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는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키워드 중 하나
2014년 10월 22일  |  By:   |  한국  |  1 comment

비디오게임 또는 온라인게임 대회에 관중이 몰리고 스폰서가 붙는 건 미국에서는 굉장히 최근의 현상입니다.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온라인게임의 메카가 된 한국에서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온라인게임이 주류 문화로 자리잡았습니다. 지난 일요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는 4만 명의 구름 관중이 몰렸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게임 가운데 하나인 리그오브레전드를 가장 잘 하는 우승팀도 한국에서 가장 큰 대기업인 삼성이 후원하는 삼성 화이트팀의 몫이었습니다. 준우승을 차지한 상대팀 선수 다섯 명 가운데 두 명도 한국 프로게이머였습니다.

e스포츠는 1990년대 말 금융위기가 왔을 때 한국 정부가 신성장 동력으로 인터넷망과 통신 사업을 채택하면서 탄력을 받았습니다. 빠른 속도의 인터넷 보급과 함께 PC방이라 불리는 인터넷 카페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게임은 수많은 한국인들이 여가를 즐기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스포츠처럼 프로팀을 만들어 대회에 참가하는 게 볼거리가 되면서 아예 ‘e스포츠’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에 이르렀죠. 정부도 아예 “e스포츠 협회”를 만들어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지원을 체계화하는 등 온라인게임을 문화 육성 측면에서 접근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인기와 함께 e스포츠의 인기도 나날이 치솟았고, 2004년 한 대회 결승전이 열린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는 10만 관중이 몰려들었습니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 이름이 처음 생겨난 곳도 바로 한국이죠. 정상급 실력을 가진 프로게이머들은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높은 인기를 누리며 팬들로부터 편지, 사진, 선물 공세를 받기도 합니다. 한국의 e스포츠 문화를 취재하기 위해 찾은 PC방에서는 게임을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특히 오후 시간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PC방에 있는 학생들에게 게임은 분명 생활의 일부로 보였습니다.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이 열리기 전 학생, 직장인을 비롯해 많은 게임 애호가들은 너도나도 경기에 대한 예상을 내놓았습니다. 웬만한 스포츠팬 못지 않은, 어쩌면 더 열정적인 팬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프로게이머의 삶이 늘 화려한 조명을 받는 멋진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많이 알려졌습니다. 우선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컴퓨터 스크린 앞에 앉아 게임 연습만 해야 하는 것부터 이를 정말로 즐기지 않고서는 도저히 하기 힘든 일입니다. 이런 어마어마한 연습 덕분에 한국 프로게이머들은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대개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하지만, 20살의 나이에 은퇴를 고민했다는 한 정상급 프로게이머의 말처럼 심신이 금새 지치고 마는 게 당연합니다. 게임에 중독된 사람이 PC방에서 며칠을 보내다 심장마비 등으로 숨졌다는 뉴스도 이따금 나오고, 청소년들은 밤 10시 이후로 PC방을 이용할 수 없다는 법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한국 e스포츠 협회장은 게임에 대한 시각이 한국에서는 세대차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말합니다. 여전히 게임은 공부에 방해만 되는 쓸데 없는 것으로 여기는 기성세대가 있는 반면, e스포츠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꼭 게임에 중독이 되지 않았더라도 온라인게임을 좋아하고 즐기며 자란 세대가 있다는 뜻입니다. e스포츠 협회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이고 긍정적인 측면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서울에 있는 종합대학 중 하나인 중앙대학교에 e스포츠 특기자 전형을 만드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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