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는 왜 민영화 실패를 반복하는가
2014년 8월 18일  |  By:   |  Economy / Business, 경영, 경제  |  No Comment

[역자주: 멕시코 개발연구소(Cidac) 루이스 루비오 소장이 7월 17일 남미 경제 전문지 <아메리카 이코노미아>에 기고한 글입니다.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어 소개합니다.]

루이스 루비오 박사

아인슈타인은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도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습니다. 30년 전 불황에 허덕이던 멕시코 정부는 경제 회복을 위해 시장 개방과 공기업 민영화를 시작했습니다. 통신, 금융, 방송, 제철, 비료 등 많은 영역에서 공기업을 매각했죠. 멕시코 국민 상당수는 그 결과에 기뻐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사기업은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이익을 냈지만, 다른 기업 특히 은행은 파산하는 경우가 많아 엄청난 구제 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당시 부흥한 기업이 지금 재벌(oligopolios)로 발전해 멕시코인의 창의적 역량을 저해하고, 경제 발전 잠재력을 줄였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날 멕시코에서 논의되고 있는 경제 개혁도 정확히 같은 실패를 반복하려 합니다.

경제 개방과 공기업 민영화에 성공한 나라엔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구조 조정 과정에서 경쟁이 작동하는 시장을 창조했다는 점입니다. 영국이나 칠레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하지만 멕시코는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독점을 누리던 공기업 소유물을 민간 투자자 손에 넘겼지만, 자유 경쟁시장을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1980년대 말 벌어졌던 한 토론회 풍경을 기억합니다. 멕시코와 칠레 양국에서 공기업 민영화를 주도하던 정부 관료들이 패널로 출연했습니다. 멕시코 정부 쪽 패널은 멕시코 민영화 특징에 대해 두 가지를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는 입찰 때 최고가를 적은 투자자에게 매각해야 한다는 원칙이었고, 두 번째는 투자자에게 분명한 신호를 주기 위해 대형 공기업을 먼저 민영화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작은 공기업부터 매각해 경험을 쌓은 뒤 큰 공기업을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한 전문가가 많았는데도 말이죠.

토론회를 위해 긴 발표문을 준비했었던 칠레 정부 쪽 패널은 자기 발언이 행여나 멕시코 정부 주장을 정면으로 공격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우려했습니다. 그 칠레 패널은 멕시코 패널 주장을 반박하는 대신, 겨우 2분도 안 되는 짧은 발언만 했습니다. “칠레 정부는 돈을 벌기 위해 민영화한 게 아니라, 시장을 재조직하고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민영화를 했다”구요. 그 비판은 비록 짧았지만 통렬했습니다. 이후에 벌어진 일들은 멕시코에서나 칠레에서나 그 패널이 말이 옳았음을 증명했습니다.

25년이 지난 지금, 멕시코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우리가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운 게 없다는 걸 보여줍니다. 에너지 시장 개방 논의에서, 시장 개방 이후 멕시코 에너지 산업이 어떻게 될지를 고민하기보다 민영화로 정부 수중에 얼마가 남을지를 더 중요하게 고민합니다. 전력 산업 구조 조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국회의원이 제일 신경 쓰는 건 오로지 권력관계 즉, 민영화 과정을 누가 책임지고 통제하느냐입니다. 여기엔 돈 문제가 걸려있습니다. 뒷소문 업계(이 나라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활성화된 산업이죠)에 따르면 통신 산업 구조조정안이 어두컴컴한 어딘가에서 이권 관계에 따라 수정되고 조율되고 있다 합니다. 익숙한 부패의 논리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듯 다른 결과를 기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멕시코 정치인 DNA에는 시장 경쟁을 통해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걸 싫어하는 뭔가가 있는 듯합니다. 물론 시행착오를 통해 교훈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멕시코에서 이게 첫 경험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미 증거 자료는 널려있습니다. 특히 통신과 방송 산업의 경우, 재벌이 멕시코 경제 성장을 방해한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습니다. 혹시 민영화의 진짜 목적이 경제 성장이 아니라 다른 데 있는 걸까요? (아메리카 이코노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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