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의 바닥에 앉아있는 것이 내 평생의 꿈입니다.” 하루키의 가디언 인터뷰
2014년 8월 27일  |  By:   |  문화  |  No Comment

“당신이 하루키의 소설을 읽게 된다면, 당신의 삶은 그의 소설처럼 바뀌기 시작할 겁니다. 그것이 그의 소설들이 가진 특별한 마술적 힘이지요. ”

가디언 북클럽의 존 멀랜의 말입니다. 그는 이번 에딘버러 국제 책 페스티벌에 참석한 일본의 존경받는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났습니다.

멀랜은 에딘버러로 가는 기차에서 있었던 흥미로운 경험을 먼저 이야기합니다.

“당신,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군요!”

그가 읽고 있던 “태엽 감는 새”를 보자, 기차의 여승무원이 말을 걸었습니다.

“나도 하루키를 좋아해요, 대단한 우연이지 않나요?”

그는 거의 ‘세상에는 하루키를 좋아하는 2천7백만명이 있답니다’라고 말할 뻔 했지만, 그 말을 참는 대신 자신이 그날 오후 그를 만날거라고 말하고 말았습니다.

하루키는  공공장소나 언론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그는 영어로 신나고, 편안하게, 매우 재미있게 답했습니다. (그는 시작전에 “나는 하와이에 한동안 살았기 때문에 내 영어는 당신과 좀 다를거에요”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한 여성 통역자가 그를 도왔습니다. 그녀는 과거 그와 그의 아내 요코가 도쿄에서 운영하던 술집의 종업원이었다는군요.

13개의 장편소설과 수 많은 단편을 쓴 그는 그가 썼던 소설의 내용이나, 자신이 왜 그 내용을 썼었는지를 완전히 잊은 듯 했고, 크게 개의치 않는 듯 했습니다. 그는 대부분의 질문에 “정말요?” 또는 “기억이 안나네요”라고 답했고, 사람들은 그의 솔직함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는 “태엽 감는 새”에 대해, “이 책은 20년전 출판되었고, 나는 그 뒤로 읽은 적이 없다구요!”라고 답했지요.

아래는 그의 주요 발언들입니다.

