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좋아해도 괜찮아
2014년 7월 15일  |  By:   |  Economy / Business, 스포츠, 칼럼  |  1 comment

[역자주: 이 글을 쓴 스튜어트 우드 경은 영국의 정치학자이자 상원의원이며 전 정무장관이었습니다. 그는 독일에서 배울 것은 축구뿐만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지난 일요일 뭔가 신기한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영국 사람들이 독일을 응원한 것입니다. 월드컵 결승전 독일 대 아르헨티나 경기는 제 평생 가장 기억에 남을 명승부였습니다. 그리고 독일은 우리가 응원할 만한 팀이었습니다. 아마 냉소적인 사람은 영국이 독일을 미워하는 마음보다 아르헨티나를 미워하는 마음이 더 컸을 뿐이라고 폄하할지 모르지만,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올해 월드컵에서 독일 축구는 (특히 대 브라질전에서) 특출났습니다. 독일 승리를 바란 것은 최고의 팀이 우승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주말 동안 신문 지면, 블로그, 트위터 등에서 이런 목소리를 많이 보셨을 겁니다. “정말 믿을 수 없어요. 이런 일이 생길 줄 예상하지 못했어요. 내가 독일을 응원하다니. 놀라워요!”

독일 축구를 우리가 칭찬하는 방식은 흔히 독일의 다른 장점을 칭찬할 때 쓰는 방식과 비슷합니다. 우린 독일인 자체에 대해서 평할 때는 떨떠름한 단어로 돌려 말하지요. “냉정하다”, “인정이 없다”는 식으로요. 대신 메르세데스 벤츠 차라든지 밀레 식기 세척기 같은 무생물 물체에 대해 평할 때 독일은 제대로 칭송을 받습니다. 사실 자동차와 식기 세척기의 장점은 당신이 존경하기를 주저하는 바로 그 나라 국민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독일에 감명을 받으면서도, 독일인이나 독일 사회에 대해 어떤 애정을 주지는 않습니다. 독일의 경제 성공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독일이 유럽연합 주도권을 갖는 것에는 분개합니다. 아마도 수백만 영국인이 뮐러, 훔멜스, 슈바인슈타이거를 응원했던 그 날이, 독일에 대한 시각을 바꿔볼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독일에서 배울 것은 축구 말고도 많습니다.

먼저 독일의 정치 기적부터 시작해볼까요. 2차대전의 그 기괴한 나치 독재 폐허 위에서, 독일은 불과 십여 년 만에 안정적인 자유민주주의 모범 국가로 거듭났습니다. 독일 경제 기적 역시 이례적이었습니다. 물론 외국에서 수백만 달러 원조를 받았던 게 사실이지만, 독일은 똑같이 마셜 플랜의 도움을 받은 다른 국가를 압도하는 경제 성과를 보였습니다. 1950년대에 독일은 이미 유럽에서 생산성 강국이 됐습니다. 지금은 현대 유럽 역사상 가장 성공한 수출국이 됐습니다.

또한, 독일은 아마도 현대 산업화 국가 가운데 가장 위대한 업적이자 위대한 도박이기도 했던, 동서 통일을 이룬 주인공입니다. 도대체 어떤 나라가 자기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다른 나라를 합병하면서, 기존 시민에게 통일 비용을 내고 국가 전체를 재건하는 한 세대에 걸친 도전에 승선하도록 강요할 수 있을까요? 통일은 험난한 여정이었지만, 이를 위해 독일인이 바친 정치 경제적 헌신은 정말 경탄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독일은 그저 부러워할 만한 나라가 아니라,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긴급한 도전에 대한 답을 찾는 데 영감을 주는 나라입니다.
영국 경제 상황을 봅시다. 실상을 파헤쳐보면 낮은 생산성, 열악한 기술력, 저조한 저축과 투자 수준,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 개발 성적 등으로 특징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우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도 없고, 직면한 민생 위기를 감당하지도 못할 것입니다.

물론 우린 독일 경제를 모방할 수도, 독일인의 몸에 밴 그 문화를 이식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시대에 가장 성공적으로 고임금, 고도 기술 경제를 창조했던 그 정책과 제도로부터 우린 많은 걸 배울 수 있습니다.
독일 경제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 경제가 기반을 이루고 있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합의입니다. 독일은 물론 자유 시장 국가입니다만, 독일 자본주의는 사회적으로 계획되고 사회적으로 책임을 지는 특징을 지닙니다. 이 사회적 시장(social market)은 폭넓게 인정되는 규범과 관례에 기반을 둡니다. 즉, 장기적 관점에서 사고하고, 직장에선 갈등보다 협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고용주는 노동자가 기술을 익히고 생산성을 높이도록 투자를 하고, 경제 번영을 특정인이나 특정 지역이 아니라 모든 독일인이 다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등입니다. 어려운 시련이 닥치면, 독일 노동자는 필요와 기여의 연동 원칙(the interlocking principles of need and contribution)에 기반을 둔 복지 제도의 보호를 받습니다.

물론 독일이라고 여러 문제와 제도적 맹점, 정책 실패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독일의 성공에서 영감을 얻자는 말은 영국이 또 하나의 독일이 되자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지금이 나라 전체가 깊은 숨을 쉬고, 솔직히 말해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그래, 독일을 좋아해도 괜찮아. 독일에서 교훈을 배워도 괜찮아라고요. 만약 지금 결심한다면, 마침내 우린 미래의 월드컵에서 우승을 담보하게 될, 긴 여정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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