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비영리 단체가 저소득층 학생들을 명문 대학에 보낸 비결
아리아나 트리키(Arianna Trickey)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당시 집에 날아든 편지 봉투를 열었습니다. 봉투 안의 팜플렛에는 아리아나가 꿈도 꾸지 못할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명문 대학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죠. 아리아나는 거실에 있던 목수 일을 하던 아버지에게 팜플렛의 내용을 알리러 달려갔습니다. 그 팜플렛은 퀘스트브리지(QuestBridge)라는 비영리 단체가 발송한 것이었습니다. 퀘스트브리지는 미국의 명문 대학 입학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체 중 하나입니다. 현재 스탠포드 대학 학부 재학생 가운데 300명, 즉 전체 학부생의 4%가 퀘스트브릿지를 통해 스탠포드에 합격했습니다. 이 비율은 다른 대학에서는 더 높습니다. 앰허스트 칼리지는 전체 재학생의 11%, 포모나 칼리지의 경우는 9%에 달합니다. 북부 캘리포니아에 사는 창업가 아내와 의사에서 의료기기 투자자로 변신한 남편 부부가 설립한 퀘스트브릿지는 능력이 뛰어난 저소득층 학생들을 명문 대학에 입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바사르 칼리지의 총장은 퀘스트브릿지를 “전미 대학 입학 본부”라고 칭했습니다.
퀘스트브릿지가 부모의 소득 격차에 따른 교육 격차를 줄이는 방식은 혁신적입니다. 현재 퀘스트브릿지를 통해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간 퀘스트브릿지를 통해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교수, 선생님, 사업가, 의사와 같이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대학 입학 본부들은 퀘스트브릿지의 성공 비결로 학생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간결했다는 점을 꼽습니다. 퀘스트브릿지는 저소득층 가정에 자녀의 대학 입학에 대해서 설명할 때 복잡한 학자금 지원과 같은 이야기를 피했습니다. 대신, 아주 간단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만약 명문 대학에 합격하기만 하면 퀘스트브릿지가 어떻게든 모든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퀘스트브릿지의 창립자인 마이클 맥컬러(Michael McCullough)와 아나 맥컬러(Ana McCullough) 부부는 로터리 클럽이나 기업, 혹은 다른 기관들이 기부하는 30억 달러에 달하는 장학금이 필요한 곳에 쓰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이 장학금은 주로 고등학교 3학년들이 졸업할 때 수여되는데, 맥컬러 부부가 볼 때 장학금이 전달되는 시점은 너무 늦었습니다. 학생들은 대개 졸업하기 훨씬 이전에 대학에 갈지, 간다면 어떤 대학에 갈지 중요한 결정을 이미 내리기 때문이죠.
맥컬러 부부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여름 방학 프로그램이나 공짜 노트북 컴퓨터와 같은 것을 제공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저소득층 가정의 똑똑한 학생들이 가정 형편 때문에 충분한 정보도 얻지 못하고 너무 쉽게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걸 막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이 장학금의 수혜자가 되려면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아주 상세한 지원서를 써야 하는데, 이 지원서는 나중에 학생들의 대입 지원서의 밑바탕이 됩니다. 맥컬러 부부가 이런 식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은 사회과학 연구로부터 영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대학 입학과 같은 장기적인 목표보다 공짜 노트북과 같은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인센티브에 더욱 빨리, 쉽게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를 참고했죠. 맥컬러 부부가 첫 후원자를 확보 했을 때 이들은 두 개의 시험 프로그램을 실시했습니다. 하나는 뉴욕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고 다른 하나는 저소득층 유대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는데 결과는 긍정적이었습니다.
퀘스트브릿지의 기원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두 부부가 스탠포드 학생일 때 시작한 저소득층 학생 대상 여름 프로그램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스탠포드 프로그램은 부유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청소년들에게 성공적인 어른들을 연결시켜주면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몸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스탠포드 여름 프로그램 참가 신청자 수가 늘어났을 때 맥컬러 부부는 이 프로그램 신청자 가운데 명문 대학이 원하는 자격을 갖춘 학생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부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염두에 두고 장학금을 논의하기 위해서 대학 입학처 관련자들을 만났습니다. 퀘스트브릿지는 SAT 점수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학생들에 대한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참고해 학생을 선발합니다. 지원자들은 고등학교 2학년이 시작되는 9월까지 자신의 삶을 상세하게 기술한 지원서를 써야 합니다. 퀘스트브릿지는 명문 대학들로부터 이 학생들이 합격하면 4년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습니다. 현재 35개 대학이 퀘스트브릿지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장학생 후보였지만 장학금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일반 전형을 통해 대학에 입학하는데 이 경우에도 많은 학생들이 전액 장학금을 받습니다.
퀘스트브릿지를 통해서 버지니아 대학(University of Virginia)에 입학한 아리아나 트리키는 퀘스트브릿지가 완전히 내 삶을 바꿨다고 말합니다. 버지니아 대학이 위치한 샬로츠빌의 아파트 발코니에서 인터뷰를 하는 동안 아리아나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자기 인생에서 살아본 집 가운데 가장 좋은 집이라고 말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자란 아리아나는 목수인 아버지의 일거리가 충분하지 않을 때 온 가족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무료로 나눠주는 푸드 뱅크에서 자원 봉사를 하고 난 뒤 남은 음식을 먹곤 했다고 회상했습니다.
퀘스트브릿지는 그 동안 규모가 커졌지만 대학 진학이 가능한 연령대의 저소득층 학생 수를 고려하면 여전히 작은 규모입니다. 따라서 더 많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퀘스트브릿지의 실험이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교훈에 주목해야 합니다. 첫째,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학자금 보조 프로그램은 저소득층 부모와 학생들의 대학 진학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을 더 간결하게 만들 필요가 있으며 최근 오바마 행정부는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둘째, 기업이나 정부가 제공하는 기존의 장학금 가운데 매우 비효율적인 제도가 많습니다. 지금의 장학금 제도는 장학금의 여부와 상관없이 어쨌든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할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에게 주어집니다. 장학금이 없으면 대학 입학을 꿈도 꾸지 못하지만, 똑똑하고 재능이 있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이 돌아가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퀘스트브릿지는 경제 불평등 때문에 빚어진 모든 문제가 결코 해결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N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