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를 방지하는 방법
2014년 8월 14일  |  By:   |  세계  |  No Comment

1973년 워터게이트 사건이 최고조로 치닫던 무렵, 닉슨 대통령이 군의 도움을 받아 의회를 상대로 쿠데타를 일으키려 한다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실제로 엘모 줌왈트(Elmo Zumwalt) 당시 해군참모총장은 닉슨 대통령이 1973년 12월 합동참모본부의 장군들을 소집해 “여기 모인 사람들이 저항할 수 있는 최후의 희망”이라는 둥 이런저런 말들을 횡설수설 늘어놓았는데, 군인들을 상대로 자신이 헌법을 어겼을 때 반응이 어떨지 간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군인들은 그 말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고, 결국 닉슨은 치욕스러운 최후를 맞이합니다.

미국 역사에서 쿠데타를 생각했던 지도자는 닉슨 말고도 있었습니다. 남북전쟁 당시에는 북부의 조지 맥클렐런(George McClellan)이라는 장군이 노예 해방에 나선 링컨 대통령을 몰아내려고 쿠데타를 모의하다가 동료들의 만류로 계획을 접은 일이 있습니다. 쿠데타는커녕, 그 비슷한 것도 경험한 적이 없는 오늘날 미국인들은 권력의 이양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죠.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도 쿠데타는 꾸준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쿠데타를 방지하는 방법을 알아보려면, 일단 어떤 나라가 최소 50년 이상 쿠데타 없는 평화로운 세월을 누렸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1901년부터 1960년 사이 스웨덴, 스위스, 영국, 미국 정도를 제외한 거의 모든 독립 국가는 적어도 한 번 이상의 쿠데타를 경험했습니다. 1961년에서 2010년 사이, ‘쿠데타 없는 나라’의 명단은 좀 더 늘어나 프랑스가 여기에 합류했고, 싱가포르, 보츠와나, 이탈리아 등이 곧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릴 예정입니다. 루이스 스미스(Louis Smith)와 새뮤엘 헌팅턴(Samuel Huntington), 에릭 노르들링거(Eric Nordlinger) 등 여러 저명한 역사학자, 정치학자들은 전문화된 군이 문민 통제와 입헌주의의 가치를 내면화한 나라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모든 정치 지도자들은 군에 복종과 충성심을 심으려고 노력하는데, 시민적 미덕만으로는 어떤 나라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나고, 어떤 나라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현상에 관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미국 군대와 같은 조직은 너무나 방대해서 교육을 통해 시민적 가치를 주입하는 일은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언젠가 누군가는 개인의 이익을 사회적 미덕보다 앞세우기 마련이죠. 그렇다면 관건은 무엇일까요? 우선 가족, 부족 등 단단한 네트워크가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쿠데타가 성공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와 같은 네트워크가 없는 사회에서, 법을 어기는 행동은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에 쿠데타 모의는 진행되기가 어렵습니다. 엄격한 법치는 쿠데타를 방지하는 중요한 요건입니다. 공정한 사법 체계가 있는 사회에서 특정 개인에 대한 충성심은 약화되고,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지지자 없이 쿠데타를 강행할 위인은 없는 것이죠. 역사 속에서도 법이 상대적으로 공정하게 집행되면서 봉건주의적, 가족적 네트워크가 약화되었던 르네상스 시기의 베네치아나, 18세기 영국은 쿠데타 없이 정치적 안정을 누렸습니다. 법치가 엄격하게 적용되는 사회에서는 부정부패도 발을 붙일 수 없습니다. 베를린의 사회 투명성 연구 기관이 내어놓은 전 세계 공공분야 부정부패 순위를 살펴보면, 오랫동안 쿠데타 없이 정치적 안정을 누린 국가들이 대부분 하위권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법치가 확립된 국가에서는 소수의 불만 세력이 일시적인 소요를 일으키더라도 이것이 실제 정부의 전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아무리 성난 세력이라도 중앙 정부의 군대를 이길 수 있는 무력을 갖추기가 어렵습니다.

이처럼 시민 의식이 쿠데타를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 잘못된 학설은 실제 상황에서 여러 문제를 낳았습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아이티 등에서 이른바 전문화된 군을 육성하기 위해 수 년 동안 갖은 애를 썼지만, 법치주의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군을 교육시키는 것만으로는 정치적 소요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앞둔 상황에서 미국은 이 사실을 주지해야 합니다. 아프간 사회의 군벌 문화와 부정부패가 여전한 상황에서, 교육받은 군인들이 문민 통제에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 낙관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쿠데타 없는 나라의 명단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전 세계적의 쿠데타 발생 건수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는 쿠데타가 연 평균 6회 발생하는데, 이는 1970년대의 절반 수준이죠. 그렇다고 해도 언젠가 아프간에서도 쿠데타 발생 가능성이 낮아지리라는 기대를 완전히 접을 필요는 없을 겁니다. (Foreign Affai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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