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필립 볼의 신작 “투명성”
2014년 8월 18일  |  By:   |  과학, 문화  |  1 comment

필립 볼의 신작 “투명성: 보이지 않음에 대한 위험한 유혹(Invisible: The Dangerous Allure of the Unseen)”은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종류의 책입니다. 그의 글에는 비소설 분야에서는 드물게 보이는 재치와 발랄함이 있습니다. 그는 깊이 있는 내용들로 책을 가득 채웠지만, 단순히 흥미로운 사실들을 열거하는 것을 넘어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그는 이 책에서 다른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능력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인간의 문명에서 이 능력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왔음을 설명합니다.

그는 투명인간이 주요 등장인물인 이야기들로 책을 시작합니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바로 진정한 권력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은 신화와 전설에서뿐만 아니라 종교에서도 사용되었습니다. 또 이런 초능력에 대한 열망이 우리가 그 능력에 매혹되는 이유입니다.

이 생각은 다양한 측면에서 유용한 논의를 유도합니다. 특히 심리학과 관련된 내용은 매우 훌륭합니다. 예를 들어 볼은 심리학 분야에서 잘 알려진 실험인, 네 살 난 아이들은 자신들의 눈을 감는 것만으로 자신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한 실험을 언급합니다. 그러나 이 다소 순진해 보이는 어리석음은 실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님이 밝혀졌습니다. 이 두 살에서 네 살까지의 아이들은 자신이 눈을 감을 때, 자신의 머리나 자신의 발이 다른 이에게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자기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곧 이는 “인식론적으로 복잡한 의미를 가진 진술(epistemologically complex statement)”입니다. 즉, 아이들은 눈을 감을 때, “자기 자신”이 자신의 육체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추가 실험에서는 아이들이 서로를 응시함으로써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였습니다. 곧, 이들은 상대방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 실험에 대한 볼의 묘사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제 우리는 아이들이 눈을 감음으로써 자신이 사라진다고 믿는다는 실험 결과로부터 아이들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따질 것이 아니라,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자아와 육체가 하나가 아니라고 느낀다는 사실이 얼마나 신비로운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당연히 이 결과는 정신과 신체의 문제, 그리고 의식이 어디에 존재하는가에 대해 매우 중요한 사실을 시사합니다. (내가 어렸을 때 가장 좋아하던 책인 매리 노튼의 “빌리는 사람들(The Borrowers)”에 나오는 ‘보여지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부분을 나는 꼭 여기서 언급하고 싶군요.)

포드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보여졌어”‘.

… 탁자를 바라보던 호밀리는 잠시 후 하얀 얼굴을 들며 물었다. ‘나쁘게?’

포드는 불안하게 움직였다. ‘나는 “보여졌다고”. 그건 이미 나쁜 거야’

이 책에서 가장 화려하고 흥미로운 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이 되기 위한 괴이한 레서피들을 다룬 부분입니다. 원숭이나 살아있는 올빼미의 눈, 딱정벌레의 똥, 파바 콩을 가득 채운 자살한 사람의 머리, 박쥐의 심장, 살아있는 고양이를 물에 끓여 얻은 뼈 등의 난해한 재료들은 오히려 이 레서피를 따르려 하는 이들이 결국 실패하도록, 그리고 그때에도 재료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그들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목적으로 작심하고 작성된 듯이 보입니다. 또한, 이 레서피들은 보이지 않는 능력과 흑마술의 관계를 짐작게 해주기도 합니다.

볼은 (그렇게 설득적이지는 않은 어조로) 모습을 감춘다는 것은 곧 책임을 질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며 따라서 모습을 감추고 싶은 욕망은 바로 권력에 대한 욕망임을 주장합니다. 볼은 플라톤의 저서에 등장하는 기게스의 반지 이야기를 꺼냅니다. 목동 기게스는 남에게 보이지 않는 능력을 가진 반지를 통해 왕으로부터 왕비와 국가를 빼앗습니다. 플라톤의 형 글로콘은 소크라테스와의 대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들키지만 않는다면, 누구도 자신의 것이 아닌 물건에 손을 대는 짓을 두려워하지 않을 겁니다.”

이 책은 단순히 재미있는 내용이나 경구들의 모음만이 아닙니다. 볼의 비평을 읽는 것 역시 즐거움을 가져다줍니다.

“남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욕망과 유혹과 가능성으로 꾸며진 장소로의 입장권과 같습니다. 이런 비유는 소설에서 모습을 감추는 능력이 그저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한 편리한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에 나오는 절대 반지(One Ring)가 해리포터 시리즈의 투명망토보다 더 흥미롭고 더 신화적으로 유용한 상징인 이유입니다. … 마술은 우연히 발견되거나 세속적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바로 이겁니다!

과학저술가로서 볼은 이 책에서 문학, 역사, 철학에서 따온 풍부한 이야기들뿐만 아니라 뉴턴과 근대과학이 만든 “자연의 마법” 역시 다루고 있습니다. 뉴턴은 자연의 마법과 실제 마법을 모두 믿었습니다. 윌리엄 크룩스는 초자연현상의 증거로 과학을 사용했습니다. 루디야드 키플링은 자신의 소설 “와이어리스(Wireless)”에서 우리가 에테르를 통해 과거로부터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사용해서 한 젊은이가 죽은 키이츠로부터 시를 받아적는다는 이야기를 썼습니다.

오늘날 이런 과거 마법이라 불리웠던 것들은 더 이상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볼은 마법이 이제 과학의 적이 아니라 오히려 과학에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첨단 과학은 H.G. 웰즈의 투명인간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까지 말하며, 과학 법칙을 따르는 인공 에테르로 빛을 전달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투명인간의 역사가 보여주는 것처럼, 신화는 그저 과학자들을 위한 청사진에 그치지 않습니다. 신화는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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