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는 건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별 도움이 안 됩니다
2014년 9월 22일  |  By:   |  과학, 칼럼  |  1 comment

다음주 미국 뉴욕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상들이 UN에 모여 회담을 갖습니다. 아마 이번에도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는 대기 중의 탄소 농도를 낮춰 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삼림 파괴(deforestation)를 막자는 것일 겁니다. 나무를 심는 캠페인에도 어마어마한 예산을 지원하겠죠.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나무가 대기 중의 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산소를 토해내 온난화를 억제하는 첨병 노릇을 하는 게 과연 전부일까요? 광합성 과정을 통해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대기 중에 내보내는 건 맞지만, 지구 온난화와 관련해 우리가 고려해야 할 나무, 또는 숲의 또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만큼 지구 기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바로 태양열을 얼마나 흡수하고 얼마나 반사해내느냐입니다. 하늘에서 숲을 바라보면 녹색 빛이 굉장히 짙죠. 숲은 태양열을 상당히 많이 흡수해 대기의 온도를 높이는 데 일조합니다. 과학자들이 광합성을 통한 탄소 흡수 외에 이와 같은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산한 결과, 열대 지방에서는 나무를 심고 숲을 보호하는 게 온도를 낮췄지만, 더 추운 기후의 지방에서는 나무를 심는 게 온도를 높였습니다. 인간이 먹을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개간한 경작지 또는 목장 등이 온난화를 억제하는지, 부추기는지에 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게다가 나무가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들여마시고 산소를 내뱉기만 하는 게 아닙니다. 나무는 인간에게 해로운 대기오염 물질인 휘발성 유기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s, V.O.C.s)을 내뿜기도 합니다. 이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자동차 배기가스나 공장 굴뚝의 연기와 섞여 메탄과 오존 같은 강력한 온실가스로 변하기도 합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 “대기오염의 주범은 자동차가 아니라 나무”라고 말했다가 엄청난 비웃음과 비난을 샀었는데, 이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겁니다.

나무와 숲이 광합성을 통해 지구상의 산소 농도를 조절한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상식입니다. 당장 지구상의 모든 식물이 광합성을 멈춘다고 해도 지구상의 산소 농도는 1% 정도 낮아질 뿐입니다. 흔히 아마존 열대우림을 가리켜 “지구의 허파”라고 부르지만, 아마존 열대우림의 나무들이 내뿜는 산소 덕분에 우리가 숨을 쉬고 사는 건 아닙니다. 과학적으로 분석해보면, 아마존 열대우림은 엄청난 광합성을 통해 많은 산소를 배출하지만, 그만큼 많은 산소를 다시 들이마시고 탄소를 내뿜기도 하는 완전히 닫힌 체계입니다. 나무를 심고 숲을 보호하는 것이 종 다양성을 보호하고 환경을 지키는 측면에서는 우리 모두에게 이로운, 장려받을 만한 일이 되겠지만, 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나무를 심고 숲을 보호하는 데 엄청난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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