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혼인율이 점점 줄어들다
2014년 9월 25일  |  By:   |  문화, 세계  |  No Comment

퓨리서치 센터의 최근 조사결과, 미국의 25세 이상 성인남녀 가운데 약 20%인 4천 2백만 명이 아직까지 결혼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60년엔 같은 연령대에 결혼을 한 번도 안 한 성인남녀의 비율이 전체의 9%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미국에서 결혼을 하는 것이 굉장히 까다로워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퓨리서치 센터는 현재 젊은 성인남녀의 1/4은 2030년까지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덧붙였습니다. 여기에는 상당히 복잡한 원인이 있겠지만, 어쨌든 결혼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건에서 점점 선택의 문제로 변하고 있거나 또는 점점 결혼을 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뚜렷한 추세 때문에 정부의 가족, 육아, 교육 정책은 물론 각 가정으로부터 거두는 조세 정책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게리 베커(Gary Becker)가 묘사한 남자가 돈을 벌고 여자가 살림을 하는 전통적인 가정의 모습이 유효했던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을 통해 꾸리는 가정은 가장 안정적인 경제 공동체였습니다.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해야 안정적인 벌이와 생활이 가능했던 거죠.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여성이 일을 하고 돈을 벌며 여성의 권리가 신장하면서, 쉽게 말해 든든한 직장을 가진 남편을 만나 결혼하지 않아도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어지자, 결혼은 점점 경제적으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아니라 사랑이 우선시되는 선택의 문제로 바뀌었습니다.

이번 조사결과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교육 수준과 소득이 높은 계층 사이에서는 여전히 혼인율이 높았지만, 반대로 교육 수준이 낮고 아직 안정적인 소득이 없는 젊은 세대, 또는 흑인들 사이에서는 혼인율이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졌습니다. 성인 남성 가운데 한 번도 결혼한 적이 없는 이들의 비율(23%)은 여성(17%)보다 높았는데, 25~54세 성인 남성 가운데 직장이 없는 이들의 비율이 지난 50년간 꾸준히 높아졌고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 가운데 78%가 가장 중요한 배우자의 요건으로 안정적인 소득을 꼽았다는 사실을 통해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결혼을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기 위한 필수 단계로 여겼던 과거 세대에 비해 요즘 젊은 세대는 결혼 전에 이미 안정적인 소득원을 마련해놓고 결혼을 준비하려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역시 이번 조사에서 미래에 결혼을 하고 싶다고 답한 미혼 남녀의 절반 이상이 아직까지 결혼하지 않은 이유를 경제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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