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주의자 아우팅의 시대
2014년 11월 18일  |  By:   |  세계, 칼럼  |  No Comment

2014년은 성차별주의자 얼간이들에게 끔찍한 한 해였을 겁니다. TV에서 세레나 윌리엄스, 비너스 윌리엄스 자매를 “윌리엄스 형제”라고 불렀다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러시아 테니스 연맹 회장의 경우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 사례는 얼핏 보면 우울하기 짝이 없는 일화입니다. 윌리엄스 자매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엄청난 성취를 거둔 여성마저도 일단은 외모로 평가를 받는 게 여전한 현실이라는 의미니까요. 대중의 주목을 받는 여성이 이런 식으로 평가 대상이 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여성 유명인사의 이름과 함께 생얼(makeup free), 최근 살찐 모습(displays fuller figure), 임신하고 살찐 모습(baby weight) 등을 쳐보면 최신 사례들을 줄줄이 볼 수 있죠.

하지만 “윌리엄스 형제” 사건은 2014년의 달라진 현실 역시 보여주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상적인 여성혐오(casual misogyny)는 주목조차 받지 못하고 넘어가는 일이었습니다. 페미니즘 제4의 물결에 힘입어 사람들이 이런 일상의 성차별주의를 찾아내고, 파헤치고, 널리 알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전 세계 여성들이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성차별적 일화를 모아 널리 알리는 “매일매일의 성차별주의(Everyday Sexism)”이라는 캠페인이 좋은 예입니다. 사람들이 이런 사례를 의식하게 되면서, 더 많은 사례가 드러나기 시작했죠.

러시아 테니스 연맹 회장도 아마 농담이랍시고 그런 말을 했을 것이고, 엄청난 반향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발언은 국제적인 규탄을 불러일으켰고, 그는 경력과 재정 면에서 모두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런 곤경에 처하는 성차별주의자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넘어갔을 발언에 대해서도 점점 많은 사람이 설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죠. 영국 학생총연합회는 연구를 통해 대학 캠퍼스에서 남성 중심적, 성차별적 문화가 만연하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각 대학에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가디언이 미디어 업계에서 여성의 비율이 터무니없이 낮은 점을 지적했고, 상원에서는 보도 부문에서 여성들이 겪고 있는 차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죠. 일찍이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남성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했던 페미니스트들의 말대로, UN은 엠마 왓슨의 연설을 필두로 “히포쉬(HeForShe)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최근 일어나는 변화의 내용이 모두 이렇게 진지하고 공식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타블로이드지의 노골적인 헤드라인에서 성차별적인 요소를 모두 없애는 “바젠다(The Vagenda)”의 프로젝트는 인터넷상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에이미 아담스, 생얼로 수퍼마켓에서 쇼핑 중” 따위의 기사 제목을 “5회 아카데미상 후보에 빛나는 여성, 식료품 구입 중”으로 바꾸는 식이죠. 그 결과 타블로이드지의 전형적인 공식을 뒤집은 조지 클루니 결혼 기사 제목(“유명 변호사 아말 알라무딘, 배우와 결혼하다.”)이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는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2014년, 이제는 유명인사들도 성차별적인 발언을 하고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그렇다고 가부장적인 사회가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세상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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