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어업, 각국 정부가 해결에 나서야 할 때
2014년 8월 14일  |  By:   |  세계  |  No Comment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그물과 어업 도구는 적어도 64만 톤으로 추정됩니다. 찢기고 버려진 그물은 바다 밑에 가라앉아도 계속 그물입니다. 수없이 많은 물고기, 포유류 등 해양 생물들이 그물에 걸려 죽습니다. 길게는 10년도 넘게 버려진 그물이 물고기들의 죽음의 무덤이 된 채 방치되는 걸 “유령 어업(ghost fishing)”이라고 하는데, 정확히 얼마나 많은 물고기가 유령 어업으로 죽는지 아직 공식적인 집계는 없습니다.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의 앞바다인 푸젯 사운드(Puget Sound)에서만 매년 유령 어업으로 350만 마리가 넘는 해양 생물이 죽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개와 돌고래를 비롯한 해양 포유류도 매주 평균 25마리가 버려진 그물에 걸려 죽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생태계 파괴와 종 다양성의 위기 등 환경 문제 이전에 당장 어부들에게도 심각한 손해입니다. 푸젯 사운드 지역에서 유령 어업으로 잃은 식용 게(Dungeness Crab)의 가치가 매년 3억 5천만 원가량입니다. 이는 기업 단위를 넘어 정부 차원에서 폐그물을 거둬들이는 작업에 예산을 지원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바닷속의 버려진 그물과 어업 도구들을 회수하는 작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잠수부 단체도 있습니다. 단체 이름도 유령 어업(Ghost Fishing)입니다.

버려진 그물로 인한 유령 어업은 어획량의 5%에서 많게는 30%까지를 잠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최신식 그물일수록 물고기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소재를 쓰고 더욱 튼튼해서 바다 밑에 가라앉아있어도 오랫동안 죽음의 덫으로 남게 됩니다. 특히 치명적인 것은 바다 위에서 밑바닥까지 수직으로 쳐놓는 자망(아가미 그물, gillnet)입니다. 그물을 수 킬로미터까지 쳐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큰 그물이 찢기고 끊어져 바닷속으로 가라앉으면 그 자체로도 대형 쓰레기지만, 그 일대는 해양 생물들에겐 죽음의 바다로 변하는 셈입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주는 지난 1990년대에 연안에서의 자망 이용을 금지했는데, 이후 백상아리와 바다사자 등 동물의 개체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그물은 폭풍우나 거센 파도 등 날씨 때문에, 또는 어선의 프로펠러에 찢길 수 있습니다. 실을 수 있는 무게를 넘게 물고기를 잡아들인 과적 문제로 가라앉기도 하죠. 2006년 캘리포니아 앞바다에서 가라앉은 오징어잡이 어선 인피델(Infidel)호가 그런 예인데, 약 4톤 무게의 나일론 소재 그물과 함께 해저 50m 지점에 가라앉아있는 인피델호 근처에는 수많은 바다사자와 상어, 물고기가 죽어있었습니다. 유령 어업 소속 잠수부들이 그물을 찢어낼 때까지 6년 동안 그물은 멀쩡히 제 역할을 한 겁니다. 바다 밑을 청소하는 일이 수산자원 관리를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걸 점차 많은 정부들이 깨닫고 있습니다. 잠수부 단체들을 고용하고 여기에 예산을 지원하는 게 가장 흔한 방법이긴 한데, 먼바다, 깊은 바다에서는 효과가 떨어집니다. 한국 정부는 저인망 어선에 대형 갈고리를 달아 그물을 수거하거나 바다 밑을 청소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이 갈고리가 또한 해양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미국 워싱터 주 정부는 유령 어업 퇴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본보기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는데, 약 35억 원의 예산을 책정해 3제곱 킬로미터 면적의 버려진 그물과 3천 개가 넘는 게잡이 통발을 수거했습니다. 수십, 수백만 마리의 해양 생물을 살린 셈이죠. 더 중요한 건 그물이 버려지지 않도록 미리 손을 쓰는 예방책입니다. 특히 그물이 버려지고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도 지형과 구조물에 얽히기 전에는 걷어내기가 훨씬 쉽습니다. 지난 2012년부터 워싱턴 주 해역에서 조업하는 모든 어선과 업체들은 그물이나 어업도구가 유실됐을 경우 24시간 내에 이를 당국에 보고해야 합니다. 캘리포니아 주처럼 예산 부족에 허덕이는 정부들로부터는 획기적인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대신 디스커버리 채널 등 미디어와의 연계를 통해 유령 어업의 문제점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유령 어업의 폐해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자망과 같은 그물로 잡아들인 생선을 멀리하는 것만으로도 장기적으로 더 깨끗하고 자원이 풍부한 바다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Quar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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