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소녀의 결혼일지가 불편한 당신에게
2014년 10월 16일  |  By:   |  문화, 세계  |  No Comment

먼저 이 블로그를 한 번 클릭해 둘러보세요. 대부분 노르웨이어로 적혀 있어 내용을 직접 파악할 수는 없지만, 이 블로그는 사진 속 12살 소녀인 떼아(Thea) 양의 일상을 담은 블로그입니다. 그런데 사진들이 또래 친구들과는 어딘가 다르죠? 그도 그럴 것이 12살 떼아는 37살 남자와 결혼한 유부녀이고, 자신의 결혼일지를 블로그에 올렸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 11일 블로그를 열며 떼아는 “한 달 후 저는 37살 난 헤어(Geir)라는 남자와 결혼합니다. 어제 엄마가 제게 그렇게 됐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알려주셨어요.”라는 글을 썼습니다.

이 블로그는 순식간에 노르웨이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됐습니다. 떼아는 웨딩드레스를 보러 다녔다는 등 결혼식 준비 과정은 물론 누군지 잘 알지도 못하는 남편과 해야 한다고들 하는 섹스라는 단어가 너무 무서워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다는 이야기도 썼습니다. 떼아는 무엇보다도 결혼을 하면 그녀의 꿈인 수의사가 되지 못할까봐 가장 걱정입니다. 하지만 엄마는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수의사가 될 수 있다며 일단 결혼을 해서 잘 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떼아의 부모를 향한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아이의 미래를 산산조각 내는 게 부모로써 할 짓이냐는 욕설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떼아는 정말로 37살 남자와 결혼을 한 게 아니었습니다. 이 블로그는 세계 여성 인권단체인 플랜 인터내셔널(Plan International)에서 가상으로 지어낸 이야기를 토대로 벌인 조혼 반대 캠페인의 일환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조혼이 아니라 어린 나이에 나이든 남자에게 팔려가든 결혼을 당하는 소녀들의 문제를 알리기 위한 캠페인이죠. 매일 전 세계에서 약 39,000명의 어린 소녀들이 공부를 하고 꿈을 키워야 할 학교 대신 누군가의 집에 사실상 하녀 비슷하게 어린 신부로 팔려갑니다. 어린 나이에 남편으로부터 성폭행이나 다름 없는 관계를 맺고 임신을 하면 조숙아 출산율은 높아지고 영아 사망률, 산모 사망률도 덩달아 높아지는 건 당연합니다. 세계은행의 자료를 보면 매년 10대 산모 가운데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합병증 등으로 7만 명이 숨집니다. 죽음을 피해가더라도 살아남은 어린 신부의 삶은 비참하기 짝이 없습니다. 에이즈를 비롯한 질병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고, 글을 읽지 못하며 이로 인해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일부다처제 문화에선 다른 부인과 비교를 당하며 가정폭력에 시달리기 일쑤입니다. 12살 떼아의 결혼일지 블로그는 어린 나이에 강제로 결혼을 시키는 것이 단순한 문화의 차이가 아니라 엄연한 범죄라는 점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떼아는 지난 11일 37살 헤어와 결혼식을 올리긴 했습니다. 지난 11일은 UN이 정한 세계 소녀의 날입니다. 헤어라는 가명아래 떼아의 이야기를 연기한 건 할바트 홀멘(Halvard Holmen)이라는 이름의 배우였습니다. 홀멘 씨는 인터뷰를 통해 “(가짜) 결혼식을 할 때 떼아가 내 곁으로 걸어와 팔짱을 끼는데 방글라데시에 갔을 때 목격했던 강제로 결혼당하는 소녀들의 기구한 운명이 떠올라 무척 슬펐다”고 말했습니다. 이 결혼은 노르웨이 법상 공인될 수 없습니다. 최저 혼인 연령이 18살(부모나 보호자의 동의가 있을 경우 16살)이기 때문입니다. 플랜 인터내셔널은 하지만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이러한 혼인 연령법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며 모두가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범죄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출처: Refinery 29 블로그, Plan International 자료 등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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