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그라스 증후군: 저 사람은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야
2014년 8월 13일  |  By:   |  과학  |  No Comment

지난 6월, 상원의원 후보 티모시 레이 머레이는 그의 정적인 상원의원 프랭크 루카스가 이미 죽었고 그의 분신이 그를 연기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이 분신은 2011년 우크라이나에서 죽었으며 지금의 프랭크 루카스는 분신의 분신이라고 주장합니다. 물론 그의 주장이 진실일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은 흥미로운 생각이긴 하지만, 그는 분명히 카그라스 망상(Capgras delusions)이라는 병을 앓고 있을 겁니다.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조셉 카그라스가 1923년 발견한 이 병은 환자가 친구, 연인, 아이, 부모 등 자신이 잘 아는 누군가가 겉모습만 똑같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고 믿는 병입니다. 실은 많은 이들이 그들의 부모와 조부모가 노쇠했을 때 이런 현상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만큼 이 증상은 흔합니다.

카그라스 망상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50% 더 나타나며 편집적 정신분열증이나 치매 등의 퇴행성 신경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자주 나타납니다. 또 뇌 부상, 당뇨, 갑상선 저하 등의 결과로도 나타날 수 있으며 편두통이 카그라스 증후군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항정신병약은 이 병의 증상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카그라스 망상은 두뇌가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는지를 일부 알려줍니다. 우리 뇌는 어떤 중요한, 그러나 복잡한 신호를 받았을 때 이를 해결하는 간단한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방법은 곧 정보를 나눈 후, 이를 종류별로 분리해 처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눈은 눈앞의 대상과 그 대상의 움직임을 독립적으로 처리합니다. 즉, 대상의 특성인 색깔과 형태는 움직임의 특성인 방향과 위치와 따로 처리됩니다. 물론 우리는 이들 정보가 따로 처리된다는 사실을 눈치채기 힘듭니다. 그러나 동작맹(akinetopsia)에 걸린 이들은 물체는 보지만 그 물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알지 못하며, 또 실인증(agnosia)에 걸린 이들은 무언가가 어디 있고 무엇을 하는지는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사람을 볼 때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사람의 경우 그들의 외모, 소리, 움직임 등의 정보는 마음이론(theory of mind)이라 불리는, 상대방의 생각을 추측하는 과정과 독립적으로 처리됩니다. 마음이론은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믿음, 생각, 사랑, 공포 등을 추측해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파악합니다. 정상적인 뇌에서 이 두 과정은 잘 재조립되며 우리는 한 사람의 내면과 외면을 일치시키게 됩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 이 두 과정은 서로 어긋나게 되며, 따라서 카그라스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자신이 잘 아는 외모를 가진 어떤 사람의 성격이 이전과 달라졌다고 믿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 이들의 뇌에서는 외면과 내면의 혼동이 일어나며 그 결과 뇌는 이 문제를 보다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합니다. 즉, 눈앞에 보이는 저 사람이 실은 사기꾼이거나 분신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아마 이것이 티모시가 왜 루카스 상원의원을 분신이라고 주장하는지를 어느 정도 설명해줄 겁니다.

(Convers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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