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총을 가르치는 미국의 문화
2014년 7월 28일  |  By:   |  세계  |  2 Comments

지난 2월 미국 아칸소 주에 사는 아홉 살 난 행크는 삼촌과 함께 토끼 사냥을 갔습니다. 행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사냥에 익숙했습니다. 두 살 때부터 아버지의 배낭에 실려 사냥 여행에 참여했으니까요. 그러니 삼촌의 감독 없이 혼자 총을 들고 숲으로 나선 것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날 행크는 돌아오지 않았고, 다음 날 수색에 나선 경찰이 싸늘한 주검이 된 행크를 발견했습니다. 이마에 총상을 입은 것으로 보아, 총기 오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날 행크가 들고 나갔던 총은 행크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처음으로 사준 소총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사고 이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해당 총기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행크의 이야기는 프랜신 쇼(Francine Shaw) 감독의 다큐멘터리 <어린이와 총기(Kids and Guns)>에 나오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행크의 이야기는 영국인들에게 두 가지 점에서 큰 충격일 겁니다. 첫째는 사냥이라는 것이 상류층의 비싼 취미가 아니라 먹을 것을 사냥하고 스포츠를 겸하는 가족 활동이라는 점, 둘째는 미국 일부 지역에서 어린이에게 총기 사용법을 가르치고 총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당연한 자식 교육의 하나로 여겨진다는 점입니다. 다큐멘터리의 또 다른 등장인물인 지아의 집에서도 총은 생활의 일부입니다. 아홉 살 지아는 주말에 아버지와 함께 “좀비 사냥”을 가는 것이 취미입니다. 소총에 진짜 총알을 넣고 좀비 모양을 한 과녁으로 사격 연습을 하는 것이죠. 지아가 소유한 총기만 해도 권총 여섯 정에 엽총과 소총이 각각 한 자루씩입니다. 행크의 부모가 자타공인 “좋은 부모”였던 것처럼, 지아의 아버지도 딸의 숙제를 도와주고 학교생활에도 관심이 많은 훌륭한 아버지입니다. 동시에 딸에게 안전한 총기 사용법을 제대로 가르친 데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품고 있습니다. 총이 있는 동네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수 교육이라는 것이죠. 미국에서는 총기가 가족 간 유대를 단단하게 해주는 활동이 되기도 합니다. <어린이와 총기>에는 가족 소풍으로 사막에서 기관총 사격을 연습하는 네바다 주의 가족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이들은 총이 좋은 취미이자, 가족이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인에게 총기 소유는 권리이고, 그 권리와 함께 많은 책임이 따른다고도 말하죠.

물론 이 다큐멘터리가 다루지 않고 넘어간 중요한 문제도 있습니다. 총기 사고로 사망하는 어린이의 숫자나 학교를 배경으로 한 총기 난사사고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족이 소유한 총기로 자살하는 청소년도 매년 2천 명에 달합니다.

그러나 쇼 감독은 어린 자녀에게 총을 가르치는 부모들을 덮어놓고 비난하기보다, 열린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말합니다. 총을 대하는 미국인들의 태도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고 한 것이죠. 감독은 다큐를 찍고 나서 총기 단체들의 로비에 조금이라도 우호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거나, 어린이에게 총을 쥐어주는 것이 적어도 미국에서는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다만 오늘날 미국에는 자식에게 총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아이에게는 장난감 총이라도 총은 사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전자를 경멸하지는 않는다고 말합니다. 다큐를 만들면서 이런 부모들이 어떻게 자녀를 키우는지, 자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이죠.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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