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환자 돕기 위한 ‘얼음물 샤워(Ice Bucket Challenge)’를 둘러싼 논란
2014년 8월 22일  |  By:   |  문화, 세계  |  1 comment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ALS), 우리말로는 근(筋)위축성 측색(側索) 경화(증), 일명 루게릭병은 아직까지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 병입니다. 루게릭병은 퇴행성 질환으로 온몸의 근육이 위축되어 걷고 말하고 먹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고 마지막엔 숨을 쉬기도 어려워지는, 매우 고통스런 병입니다. 루게릭병 협회(ASL association)는 병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치료기술 개발에 드는 자금을 모으기 위해 차가운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잠시나마 루게릭병 환우들의 고통을 느껴보자는 취지의 얼음물 샤워, 즉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를 시작했습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명인들까지 동참하며 이는 하나의 열풍이 되었습니다. 루게릭병에 대한 관심을 제고한다는 목표는 분명 이룬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열풍에 동참하는 것이 과연 정말 의미 있는 활동(activism)인지, 아니면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아픔에 대한 공감 없이 그저 얼음물 한 번 시원하게 뒤집어쓰고 마는 보여주기 위한 요식행위(slacktivism)인지를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먼저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비판적인 의견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얼음물 샤워 열풍에 대한 비판은 온라인 청원에 대한 비판과 궤를 같이 합니다. 즉, 클릭 한 번 하는 것, 트윗 남기며 해시태그 한 번 다는 것만으로 무언가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한 것 같지만, 실은 별로 한 게 없다는 비판이죠.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 대학의 크리스토퍼슨(Kirk Kristofferson) 씨는 소비자연구(Journal of Consumer Research)지 4월호에 실린 논문을 통해 어떤 행위를 온라인을 통해 공개적으로 하면 할수록, 그 행위는 의미가 덜하거나 효과적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공개적으로 한 번 알리고 나면, 이후 지속적으로 좋은 일을 할 동기가 떨어진다는 것이죠.

반대로 “안 하는 것보다는 여전히 어떻게라도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온라인 청원에 서명을 한 사람이 실제로 그 문제와 관련해 기부를 하거나 의견을 높일 확률이 높으며, 온라인 청원에 서명을 안 한 사람은 오히려 자신이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지도 않는 일에 기부를 하거나 에너지를 쓴다는 겁니다. 조지타운대학에서 실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소셜미디어에 글을 남긴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그 이슈에 관해 의미 있는 행동을 할 확률이 두 배 높았습니다. 루게릭병 협회가 받은 기부 액수만 살펴봐도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리는데, ‘얼음물 샤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 말부터 현재까지의 기부금 모금액은 약 23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억 원)에 비해 열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더욱 고무적인 건 45만 명 넘는 사람들이 처음으로 루게릭병 협회에 기부를 했다는 사실입니다. (Indy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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