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 취재의 맹점
2014년 10월 20일  |  By:   |  세계, 칼럼  |  1 comment

전 세계가 24시간 뉴스 채널을 통해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이하 ISIL)를 주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분쟁의 현장을 직접 취재한 리포트는 거의 없습니다. 기자들을 탓할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ISIL은 저널리스트를 참수하고 그 영상을 공개한 것도 모자라, 지난 주에는 어처구니없는 취재 지침을 발표했으니까요.  이 지침에 따르면 기자들은 ISIL 언론 담당실의 엄격한 감시 하에서만 취재를 해야하고, 지역의 주요 언론사인 알자지라와 알아라비야를 포함하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언론사와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일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 지침은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혀, 기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침을 어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책임있는 현장 보도를 하기란 불가능하죠. 이 지역에서 기자들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ISIL 뿐이 아닙니다. ISIL이 장악한 지역을 되찾는 작전을 수행하던 이란 주도 시아파 민병대 역시 민간인을 상대로 끔찍한 짓을 한다는 목격담이 나오는가 하면, 공습을 주도하고 있는 백악관도 ‘민간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무인기 사용 원칙이 이라크와 시리아의 작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인했으니까요.

그러니 기자들은 고작 연기가 피어오르는 지평선을 바라보며 보도를 하거나, 총성이나 폭발이 들릴 뿐 누가 어떻게 죽어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거리에서 보도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상황을 전혀 볼 수 없는 이웃 나라에서 보도를 하는 경우도 흔하죠. 현장에 갈 수 없으니 분쟁의 당사자들이 발표한 – 종종 프로파간다가 포함된 – 보도자료에 의존하거나, 검증할 수 없는 2차 소스로 보도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 쪽의 주장과 반대편의 주장을 모두 놓고 검증할 능력이 없는 언론은, 언론이라기보다 대변인에 불과합니다. 대중은 결국 ISIL 사태의 불완전한 그림만을 보고 있는 것이죠. 에미레이트 출신의 여성 전투기 조종사의 공습 참여는 여권 신장의 상징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하지만, 공습으로 죽어간 시리아의 민간인 여성들의 꿈과 희망, 공포, 인생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1991년 걸프전을 기점으로 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군대와 동행하는 것은 일종의 관행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여기에는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따랐죠. 군사적으로 더 강한 편과 다니는 것이 기자들에겐 훨씬 안전하고, 기자로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속해 있는’ 부대의 입장에서 현장을 볼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은 어떻게든 “적진”에서 현장을 취재해 왔습니다. 알자지라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위험한 현장에 기자를 직접 파견에 취재한 것으로 그 이름을 널리 알린 바 있습니다. 아랍의 봄 이후로 이 지역 각 국 정부의 통제는 더욱 강해졌지만, 언론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 세계에 전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해왔습니다. 물론 일부는 성공했고, 일부는 실패했죠. 그러나 ISIL 사태에서 분쟁 지역 보도의 문제점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언론의 빈틈을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가 채우고 있지만, 이렇게 세력을 키운 소셜 미디어가 정확한 정보보다는 잘못된 정보의 확산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위험성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기자들이 접근할 수 없는 현장을 다루는 시민 기자들의 역할 역시 소중하지만, 객관성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세계가 ISIL의 소식으로 넘쳐나고 있지만, 우리가 이 사태를 잘 파악하고 있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알자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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