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일 맥주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인가
2014년 7월 30일  |  By:   |  경영, 문화  |  No Comment
옥토버페스트에서 커다란 맥주잔을 나르는 독일 아가씨는 독일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독일은 맥주 종주국 명성에 걸맞게 작년에도 94억 4천만 리터의 맥주를 생산하여 중국, 미국, 브라질에 이어 4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독일인의 맥주 소비량은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습니다. 1990년 독일인이 1인당 연간 148리터의 맥주를 마신 데 비해 지난해 소비량은 1인당 107리터로 줄었습니다.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와인을 마시는 사람도 늘어났지요. 소규모 맥주 양조장의 맥주 맛은 천편일률입니다.
베를린의 맥주 전문가 로이 로톤 씨는 독일의 “라인하이츠게봇”(맥주순결법: Reinheitsgebot)이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합니다. 1516년 제정된 이 법은 과세를 쉽게 하려는 목적 아래 제정한 법으로 맥주 연료를 보리맥아(barley malt)와 홉(hop), 물, 그리고 이스트로 한정합니다. 이외의 재료가 들어가면 맥주(Bier)라 부를 수 없고 “알코올이 들어간 몰트 음료”로 불러야만 합니다. 미국에 “크래프트 비어”가 성행하면서 온갖 맛의 맥주가 실험을 거듭하는 동안 독일 맥주는 전통적인 제조 방식에 머물렀습니다. 독일의 맥주 수출은 2007년 이후 성장세를 멈췄고, 다양한 맛의 수입 맥주는 점점 늘었습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전체 맥주 소비량은 줄었지만, 크래프트 비어 시장은 연 17.2%씩 성장을 거듭했지요. 독일의 이웃 벨기에와 덴마크도 새로운 맛 개발에 신이 나 있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독일에서 가장 인기 많은 밀맥주(Hefeweizen)를 생산하는 파울라이너(Paulaner)의 하이너 밀러 씨는 라인하이츠게봇이 독일 국민이 원하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홉, 맥아, 이스트의 종류, 온도 조절만으로도 몇십억 가지 종류의 맥주를 제조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러나 독일 양조장은 여전히 몇 가지 전통적인 제조방식을 고집할 뿐입니다.
미국 10대 크래프트 비어 양조업체인 스톤 브루잉(Stone Brewing)의 그레그 코크(Greg Koch)은 7월 19일 2천5백만 달러를 투자하여 독일 시장에 진출하겠다 밝혔습니다. 미국인이 운영하는 첫 유럽 내 양조장이지요. 과연 독일인이 IPA 흑맥주(Black IPA) 맛을 좋아할까요? 시장 조사를 얼마나 했느냐는 질문에 코크씨는 “전혀요.”라고 대답합니다. 스티브 잡스의 말마따나 소비자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볼 때까지 모른다는 것이지요.
스톤의 성공은 독일 맥주 시장에는 좋은 자극이 될 겁니다. 지금 독일의 맥주 시장은 가격 전쟁에 돌입하여 생수보다도 가격이 내려갔지요. 정갈하면서도 근사한 외식에 관심이 많은 독일 상류층을 고급 맥주 시장으로 데려올 수 있다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겁니다. 요즘의 미국 레스토랑은 메뉴판에 음식의 가짓수 만큼이나 많은 맥주 종류를 갖춰놓곤 합니다. 이전 와인 문화와 비슷하죠. 독일이 미국과 이웃 국가들로부터 맥주를 배우는 일이 곧 생길 지도 모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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