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IS)의 공포 정치, 현지의 반발은 없을까?
이라크 북부를 점령한 이슬람국가(Islamic State: IS)가 죄 없는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James Foley)를 잔혹하게 처형한 사건을 두고 그 배경에 대해 많은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IS가 포로들의 상태나 구체적인 요구 조건을 공개하지도 않고 갑작스런 처형을 단행한 것을 보면 이들의 목적은 명백합니다. 인명을 도구로 삼아 미국 대중을 위협하는 무대를 연출하겠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와 같은 야만적인 홍보 전략은 IS의 미래에 장기적으로 득보다 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영상이 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무장 단체가 끔찍한 공개 처형을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는 시대는 지나간 것처럼 보였습니다. 2004년 알 카에다의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Abu Musab al-Zarqawi)가 미국인 사업가를 살해한 사건에 대해 알 카에다 지도부 내에서도 좋지 않은 반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05년 미군이 중간에서 가로챈 서한에 따르면, 당시 빈 라덴의 오른팔이었던 아이만 알-자와히리(Ayman al-Zawahiri)는 막 떠오르던 알-자르카위에게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알-자와히리는 편지에서 “오늘날 전쟁의 절반은 미디어 상에서의 전쟁”이라며 “당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무슬림들도 포로들을 처형하는 장면을 좋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몇몇 열성적인 젊은이들의 찬양에 현혹되지 말라”고 충고했습니다. 2007년에는 알 카에다의 대변인이 직접 참수가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영상을 공개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IS는 알 카에다와는 다릅니다. 자와히리의 전략이나 상대적 사회성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자와히리가 시리아에 파견한 특사를 살해하고, 경쟁 관계에 있는 무장 단체들을 쓸어버렸죠. 자와히리를 비롯한 지하디스트 이데올로그나 성직자들이 이성을 찾으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전혀 먹히지 않습니다. “IS는 단순한 테러 집단 그 이상”이라는 척 헤이글 국방장관의 최근 발언에서 보듯, 미국 정부도 IS의 남다른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공포 정치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IS의 전신인 이라크 알 카에다가 공개 처형으로 민심을 잃기 시작한 것이 2007년 초반입니다. 2007년 10월에는 수니파 무장 집단 하마스 알 이라크(Hamas al-Iraq)가 위계를 깨고 공개적으로 알 카에다를 비판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참수당한 시체들을 매일같이 보는데, 시체 대부분은 미국인이 아니라 한 때 알 카에다를 위해 일하다가 버림받은 현지인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오히려 점령군이 너그럽고 인간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내용이었죠.
IS에 대한 불만의 씨앗도 이미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이라크이슬람군(Islamic Army in Iraq: IAI)과 알 나크샤반디야군(al-Naqshabandiya Army) 등 수니파 단체들이 IS의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Abu Bakr al-Baghdadi)와 그 수하들의 오만방자함에 대해 불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IS는 아랑곳하지 않고 공포 정치를 강화해가고 있죠. 최근에는 IS를 옛 이름인 ISIL(Islamic State in Iraq and the Levant)로 잘못 불렀다는 이유로 태형 70대를 선고했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가까운 미래에 어떤 형태로건 현지인들이 반발하리라 예측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다만 이와 같은 반발이 IS에 대항할 수 있는 세력으로 성장하기까지, 나아가 엄청난 자금과 무기로 무장한 IS를 스스로 몰아낼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습니다. (Politi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