  1. “나는 3인칭으로 글을 쓰는 것이 불편합니다. 그건 마치 인물들을 내려다 보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 “나는 1979년에 첫 소설을 썼습니다. 그 때부터 나는 항상 1인칭을 고집했지요. 나는 몇 번 3인칭을 시도했고, 시도할 때마다 나는 그들을 위에서 바라본다는 생각에 불편함을 느꼈죠. 내가 쓴 첫 번째 3인칭 소설이 ‘해변의 카프카’이니, 20년이 걸렸군요. 나는 등장인물들과 같은 위치에 있고 싶습니다. 그게 민주주의입니다!”
  2. “어렸을 때 난 조용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조용한 삶을 살고 싶었죠.” : ” ‘태엽감는새’의 주인공 오카다 토루는 나의 영웅입니다. 어렸을 때 나는 그와 같은 사람이고 싶었어요. 난 조용한 사람이 되어 조용한 삶을 살고 싶었죠. 물론 지금 내 삶은 그렇지 않습니다. 삶이란 알 수 없는 것이지요.”
  3. “나는 다림질을 사랑합니다. 심지어 아내의 옷도 내가 다린답니다!”: 하루키는 그의 책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들, 곧 고양이, 요리, 음악, 그리고 집착 등은 그의 삶과 연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글을 쓰는 과정을 설명하며 왜 자신이 하나의 책 안에 여러 개의 다른 이야기를 넣는지를 설명했습니다. “하나의 소설을 쓰는 데 1년에서 2년이 걸립니다. 그리고 나는 매일매일 글을 쓰지요. 지칠 수 밖에 없어요. 나는 창문을 열고 신선한 공기를 마십니다. 내가 다른 이야기를 쓰는 것은 내가 재미있기 위해서이고요. 물론 독자들도 그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느끼기를 바랍니다. 나는 1인칭으로 이야기를 쓰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의 편지들이나 다른 이야기를 필요로 합니다.”
  4. “나는 폭력이나 성적학대를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내가 이를 쓸 때에는 단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 어떤 그의 소설들에는 끔찍한 내용들이 있습니다. 그는 “태엽 감는 새”에 나오는 잔인한 장면들을 이야기했습니다. “내가 그 장면들을 쓸 때, 나도 무서웠답니다. 내 작품을 번역하는 모든 이들이 그 장면이 무섭다고 내게 불평했습니다. 그러니 내가 쓸때에는 얼마나 무서웠겠습니까! 하지만 나는 그래야 했습니다. 폭력과 성적 학대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드는 그런 면이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내용이라도 이야기를 위해 써야하는 것이지요.”
  5. “우물 바닥에 앉아 있는 것이 내 평생의 꿈입니다.”: “우물바닥에 앉아 있는 것이 내 평생의 꿈이죠. 나는 종종 이런 꿈을 꿉니다. [그럼 그건 악몽이 아닌가요? 존 멀랜이 물었습니다. “아닙니다!” “왜죠?” “나도 모르겠군요.”] 나는 소설을 쓸 때, 내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생각합니다. 나는 홀로 우물 바닥에 앉아 있으리… 좋지 않나요!”
  6. 자신의 책들의 번역에 대해. “걱정하지 마세요!”: 많은 독자들이 그의 책의 번역에 대해, 그리고 영역본에서 그가 어느정도 관여하는지를 물었습니다. 비즐리는 물었습니다. “그의 많은 이야기들이 뉘앙스와 미묘함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그가 자신의 소설을 일본어판이 아닌 번역판으로 읽은 독자들이 무엇을 얻지 못했다고 생각하는지를 알고 싶군요.” “나는 영어로 된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불어나 러시아어, 독어 등은 읽지 못하지요. 영역판의 경우 번역이 끝나면 그들은 내게 그 내용을 보내줍니다. 나는 영역판을 읽을 때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다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는 모르지요. 내 말은, 내가 번역판을 즐겼다면, 번역이 잘 되었다는 뜻이라는 것이구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물론 실수를 발견할 때도 있고 역자에게 연락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기껏해야 책 한 권에 서너군데입니다.”
  7. “글을 쓸 때(그러니까, 매일매일), 나는 그 다음 어떤 내용을 쓰게 될지 전혀 모릅니다.”: 여러 독자들이 그가 글을 쓰는 과정을 물었습니다. 에드워드 를웰린의 질문입니다. “당신은 책을 쓰기 전에 어떤 내용을 쓸 지 모두 생각한 다음 쓰기 시작하나요? 아니면 우리같은 독자와 마찬가지로 작가들도 글을 쓰는 것이 하나의 여행인가요?” “나는 앞으로 어떻게 내용이 전개될 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글을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태엽 감는 새’의 경우 처음 내가 생각했던 건 새의 울음소리였습니다. 나는 뒷마당의 새 울음소리를 듣고 있었으니까요. (나는 그런 소리는 그 때 처음 들었고, 그 뒤로도 그런 소리는 들은 적이 없습니다. 나는 그 새가 무언가를 예고한다고 느껴졌지요. 그래서 그런 내용을 쓰고 싶었구요.) 그 다음 소재는 스파게티 요리였습니다! 나는 이런 식으로 글을 쓴답니다! 나는 스파게티 요리를 하고 있었고 누군가가 날 불렀습니다. 그래서 이 두가지를 가지고 쓰기 시작했죠. 2년 동안 계속 글을 썼습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나는 매일 그 다음날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릅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앞으로 가서 컴퓨터를 켭니다. 그리고 내게 말핮.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 재미지죠!”
  8. “내 상상력은 일종의 동물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걸 계속 살리려 노력합니다.”: “나는 우물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리고 코끼리도요. 냉장고, 고양이, 그리고 다림질도 있습니다. 이런 걸 말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9. “내 삶은 이상한 우연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멀랜은 왜 많은 작가들이 독자들에게 그럴듯 하지 않은 일로 보일까봐 우연을 피하는 반면, 그의 소설에는 우연이 자주 등장하는 지를 물었습니다. “디킨즈의 소설에는 우연이 가득차 있어요. 레이몬드 챈들러의 소설도 마찬가지죠. 필립 말로는 ‘천사들의 도시’에서 수많은 시체들과 마주치죠. 그건 LA 에서도 비현실적인 일이죠. 그러나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답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없다면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죠? 그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내 삶에도 수많은 우연이 있어요. 내 삶의 부분 부분에 수많은 이상한 우연한 사건들이 일어났어요.”
  10. “작가가 되면 어떤 점이 좋은가요?” “출퇴근이 없고, 회의가 없고, 상사가 없답니다.”: 여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그도 더 무슨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 질문은 청중중의 한 명이 한 것입니다.
  11. “소설을 쓸 때, 나는 음악이 필요해요.”: 청중 중의 한 명이 그에게 이번 소설에 넣을 음악을 어떻게 고르는지를, 곧 그가 소설에 들어갈 음악들을 미리 골라놓는지를 물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음악들은 선택됩니다. 소설을 쓸 때 나는 어떤 음악적인 무언가를 필요로 하고, 그 노래들은 저절로 내게 다가와요. 나는 화음, 리듬, 즉석 연주 등 음악에서 많은 것을 배웠죠. 독자들이 책을 계속 읽게 하기 위해 리듬은 특히 중요하죠. 나는 글을 쓸 때 거의 음악을 듣고, 그럴 때 책에 넣을 음악들이 떠오릅니다.”
  12. “나는 슬픈 등장인물들을 넣을 의도는 전혀 없어요.”: 청중 중의 한 명이 그에게 왜 그의 소설에는 그렇게 많은 슬픈 사람들이 등장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정말요?” 그는 놀란듯이 답했습니다. 토루 오카다는 결혼이라는 관점에서 슬픈 인물이지요. 멀랜이 말했습니다. “누구나 (결혼이라는 점에서) 그렇죠!” 무라카미는 농담을 했습니다(라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나는 슬픈 등장인물을 넣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에요.” 그는 마무리지었습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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