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덩치 큰 동물들은 암을 억제하게 되었나
약 40년 전, 리처드 페토는 세포 하나가 암으로 발전할 확률은 모두 같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그리고 이 가설을 바탕으로, 세포를 더 많이 가진 더 큰 동물은 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을 것이며, 더 오래 사는 동물 역시 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추측은 현실과 맞지 않았습니다. 모든 포유류는 크기와 수명과 무관하게 거의 비슷한 확률로 암에 걸렸습니다.
이 문제는 “페토의 역설”로 불립니다. 이를 설명하는 여러가지 가설들이 제시되었습니다. 한가지 가설은 작은 동물들은 신진대사가 더 빠르기 때문에 암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자유기(free radical)를 더 많이 만든다는 것입니다. 또다른 가설은 진화의 영향으로 더 큰 동물들은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옥스포드의 진화생물학자 아리스 카츠라키스는 덩치 큰 동물이 암을 일으키는 특정 바이러스를 더 잘 억제하기 때문에 암에 덜 걸린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연구는 지난 7월 “PLOS 병원균(PLOS Pathogens)”에 실렸습니다.
암을 일으키는 점핑 바이러스는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engogenous retroviruses)”로 알려져 있으며 숙주의 유전자에 자신의 유전자를 집어넣음으로써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포유류와 함께 수백만년을 진화해왔기 때문에 여러 척추동물 유전자의 5 – 10 %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유전자의 대부분은 활성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암의 발생에 있어 이 바이러스의 영향을 계산하기위해 카츠라키스는 지난 1천만년 동안 존재했던 38종의 포유류에 대해 이들의 크기와 이들의 유전자에 포함된 레트로바이러스의 수를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더 큰 동물일수록 그들의 유전자에 이 레트로바이러스가 적게 포함되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예를 들어, 쥐의 유전자에는 3,331개의 바이러스 흔적이 있었던 반면, 인간은 348개를 그리고 돌고래는 단 55개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더 크고 오래사는 동물들일수록 이들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능력을 키웠음을 말해줍니다. 카츠라키스와 그의 연구팀은 이런 과정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구체적으로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코끼리나 고래와 같은 동물들은 어쩌면 이들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유전자를 더 많이 가지고 있거나, 혹은 더 효율적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몸집을 크게 진화시킨 동물들은 암에 대한 저항력 역시 키웠을 것입니다. 이번 발견은 매우 놀라운 것입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옥스포드의 전염병학자이자 올해 71세가 된 리처드 페토의 말입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