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우롱하는 온갖 수수료들
2014년 10월 20일  |  By:   |  경제  |  3 Comments

얼마 전 미국 최대의 통신사 AT&T는 소비자들에게 약 850억 원을 되돌려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고지하지 않고 사실상 덤터기를 씌워왔던 수수료를 갚으라는 연방통상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FTC,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의 권고를 이행하기로 한 것이죠. AT&T를 이용하는 다양한 벨소리 서비스나 문자로 오늘의 운세 등을 보내주는 등의 부가서비스 비용으로 매달 약 1만 원($9.99)을 냈습니다. 문제는 이런 부가서비스에 대한 설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일종의 끼워팔기 형식으로 자동 가입된 소비자들이 대다수였다는 데 있습니다. 이들은 사실상 이용하지도 않는 서비스에 꼬박꼬박 돈을 내온 셈이죠. 돈이 새어나가는 걸 눈치챈 소비자들이 서비스 해지를 요구해도 AT&T는 소비자들이 이미 약관에 동의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해지를 거부해 왔습니다. 이 서비스는 AT&T가 다른 업체에 외주를 주고 제공해왔는데, 소비자들이 내는 돈 가운데 AT&T는 약 35%를 수수료로 챙겼습니다. 지난해 이 부가서비스를 통해 거둬들인 AT&T의 수익만 약 1,700억 원입니다.

이와 같이 소비자를 우롱하는 숨어있는 수수료(hidden fees)는 휴대전화에만 해당하는 게 아닙니다. 학자금 대출이나 자동차 할부 구매, 주택담보 대출 등 온갖 금융 서비스에도 만연해 있으며, 인터넷을 설치하거나 케이블 TV에 가입하고 해지할 때도 ‘뭐 이런 명목으로 돈을 받아가나’ 싶은 항목이 수두룩합니다. 문제는 많은 수수료들이 서민층 가계에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인데, 소비자들은 시중은행 예금 계좌에 미리 정해진 최소 금액을 저금해두지 않으면 매월 수십 달러의 수수료를 보관비용으로 떼이고, 신용카드로 현금인출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터무니없이 높은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비행기를 탈 때 25만 원 짜리 표 대신 저렴한 20만 원 짜리 표를 샀다가 나중에 짐을 부치는 비용으로 10만 원을 더 내게 된 고객이 25만 원 표를 샀다면 수하물을 공짜로 부칠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분통을 터뜨리면 항공사들은 그러게 약관을 잘 읽어보시지 거기에 다 나와있는 내용이라고 말해 소비자들의 화를 부추기곤 하죠. 마찬가지입니다. 기업들은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에 가입할 때 고객에게 던져지는 수십 페이지 짜리 약관 속 어딘가에 숨어있는 애매모호한 설명이 수수료의 근거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꼼꼼히 읽지 않는 걸 고객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주장인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수수료는 추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을 만회하기 위해 부과됩니다. 하지만 항목들이 굉장히 방대하고 창의적이라고 고객들은 이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보험은 고객이 사는 지역에 따라 보험료를 다르게 책정하고 있지만, 이런 내용은 약관에 나와있지도 않습니다. 복잡한 보험사의 비용 산출 공식 안 어딘가에 숨어있을 뿐이죠. 때문에 수수료 항목을 투명하게 밝히고, 실제로 드는 비용과 거기에 따른 정당한 이윤을 부과한 수수료 체계를 설립해야 합니다. 연방통상위원회나 중앙은행, 소비자보호 단체들은 AT&T와 같이 두드러지는 사례를 찾아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기회에 수수료에 대한 지침을 세워서 기업들이 수수료를 통해 한몫 챙기려는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수수료를 제대로 책정하는 것만으로도 서민층 가계에 총 7조 원 가량의 경제적 효과가 돌아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각 가정의 소비가 진작되고 교육이나 복지에 투자한다면 여기서 창출되는 부수 효과는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필요한 정보를 차단하고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경제는 공정한 시장 경제가 아닙니다.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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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추천: 김낙호 (미디어 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