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숙자에게 집을 무료로 제공하면?
2014년 11월 19일  |  By:   |  세계  |  No Comment

알콜 중독인 노숙자에게 아파트 열쇠를 쥐여주는 정책은 어리석고 불공정해 보입니다. 인구 6만의 캐나다 도시 메디슨햇(Medicine Hat)의 시장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5년 전부터 이 정책을 실시하고 1,000명에 달했던 노숙자가 크게 줄어들자, 그의 생각도 달라졌습니다. 2015년까지 도시의 노숙자를 완전히 없앤다는 목표도 달성 가능해 보입니다. 만일 메디슨햇이 성공한다면 북미에서 최초로 노숙자를 없앤 도시가 됩니다.

대부분 노숙자는 정신병과 마약, 알콜 중독에 시달립니다. 과거 이들에 대한 구제는 “계단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일단 마약과 술을 끊도록 한 후 보호소에 머물 수 있도록 해주고, 이후 임시 거처를 마련해주는 식이죠. 그러나 대부분은 그 과정에서 떨어져 나가고, 최종 단계에 도달하는 사람은 처음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1992년 뉴욕대의 정신의학과 교수 샘 팀베리스(Sam Tsemberis)는 노숙자 구제에 혁신적인 방법을 도입했습니다. 노숙자에게 가난한 지역에 집을 얻어주고, 의료 지원, 중독 치료, 요리법 강의까지 모든 것을 한꺼번에 제공한 것입니다. 그 결과 5년 후 88%가 재활에 성공해 거리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이후 세계 여러 도시가 비슷한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노숙자를 없애려면, 노숙하지 않도록 집을 준다”는 것이죠. 원칙은 응급실과 같습니다. 길에서 죽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에게 먼저 집을 주는 것입니다. 이 방식은 덴마크와 핀란드에서 이미 표준이 되었고, 다른 여러 유럽 국가와 호주, 일본, 미국과 캐나다의 여러 도시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 방식이 도시 재정에 오히려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장기 노숙자는 전체의 15%에 불과하지만 응급실과 보건소, 감옥을 들락거리며 노숙자 지원 예산의 절반 이상을 씁니다.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는 약 300명의 장기 노숙자들이 각자 1년에 3만 7,000달러의 세금을 쓰는 것으로 추정되었지만, 주택을 우선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할 경우 그 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캐나다 캘거리에서도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가장 상태가 안 좋은 노숙자들에게 들어가는 납세자들의 돈이 일 인당 연간 3만 달러 줄었습니다. 장기 노숙자나 심각한 질환을 가진 노숙자가 아닌 경우에는 비용 절감 효과가 작거나 없지만, 어쨌든 노숙자가 거리에서 사라지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 사회적 비용의 절감을 의미합니다. 경찰들이 노숙자 단속을 하는 대신, 진짜 범죄와 싸울 수 있으니까요.

이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노숙자들에게 집을 주는 것이 나쁜 행동에 상을 주는 격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이 정책이 기존의 노숙자 정책보다 효과적이고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정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집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올라가고 있고, 정부 보조 주택의 대기자 명단은 점점 길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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