우먼의 탄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애초에 원더우먼은 슈퍼맨과 배트맨의 폭력성에 항의하던 학부모들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원더우먼을 만든 윌리엄 멀튼 마스턴(William Moulton Marston)은 DC코믹스에 사회의 전형적인 여성상에는 강인함, 힘, 기운과 같은 것들이 부족하며, 원더우먼이 이 사회를 지배해 마땅한 새로운 여성상으로서 심리적 프로파간다 기능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찰스 멀튼이라는 필명을 쓴 마스턴이 페미니즘을 접한 것은 하버드 재학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하버드 캠퍼스에서는 “여성 참정권을 지지하는 남성 연대”가 막 출범했고, 마스턴은 최저 임금 운동가 플로렌스 켈리(Florence Kelley)나 전투적인 성향의 참정권 운동가 에멀라인 팽커스트(Emmeline Pankhurst) 등 당대의 유명 페미니스트들과 교류했죠. 마스턴은 페미니스트 동지 새디 홀로웨이(Sadie Holloway)와 결혼했습니다. 이들의 결혼은 1947년 마스턴이 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유지되었지만, 이들의 결혼 생활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있었습니다. 바로 마스턴의 연인이었던 올리비아 번의 존재였죠. 홀로웨이는 번을 결혼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거나 이혼을 해야하는 처지에 놓였고, 전자를 택했습니다. 부부는 번을 입주 가정교사로 소개하고, 함께 4명의 아이들을 키우며 기묘한 3인 동거를 이어갔습니다.

마스턴이 여권 지지자였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원더우먼이 만화책에는 책 속 부록으로는 나이팅게일과 같은 여성 위인들의 짧은 전기가 들어있기도 했죠. 그러나 르포어는 원더우먼의 거의 모든 페이지에는 원더우먼이 끈이나 사슬에 묶여있거나, 수갑이나 족쇄를 차고 있거나, 입에 재갈을 물고 있는 장면이 빠지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독자들이 이 점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지만, 마스턴은 고집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상사에게 “여성적 매력의 비밀은 여성들이 사실 복종, 즉 묶이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이다”라고 말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죠. 곧 만들어질 새 원더우먼 영화가 어떤 접근법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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