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닷컴 인터뷰] 이성애의 발명 II
2014년 9월 25일  |  By:   |  문화  |  1 comment

Q: 여성운동의 성공이 어떻게 ‘이성애’라는 개념에 영향을 주었나요?

A: 사실 여성운동의 성공이라는 단어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세상에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여성운동이 있으며, 이성애라는 개념에 페미니즘이 전적으로 기여했다거나 책임이 있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페미니스트들과는 무관하게, 18세기의 평등사상은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갖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말해 남녀가 같은 권리를 가지게 된 것이 이성애의 개념을 바꾸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즉 남녀가 같은, 아니 거의 동일한 경제력과 정치력, 사회적 권리를 가지게 되면서 세상은 근본적으로 바뀌었고 남녀의 관계에도 큰 변화가 따라왔지요.

Q: 지난 10년간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의 신체적 차이에 대해 뇌의 차이에서 곱슬머리의 방향까지 다양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당신은 이 연구들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내가 그 연구들에 의문을 가지는 이유는 아직 누구도 표준적인 이성애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정의한 적이 없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는 대조군이 명확하지 않은 실험의 결과를 믿지 않아요. 간단하죠.

이 연구들은 모두 동성애자의 신체와 이성애자의 신체에 생리학적 차이를 보고자 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성애자의 신체가 어떤 것인지 안다고 가정했구요. 그러나 실은 아무도 그것을 분명히 정의한 적이 없어요. 그것은 좋은 과학이 아닙니다.

Q: 그렇군요. 그렇다면 당신은 이성애자의 신체적 특징을 말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요?

A: 음, 만약 당신이 비-이성애자의 신체가 어떤 것인지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성애자의 신체가 어떤지도 말할 수 있겠죠. 근데 하나를 분명히 말할 수 없다면, 다른 하나도 마찬가지겠죠.

Q: 나는 내가 동성애자라고 충분히 확신해요. 솔직히 말하자면, 누가 내가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한다면 나는 불편할 것 같아요.

A: 보세요, 아무도 당신이 어떠하다고 말하지 않아요. 누구도 그럴 권리가 없죠. 내가 말하려는 것은 그런 구분이 어떤 본질적인 것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뜻이에요. 이건 전혀 다른 이야기죠. 물론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구분되었다고 해서 그게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에요. 그 구분을 통해 인류가 어떤 문화를 만들기도 했고, 우리의 일상이 그 구분에 영향을 받는 것도, 우리가 일상에서 항상 그것을 염두에 두는 것도 사실이죠. 그게 현실이구요. 이것은 현실에서 작동하는 기준이에요. 단지 그게 생물학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것이에요.

Q: 타고난 것도 아니겠죠.

A: 어쩔 수 없는 것도 아니구요.

Q: 그래도 그런 구분이 유용한 것도 사실이에요. 동성애자를 구분하지 않으면 동성애자의 권리도 찾지 못했을 거에요.

A: 네, 당신도 알다시피 소수자의 권리를 이야기하는게 단순히 “모든 인간은 존엄성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고 끝내는 것보다 더 잘 먹히는 건 사실이죠. 당신이 어떤 주제에 대해 뚜렷한 차이를 부각시킬 수 있다면, 사람들이 그 내용을 더 잘 받아들이고 그걸 쉽게 무시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지요. 나는 사람들이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 점이 참 안타까워요.

Q: 그렇다면 동성애자 권리 운동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과연 그 운동이 인간의 성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혔을까요?

A: 나는 여기에서 어떤 분류가 일반화 되었을 때 일어나는 흥미로운 현상을 봅니다. 단순히 동성애라는 어떤 개념이 있는 문화에 속해 있는 것만으로 우리는 이것이 실제로 있다고 믿고, 실제로 그게 어떤 것인지 안다고 믿으며, 이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안다고 믿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그런 우리의 믿음에 맏는 이들을 보았을 때 이렇게 말합니다. “야 저 사람들 동성애자 같지 않냐?” 그 사람들이 실제로 동성애자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라도 말이지요.

사람들은 그런 구별을 점점 더 받아들이고 있지요. 나는 “브로맨스(bromance)”라는 용어를 처음 들었을 때 쓰러지는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어떤 희망도 보여요. 지난 100여년 동안 많은 남자들이 다른 남자에게 사랑이나 애정을 느꼈을 때 그것이 꼭 성적일 필요가 없는 것일 때, 이런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지요. 이제는, 적어도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죠. “맞아. 남자들도 서로에게 어떤 애정을 보이거나 서로를 사랑할 수 있어. 또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라고 쉽게 단정지어서는 안된다는 거지.” 즉 뭔가가 더 생겼다는 거죠.

Q: 특히 여성들의 경우 자신을 동성애자 또는 이성애자로 분명하게 구분하지 않는 경향이 오늘날, 특히 대중문화에서 있는 듯 합니다. 그런데 남자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요.

A: 거기에는 이유가 있죠. 나를 포함한 많은 동성애 여성들은 두 여성이 성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것을 섹스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요. 따라서 당신이 하려는 것이 심지어 사람들이 섹스라고 생각할 그런 행동들이 아니라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매우 쉬워요.

Q: 그러나 남자들의 경우, 다양한 문화적 이유가 그런 구분을 고집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어쩌면 편리함의 문제일 수 있겠죠.

A: 구분이 편리함과 관련이 있는 것은 사실이죠. 특히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나누는 구분에는 아주 커다란 장점이 있지요. 쉽게 말해, 이 편이 아니면 자동적으로 저 편이 되는 거죠. 엄청나게 시간을 절약해주죠.

Q: 나한테는 이런 흐름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타협한 친구들이 몇 명 있어요. 오랬동안 레즈비언으로 살다가 이게 성전환수술을 받은 이와 데이트를 하게 된거죠.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이성애자들처럼 보이게 되었구요. 나와 만날 때 종종 그들은 자신의 남자친구를 언급하며, “아 그이는 성전환자야”라고 말합니다.

A: 나는 그 이야기가 이런 구분이 그저 인위적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매우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그 구분은 그저 당신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당신의 믿음에 따라, 당신의 주변 사람들에 따라, 당신이 받아들이고 지지하는 문화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죠. 이 기준은 당신을 흥분시키는 기준도 아니고, 당신의 성적취향이나 당신이 자고 싶은 사람들의 성기 모양과도 관계가 없어요. 그저 당신이 속한 문화가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질 뿐이에요.

Q: 나는 동성애자 남성들의 결혼이 합법화되기 오래전에 여성과 성전환으로 남성이 된 여성이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었다는 점이 참 흥미로워요. 사실 보수주의자들은 후자를 훨씬 더 혐오했는데도, 단순히 결혼은 다른 성을 가진 이들이 해야 한다는 기준 때문에 그랬지요.

A: 사실 그 말이 모든 주에서 참인 것은 아니에요. 아직도 내 가슴을 아프게 하는 텍사스의 리틀턴 대 프랜지 사건을 봅시다. 텍사스에서는 아직도 성전환자는 법적으로 결혼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지요. 그 이유로는, 사람은 유전자를 바꿀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 성전환자의 성이 원래 그것이 아니었다는 주장 때문이구요. 따라서 결혼은 유효하지 않습니다. 나는 동성애자들간의 결혼이 성적취향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볼 떄 매우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런 흐름이 비 이성애자들이 이성애자 중심의 문화를 흔들려는 것이라기 보다는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그 실제 삶의 방식이 정치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포용되어가는 매우 의미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살롱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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