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 돼지는 “꿀꿀”, 미국 돼지는 “오잉크 오잉크”라고 울까?
제목에 대한 답부터 말씀드리자면 언어학자들도 여전히 연구하고 있는 문제라는 겁니다. 언어의 특성 가운데 임의성이라고 부르는 특성이 있는데, 자연의 소리를 해당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그 언어의 구조에 따라 소리를 임의로 규정하게 되고, 각 언어가 다른 만큼 소리가 표현되는 것도 달라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단계 더 깊이 파고들어 왜 임의성이라는 특징이 생겨난 건지, 즉 왜 언어마다 구조가 달라서 실제로는 똑같은 소리를 듣고도 얼핏 완전히 다른 소리인 것처럼 표현되는지에 대해서는 그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동물 울음소리가 인간의 언어로 표현될 때 다르게 소리 나고, 다르게 적히는 것은 동물의 차이가 아니라 바로 우리 인간의 언어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어쨌든 각 언어의 의성어를 비교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입니다. 돼지 울음소리만 해도 “꿀꿀”(한국어), “첢첢(chrum chrum)”(폴란드어), “오잉크 오잉크(oink oink)”(영어), “노프노프(nöff-nöff)”(스웨덴어)로 제각각입니다. 게다가 로마 알파벳으로 써놓았을 때와 한글로 이를 옮겨적었을 때 발음이 또 달라집니다. 넓게 보면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소리도 있지만, 여기에도 항상 예외는 있습니다. 소는 대부분 언어에서 (한국어의) “음매”에서와 같이 ‘ㅁ’ 발음을 포함하고 있지만, 파키스탄에서 널리 쓰이는 우르두(Urdu) 어로는 “바(baeh)”하고 웁니다. 대부분 언어에서 고양이 울음소리는 영어의 “먀오(meow)”처럼 ‘ㅁ’으로 시작하는데, 일본어는 “냔(nyan)”으로 ‘ㄴ’에 가깝고, 아시다시피 한국어는 “야옹”입니다.
이런 차이를 설명하는 학설 가운데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들리는 소리를 일종의 부호로 만드는 과정에서 언어를 사용해 이를 처리한다는 이론입니다. 언어가 다른 만큼 똑같은 소리도 해당 언어 구조 속에서 다르게 바뀌는 것이죠.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 연구팀은 각기 다른 언어로 쓴 만화책을 모아 그 안에서 동물 울음소리를 어떻게 표기하는지를 기록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사례로 연구팀은 호박벌의 날갯짓 소리를 꼽았는데, 대부분 언어는 이 소리를 표현할 때 초성이든 종성이든 영어 ‘z’나 ‘s’에 해당하는 이른바 “즈”, 또는 “스” 소리를 넣었지만 일본어(“ぶんぶん”, “붐붐”에 가깝게 발음)나 한국어(“붕붕”)는 달랐습니다. 어느 언어에는 있는데 다른 언어에는 아예 없는 소리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칠면조의 “고블고블(gobble gobble)” 소리나 거위 울음소리는 모든 언어에서 표현되고 있지 않습니다.
문화적인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일 겁니다. 예를 들어 개를 키우는 인구가 많은 영어권 국가에서는 개 울음소리도 훨씬 다양합니다. 반대로 시골 오지 운송수단으로 낙타를 들여왔던 호주 사람들은 낙타 울음소리를 영어로 표현하지만, 미국이나 영국 사람들은 같은 영어라도 낙타 울음소리가 뭔지 표현할 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같은 스페인어로 표현되는 동물 울음소리도 스페인에서와 중남미에서 다르게 쓰이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